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분의 1의 함정 -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게임이론의 모든 것
하임 샤피라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을 이해하는 도구, 게임이론

게임이론이라는 용어를 언제 처음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제로섬 게임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서 어떤 뜻인지 찾아보다가 관심을 두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죄수의 딜레마를 처음 안 후, 흥미롭게 생각해서 찾아봤을 수도 있다. 시작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게임이론은 행동경제학과 함께 내가 제일 흥미를 두고 있는 경제학, 또는 사회학 분야의 이론이다.


게임이론은 간단히 '상호적 의사결정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가깝게는 가족, 친구 관계로부터 시작해 모든 인간관계에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정을 내리고 나면 만족할 수도 있고 후회할 수 있는데 모든 사람은 당연히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이 결정을 나혼자 한다면 의사결정과 결과는 굉장히 단순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을 나혼자 내리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상대방 한 명, 또는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결정을 한다면 경우의 수도 많아지고 결과에 대한 예측도 어려워 진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머리를 엄청나게 굴려야 할 수도 있다.


게임이론은 예측하기 힘든 의사결정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단순화한 모델을 만들어 확인하고 그 결과를 경제학, 사회학을 의사결정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 많은 학문에 기초 이론을 제공한다. 단순화한 모델은 그동안 많이 개발되었으며, 흔히 거론되는 게임모델 중에는 죄수의 게임, 최후통첩게임 등이 있다. 《n분의1의 함정》은 게임이론, 또는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등에서 시행되었던 게임들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책이다.


하임 샤피라 Haim Shapira 1962 ~ . 이스라엘의 수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피아니스트. 쓴 책들을 보니 굉장히 다재다능한 사람인 것 같다.


게임론의 모든 것?(X), 게임의 모든 것과 +α

게임이론 전반을 다룬 책을 읽으면 가장 기본적인 게임부터 시작해서 점점 어려운 게임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아무래도 개론서의 첫부분은 자명하고 뒷부분은 너무 어려워서 책을 읽어도 크게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반면에 《n분의1의 함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게임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따로 보고 생각했던 많은 게임들을 총정리해서 읽는 기분이다. 그러니까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게임 이론의 모든 것'보다는 '게임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고 읽는 편이 낫다.


더욱이 이 책은 무척 쉽다. 각종 유명한 게임의 예를 들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크게 집중하지 않아도 간단한 에세이를 읽듯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이론 교양서에서 쉽다는 말은 항상 양면성을 지니게 마련인데 《n분의1의 함정》 역시 마찬가지다. 읽기 편하긴 하지만 깊숙히 들어가지는 않는다. 가장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도 그렇고 발전 형태인 반복적인 죄수의 딜레마 역시 조금 다루다 말았다. 가장 관심이 많으면서 이 책을 산 이유이기도 한 '최후 통첩 게임'도 가장 기본적인 형태만 다루고 확장된 형태는 나오지 않아서 아쉬움은 있다.


게임이론에서 가장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 모든 구성원이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결과는 최선의 선택이 되지 않는 대표적인 게임 형태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이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실제로는 게임이론이라고 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실험 혹은 패러독스들이 많이 담긴 건 이 책의 번잡스러운 장점이라고 할 만하다. 패러독스 관련 책에서나 볼 법한 '뉴컴의 파라독스', '기호 이론'으로 유명한 '톰슨 가젤의 높이뛰기' 그외에 경매, 통계, 치킨게임 등 책의 제목과는 좀 거리가 있어보이는 내용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고 보니 책의 원제가 '검투사, 해적 그리고 신뢰게임'인 것을 보면 원래 책을 쓴 것은 게임이론에만 국한되어 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좋을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불만을 초래할만큼 번잡한 책이다. 나는 좋은 의미에서 각종 학문에서 시행한 실험, 게임, 관찰 들을 꽤 많이 모아 놓은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리학자 윌리엄 뉴컴이 처음 제안한 뉴컴의 파라독스. 전망이론과도 연관이 있다.


★★★★☆

번역도 잘되어 있고 이해하기도 쉽다. 읽다보면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써먹을만한 인사이트도 많이 제공한다. 이런 분야에 대해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게임과 패러독스를 익히고 다른 책을 읽으면서 확장하기에 좋다. 게임이론, 행동경제학 등에 관심이 있어서 꾸준히 책을 읽어온 사람에게 《n분의1의 함정》은 조금 부족할 수는 있다. 그래도 총망라해서 읽어 보는 의미는 있을 것 같다.


제목의 《n분의1의 함정》은 모임에서 식비를 똑같이 나누어 낼 때 발생하는 딜레마를 의미한다. 책의 첫번째 장에서 설명하는데 모임에서 식비를 n분의1로 할 때 남들보다 더 먹으려고 마구 시켜대던 미련스런 나의 모습(물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이 떠올라 뜨끔했다.


대체로 추천하지만 게임이론이나 행동경제학 분야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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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이론의 아름다움 - 개정판
사토 가츠히코 지음, 김선규 감수 / 비타민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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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이론, 현대물리학의 한 축

현대물리학의 양대산맥은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이다. 상대성이론은 주로 빛과 중력을 포함하는 거시세계를 다룬다면 '양자론'은 주로 원자, 전자, 쿼크같은 미립자. 즉, 미시세계를 다룬다. 나같은 문과 출신에게는 둘다 어렵다. 그래도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관 체계를 알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이해하기 어려워도 꾸역꾸역 책을 읽고 있다. 수식같은 것이야 봐도 머리만 아프고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단지 그 이론들로 설명하는 세계에 대해서 '대강'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상대성이론의 아름다움》은 상대성 이론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꽤 괜찮은 입문서이다.


佐藤勝彦. 1945 ~ . 일본의 물리학자. 우주학, 우주물리학


'수식이나 전문용어를 가능한 한 쓰지 않은'

책 겉에 쓰인 문장이 마음에 든다. 상대성이론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물리학 전공자는 아닐 것이다. 물리학 전공자들은 이미 기본적인 내용은 잘 알고 있으니 이 책을 읽지는 않겠지. 관심이 없는 사람은 당연히 이런 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책은 깊이 공부하고 싶은 사람보다는 상대성이론의 맛을 보고 싶은 사람이 읽을 것이다. 당연히 수식이나 전문용어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이해할 수 없다.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책인 이유다.


첫 장에서 대뜸 빛의 속도를 30m/초라고 설정하고 이 때 관측되는 일들을 설명한다. 상대성이론의 허무맹랑해 보이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은 느려지고, 무게는 늘어나고 길이가 짧아진다'는 주장은 빛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일반적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은 느낄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빛의 속도를 느리게 상정하고 설명하는 것은 꽤 괜찮은 방법이고 나도 상대성이론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 자주 쓰는 방법이다. 류츠신의 《삼체》 3부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주인공들이 수백억년 후의 미래로 가는 모습이 나온다. 이후 아인슈타인의 생애를 짧게 안내하고 특수상대성이론의 두 축인 상대성원리와 광속불변의 원칙을 설명한다. 그 후 일반상대성원리를 등가원리를 통해서 설명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1879 ~ 1955. 말할 필요없는 상대성이론의 아버지.


다양한 예를 통해 '현상'을 설명한다

상대성이론은 일상생활에서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속을 깊이 들여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상대성이론의 아름다움》은 이런 현상들을 비유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특수상대성원리에서는 동시성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설명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질량은 늘어나고 길이는 짧아지는 현상들을 설명한다. 일반상대성이론 편에서는 가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이 느려지고 중력이 강한 곳에 가까울수록 물체 역시 시간이 느려지는 현상들이 잘 설명되어 있다. 어차피 수식을 써봐야 일반독자는 알지도 못하니 이렇게 현상으로 상대성이론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2019년 4월 EHT(Event Horizon Telescope, 사건의지평선망원경) 연구소에서 관측한 블랙홀의 모습


쉽지만 모두 다룬다. 그래도 상대성이론.

쉽다고 해서 대충 쓴 책은 아니다. 상대성이론에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은 거의 다 다룬다. 그리고 설명도 상당히 쉽게 하고 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책 속에 있던 내용들을 이미 다른 책을 통해서 수차례 읽어 왔던 내용들이라 별문제 없었는데, 상대성이론에 대해서 처음 읽는 사람들도 그럴까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이건 책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성이론이라는게 원래 어려운 거니까..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려면 그저 조금씩 이해해서 이해 범위를 넓혀가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써놓으면 내가 마치 상대성이론을 잘 아는 것 같지만 나도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질량이 큰 물체 주위에서는 시간은 느려지고 공간이 휘어진다.


아쉬운 번역

책 자체는 좋은데 번역은 좀 아쉽다. 일본책은 번역할 때 문장의 구조가 우리나라 말과 같아서 1:1로 번역하면 대체로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꽤 되는데 《상대성이론의 아름다움》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1:1 번역을 한 듯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적색편이라고 쓰는 용어를 적방편이같이 잘 쓰지 않는 용어들이 포함된 것도 아쉽다. 하나하나 적어 놓지는 않아서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용어가 꽤 됐었던 것 같은데, 감수하신 분은 뭘 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중간중간 나오는 일본어체 문장도 독해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더라도 눈에 거슬렸다.


★★★★

쉽게 읽을 수 있고 상대성이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펼쳐들고 읽을 수 있다. 상대성이론을 완전히 이해한다기 보다 살짝 들여다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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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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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조선을 벗어나 러시아로 떠난 여자

따냐(안나)는 조선 역관 집안에서 자란 여자다. 역시 역관이었던 아버지의 교육 덕분에 따냐는 어릴 때부터 외국어를 익혔고 특히 러시아어에 능하다. 집안에 닥친 불행을 피해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로 넘어간 따냐는 '얼음여우 사기단'에 픽업되어 유럽 귀족들에게 숲을 파는 사기에 가담한다. 그 와중에 경쟁사기단인 '흑곰단'의 조선인 '이반'을 만나고 자기가 속한 얼음여우 사기단을 속이고 숲 판 돈으로 한 몫 챙긴다. 따냐와 이반은 불같은 사랑에 빠지고, 5명으로 이루어진 갈범무리 사기단을 결성해서 큼직한 사기를 치고 다닌다.


처음 읽은 김탁환의 소설이다. 제목만 보고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는데 표지를 살펴 보니 '노서아 가비'는 러시아 커피였다. '아라사 가베'라고 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러시아어를 무기삼아 구한말을 누빈다

배경은 조선이 저물어 가는 시기. 러시아에서 사기를 치는 일당이던 갈범무리 사기단은 민영환을 대표로 니꼴라이 대관식에 참석한 조선 사신단의 통역관으로 참석하면서 역사의 격랑 속으로 빠져든다. 러시아의 도움으로 조선을 지키려는 민영환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따냐의 마음이 움직인다. 따냐는 물론이고 이번 역시 조선인이기는 하지만 조선 이름을 잃은 민초들이다. 따냐의 아버지는 누명을 쓰고 처형단한 역관이고, 이반은 노비로 조선에서 도망친 부모 밑에서 자랐다. 도대체 이들의 마음 속에 조선에 대한 무슨 정이 남아 있을까?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정말 그랬던 걸까?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걸까?


민영환, 윤치호 이후 이완용도 나오고 고종도 등장한다. 아마도 당시에 러시아어에 능통한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따냐와 이반은 자신들이 가진 능력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절망적인 순간을 누비고 다닌다. 이반은 고종의 통역관이 되고 따냐는 고종황제에게 커피를 끓여서 대령하는 역할을 한다. 역사의 흐름에 두 명의 가상인물을 슬쩍 끼워 놓았다. 두 사람에게 대단한 역사인식 따위는 별로 없다. 이반은 권력을 향해 움직이고 따냐는 이반을 향해 움직인다. 소설 내내 왠지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와는 다른 맛을 품은 커피향이 진동하는 것 같다. 러시아 커피는 더 쓰고 거칠 것만 같은 느낌이다.


김탁환 1968 ~ . 소설가. 주로 역사에 관한 소설을 많이 쓴다.


하지만..

이 책은 커피향 가득한 정서를 전달한다. 아마도 고종황제가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데서 착안한 소품이고 제목일 것 같다. 커피향 가득한 소설.. 좋다. 하지만 이 책이 재미있었는지 물어 본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다. 따냐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구한말의 여러가지 역사적인 사건이 흘러가지만 엄청나게 흥미가 돋지는 않는다. 독자가 책 속에 푹 빠지기에는 인물들에게 크게 동화가 되지도 않고 연민의 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빨리 쉽게 읽을 수는 있는 굉장히 재미가 있지는 않다.


나는 그 이유로 이 책이 너무 짧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250 페이지 정도 되는 책이지만 작은 판형, 자간 간격, 중간에 들어 있는 그림을 감안해 보면 꽉 찬 책 기준으로 70이나 80 페이지 정도밖에 안된다. 한 인물의 삶과 구한말의 복잡한 정세를 다루기엔 너무 짧다. 그러니 모든 사건이 단편적으로 서술되어 있고 인물들도 두 주인공 빼고는 그냥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정도다. 어느 인물 하나 정붙일 사람이 없다. 당연히 인물 묘사도 생생하지 않고 굉장히 평면적이다. 따냐와 이반도 마찬가지. 오래 등장한다고 정드는게 아니다.


고종. 1852 ~ 1919. 조선의 마지막 왕이자 대한제국의 초대 황제. 커피를 굉장히 좋아했었다고 알려져 있다.


아관파천에서 환궁까지의 긴박함

필치가 담담한 편이라서 크게 긴박감이 느껴지는 소설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반(김종식)이 고종을 암살하기 위해서 따냐가 갈아 놓은 커피에 아편을 몰래 넣는 장면은 가상의 인물이 적극적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대담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걸 막은 따냐의 활약 역시 눈에 띈다. 더불어 마지막 따냐와 이반의 대화는 인상깊다. 어떻게든 이반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으려는 따냐. 따냐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려 주려는 이반. 따냐는 이반을 사랑한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이반이 따냐를 사랑했는지는 궁금하다. 그리고 이반이 했던 모든 말들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도 궁금하다. 이 모든 궁금증은 이반이 거열형에 처해져서 진실은 이제 완전히 묻혀버리고 말았다.



★★★☆

쉽게 읽을 수는 있지만 흥미진진하게 사건들이 펼쳐지지는 않는다. 정확하게는 사건은 흥미진진할 수 있을 뻔했는데 긴박감이 흐르지는 않는다. 담담하게 글을 써 놓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구한말의 실체적인 모습에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특히 역사책에서 '아관파천'이라는 사자성어 비슷한 사건이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느껴볼 수 있는 점도 좋다. 마지막에 따냐는 빼째르부르크를 거쳐 미국으로 넘어가 카페를 열고 '노서아가비'를 판다. 그리고 그곳의 문인들과 교류를 갖는다. 참 안전하고 마음이 놓이는 결말이긴 한데, 이후 우리나라가 일본에 병탄되고 국권을 빼앗기는 모습을 보면서 따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길지 않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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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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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다작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작하는 작가라서 한 해에도 수많은 책이 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소설을 끊임없이 써낼 수 있는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게다가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미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되었고 골수 팬들도 많은 것 같으니 그럴만도 하다. 책을 내는 족족 드라마화, 영화화되고 있으니 게이고의 인기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괜찮은 작품도 많아서 대부분 읽어 보고 싶지만 그만큼 실망하는 작품도 많아서 무작정 사서 읽기도 부담스럽다. 사실 너무 많아서 나오는대로 살 수도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목록을 보면 일련의 시리즈물이 있는데 보통 한 명의 작가가 시리즈 하나를 쓰는 경우는 있어도 게이고처럼 여러 개의 시리즈를 동시다발적으로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보인다. 처음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었을 때, 이 책이 시리즈의 일인니 모르고 집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책 속에 갈릴레오라는 물리학 조교수의 이름이 등장하자마자 이 책이 '갈릴레오' 시리즈 중에 한 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갈릴레오'는 게이고의 소설을 거의 읽어 보지 않았던 나에게도 익숙한 이름이었고 《탐정 갈릴레오》는 갈릴레오가 등장하는 첫 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東野圭吾 (1958 ~ ) 일본의 소설가. 가장 인기있는 소설가 중 한 명.


물리학 조교와 형사의 멋진 콤비 플레이

갈릴레오는 책 속에 등장하는 데도 대학 물리학과 조교수 '유가와 마나부'의 별명이다. 처음부터 갈릴레오라고 불린 것은 아니다. 마나부의 친구이면서 경찰청 수사1과 형사인 '구사나기 슌페이'가 마나부의 도움으로 난관에 처한 사건을 해결하자 슌페이의 동료들이 마나부에게 붙인 별명이(라는 것이 거의 끝에 드러난)다.


《탐정 갈릴레오》은 모두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는데 주인공이 물리학과 조교수다 보니 모든 사건들이 과학과 연관이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을 마나부는 과학지식을 이용하여 트릭이나 이상 현상들을 설명한다. 마나부는 슌페이에게 이것 해 달라 저것 확인해 달라 요청하고 슌페이는 영문도 모르면서 투덜대며 마나부의 요청에 따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깔끔한 사건 해결. 다섯 편이 모두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마치 홈즈와 왓슨, 김전일과 미유키를 보는 것 같다. 그 와중에 독자는 잘 이해되지 않는 사건들이 멋지게 해결되는 것을 보고 감탄한다.


게이고의 소설은 대부분 드라마화, 영화화된다. 사진은 동명의 드라마 중 일부.


하지만..

다른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에 비해서 몰입도도 좋고 트릭도 무리없어 보여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해결과정이 너무도 과학적이라서 일반 독자들이 머리를 굴리면서 읽을 수 있는지는 궁금하다. 나처럼 추리력이 약한 사람은 상관없지만 책을 꼼꼼히 읽으면서 추리해 가면서 읽는 사람도 있을텐데, 그런 사람들도 과학 트릭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에 흥미를 느낄까? 너무 전문적인 지식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 즐겁게 읽고 결말도 흥미롭지만 생각하는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그저 따라가면서 읽는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갈릴레오가 과학자로서 추리하기보다는 탐정으로서 추리를 한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걸작 중 하나로 유명하다. 과학적 소재가 떨어졌을 수도 있고, 너무나도 전문적인 내용 때문에 트릭의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인 유가와 마나부는 테도대학 물리학과 조교수로 과학적 추리로 사건을 해결한다.


★★★☆

재미있다. 몰입감도 좋다. 하지만 이미 읽은 그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악의》만큼은 아니다. 그래도 다른 단편집들보다는 낫다.물리학자로서 사건을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마나부의 모습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거꾸로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도 게이고의 다른 단편들보다는 훨씬 낫다.


《탐정 갈릴레오》을 시작으로 해서 갈릴레오 시리즈가 시작되었으니, 갈릴레오 시리즈를 읽는 독자들은 캐릭터 이해를 위해서라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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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유럽의 역사
만프레트 마이 지음,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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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이후 복잡해 지는 유럽


역사는 어릴 때부터 흥미있게 봐왔다. 주로 관심을 가진 건 중국역사, 로마역사, 고대사 그리고 한국사 정도였다. 깊이 파고 들었다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으니, 대강 흐름만 아는 정도이다. 좀더 세부적으로 알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지만 너무 볼 것이 많다. 읽을 때는 재미있어도 머리에 남지도 않는다. 대충 로마의 역사를 보고 나면 이제 슬슬 유럽의 역사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가 않다. 중국이나 로마처럼 그냥 한 개 국가와 부수적인 다른 나라들의 관계만 알고 있으면 되는 역사에 반해 유럽으로 들어가면 순식간에 머리가 복잡해 진다. 보통 그 기점을 프랑크 왕국과 샤를 대제로 잡는데 그 이후는 단편적인 지식만 조금 알고 있을 뿐이다.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유럽의 역사》를 집어든 이유는 별 거 없다. 로마 이후 유럽의 역사에 대해 흐름을 파악할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만프레트 마이 Manfred Mai. 1949 ~ . 독일의 교사. 청소년 작가.


짧게 연대별, 사건 위주로 훑어보는 유럽 역사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유럽의 역사》은 그리스 시대로부터 유럽연합이 형성되는 최근까지 유럽의 역사를 시대적으로 다룬다. 처음 다섯 개의 장에서 유럽의 지역적 정의, 그리스 역사, 로마역사, 그리스도교의 탄생, 프랑크 왕국의 탄생을 설명한다. 각기 하나의 장인데 5~6 페이지이다. 그리스도 6 페이지, 로마도 6 페이지. 짧다. 짧아도 너무 짧다. 처음 나의 의도가 아무리 훑어보기였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다. 더군다나 각 시대를 연결하면서 설명한 것도 아니라서 시간을 차례대로 서술해 나간 것을 제외하면 앞뒤 연관성이 별로 없다. 흐름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펴낸 '청소년을 위해' 쉽게 설명했다고 하는 암호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도 이 책과 비슷한 이유로 암호에 대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 읽었는데 다른 암호 관련 책에 비해 오히려 더 어려웠다. 짧은 책이라고 해서 쉬운게 아니다. 오히려 두꺼운 책이 읽는데 힘들기는 해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하면 더 쉬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책도 마찬가지, 실제 역사 관련 내용은 240 페이지밖에 안된다. 그러니까 유럽 3,000년 역사를 1 페이지당 10년씩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도되면 거의 주요사건의 명칭만 알려주고 넘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머릿속에 남는 것은 전혀 없다.



카롤루스 대제. Karolus Magnus. 742 ~ 814. 프랑크 왕국 카롤루스 왕조의 2대 왕. 프랑스어로는 샤를마뉴라고 하며 샤를마뉴로 많이 알려져 있다. 로마 이후 유럽역사 초기에 가장 중요한 인물.


심하게 요약한 책은 읽는게 아니다


책을 고를 때 범하는 흔한 실수를 또 저질렀다. 이 책이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역사를 잘아는 사람은 굳이 읽을 필요가 없을테고, 전혀 모르는 사람은 읽어도 구체적이지 않은 단어의 나열을 읽을 뿐이다. 결국 추천하기 애매한 책이다. 마지막에 나온 국가별 색인도 딱히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얇은 책이 민망해서 추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책에 대해서 많이 얘기할 것도 없다.


★★


다 읽고 나서 저자 소개를 보니 책을 100권 이상 쓴 사람이다. 그럴법한 사람이 쓴 그럴 법한 책이다. 청소년이든 일반인이든 이 책을 읽으면 역사에 대한 흥미가 오히려 떨어질 것 같다. 딱히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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