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눈꺼풀을 살며시 감은 채 잠들어 있었다. 초여름 해가 질 무렵이었다. 남색 천에 하얀 도라지꽃을 수놓은 유카타 옷자락 사이로 땀이밴 정강이가 살짝 드러나 있었고, 검은 옻칠을 한 게다의 붉은 끈은 한쪽이 끊어져 있었다. 그 발끝과 발꿈치에는 초록색풀과 검은 흙이 뭉개진 채 묻어 있었다. - P9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본인의 말처럼 가쓰라기는 일하지 않는 대신에 사모님들의 마음을 한없이 받아주었다. - P17
당신이 인정할 수 없다면 확실히 말해두겠습니다. 마키노는 자살하지 않았습니다. 살해당한 것입니다. 다음 희생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살해 동기도 알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딸이 아버지인 마키노를죽였다는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 P30
가쓰라기는 믿음직스러움과 미덥지 못함 사이의 미묘한 선을 아슬아슬하게 타면서, 항상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보기 좋게 상대방을 속이고 빠져나갔다. - P66
나가쓰는 또 흠칫 놀랐다. 가쓰라기는 선의의 제삼자로 위장해서 도박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 말이 통했는지, 남자는 시선을 딴데로 돌리고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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