살아있는 신 (DVD 포함 고급박스 세트) - 방황하는 영혼을 위한 희망의 카운터컬처
티머시 켈러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소위 말하는 지성인들 앞에 가서 초월적인 ’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산타크로스가 실재한다고 믿고 있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몇 해 전, 사회학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에서 나의 학부 전공이 ’신학’이라고 했더니, 네팔에서 여성인권운동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분이 대뜸 이렇게 반응했다. "요즘 누가 신학을 학문으로 인정합니까?" 당시 토론 주제는 사회학 방법론이었고, 경험적 연구 방법론의 ’한계’를 제기한 나에게 학부 전공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이 있었던 것이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는 그분의 말 속에는 ’신’ 존재를 부정하는 비아냥과 이성을 절대 우위에 올려놓는 그분의 믿음이 들어 있었다. 

재밌는 것은 ’경험’에 의존하는 사회과학처럼 신앙도 상당 부분 ’경험’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에서 가설을 검증하고, 가장 많이 논리의 근거로 내세우는 증거가 바로 ’통계’ 아닌가.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지역과 문화와 시대를 초월하여 동일한 신앙적 체험을 고백하는 신앙공동체의 경험적 통계가 무의미 하다고 볼 수 있을까. 그러한 통계가 ’신’이 존재한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통계적으로 신앙공동체의 경험 자체는 유의미한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하나의 진리가 없다는 포스터모더니즘 시대에 성경을 절대 진리로 신봉하며, 스스로 ’종교’로 분류되기를 거부하며 오직 한 길 ’예수 그리스도’ 이외에는 그 무엇으로도 절대 구원받을 수 없다 주장하는 ’기독교’는  어쩌면 이성적으로 가장 대화하기 어려운 신앙공동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살아있는 신>은 신 존재에 대한 이성적인 대화, 논리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살아있는 신>은 신은 없다고 믿는 측의 주장과 회의적인 질문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지목되기도 했다는 저자 티머시 켈러 목사님은 모든 무신론자, 불가지론자, 회의론자들을 대화의 자리로 초대한다. 기독교 안티임을 자체하는 사람을 초대하면 좋을 자리이다. 그리고 반드시 초대에 응해야 한다고 본다. 신을 믿는 신앙인들의 믿음이 틀리다면 그저 어리석은 인간의 차원에서 끝날 일이지만,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주장이 틀리다면 그 결과는 실로 심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신이 존재할 것 같다는 걸로 논쟁을 하고 싶진 않다. 그보다는 신이 존재한다는 걸 당신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보이고자 한다"(210).

티머시 켈러 목사님은 신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사고 체계를 따라가며 그들의 논지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이 하나의 믿음이라면,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도 또 다른 믿음임을 증명한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초월적인 ’신’의 존재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로 증명할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예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라"(베드로전서 3:15)고 말씀하지 않았던가. 이성으로 설명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지레 단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티머시 켈러 목사님처럼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하고 설득력 있는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신앙인의 책임이요, 사명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고,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 측면에서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자는 물론, 신의 존재를 믿는 자들도 믿는 것을 검증하고 정리하는 마음으로 읽어두어야 할 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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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0-04-27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