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쯤 전에 나는 10년이 넘도록 손대는 일이 없던 단편소설을 하나 발표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 장르를 멀리했던 것이나 또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이 분야의 일을 하려고 하는 건 요컨대 나의 작가로서의 삶이 내부에서 새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이제부터 쓰게되는 이야기와 관계가 있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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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메니데스가 모든 존재물의 궁극적 요소가 ‘존재‘라고 주장했을 때 그가 이해한 존재의 속성은 ‘불변성‘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불변하는 것만이 존재하며 변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요. - P104

초기 기독교 신학자들이 교리를 확정하는 도구로 신플라톤주의 형이상학을 사용한 탓에 기독교 신학은 지난 2,000년 동안 자신 안에 들어와 있는 이질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싸워야 했습니다. - P123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바로 이것이 존재에 대한 그리스적 개념과 히브리적 개념이 상충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히브리인들의 존재개념은 만물을 생성·소멸시키는 역동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 P131

히브리인들에게 ‘존재‘는 영원불변한 것인 동시에 생성 작용하는 실재입니다. - P144

그리스인들은 존재든 존재물이든 모두 탈시간화함으로써 그 변치않는 본질을 통해 ‘개념적으로‘ 파악했고, 히브리인들은 하나님이든 인간이든 모두 시간 안에서 그 운동과 변화를 통해 ‘실존적으로’ 파악했지요. - P148

존재란 생성과 작용의 ‘탈시간화된 모습이고, 생성과 작용이란 존재의 ‘시간화‘된 모습에 불과합니다. 불변이란 변화의 탈시간화된 현상이고, 변화란 불변의 시간화된 현상일 뿐입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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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정 지역의 나무와 거기서 삶을 영위하는 인간은 서로 닮은 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 P306

‘레인트리‘라고 부르는 이유는 밤에 소나기가 내리면 다음 날은 한낮이 지날 때까지 그 우거진 잎사귀에서 물방울을 떨어뜨려 주기 때문이에요.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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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죽었다고 외치는 시대를 거쳐 이제 인간이 신이 되리라 자처하는 시대에 도달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신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식과 소유와 권력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정도로 증대하면 과연 우리가 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신의 낙원이 도래한다는 것인가? - P11

"주여, 조그만 연못 안에 거대한 별이 들어 있듯이, 유한한 제 정신 안에 무한한 당신이 계십니다." - P13

인간이 신에게 다가가는 방법에는 크게 보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신앙을 통해서고, 다른 하나는 이성을 통해서다. 전자는 은혜롭지만 자폐적이기 쉽고, 후자는 설득적이지만 자주 은혜롭지 못하다. - P15

이 책의 주된 목표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에 대한 바르고 정치한 이해를 통해 서양문명의 심층을 파악하자는 것이다. - P16

우리가 주목하려는 것은 하나님의 모습입니다. 과연 하나님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이는 하나님에 관한 다른 여느 시빗거리와는 달리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 P27

아무리 그래도 하나님은 전혀 인간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이지요.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만약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하나님이 인간처럼 생겼다고 생각하는 한,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을 오해하거나 또는 아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P32

구약성서는 처음부터 하나님에게서 인간의 형상을 철저하게 지웠습니다. 유대교는 물론이고, 기독교나 이슬람교처럼 구약성서를 경전으로 삼는 모든 종교에서 신은 무형의 존재입니다. - P53

하나님을 가리키는 어떤 명칭보다 더 근원적 명칭은 ‘있는 자‘다. 이 명칭,즉 ‘있는 자‘는 그 자체 안에 전체를 내포하며 무한하고 무규정적인 실체의 거대한 바다와도 같이 존재 자체를 갖고 있다. - P76

네가 하나님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 뭐 그리 놀라운 일인가? 만일 네가 그분을 파악한다면, 그분은 하나님이 아니다. - P86

이름을 묻는 모세의 질문에 하나님이 "나는 존재다"라고 한 대답에는 ‘너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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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에서 혼자 있을 때, 좀 만화 같기는 하지만 검은색 헝겊으로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어야 한다. 오른쪽 눈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지 모르나 실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P255

"우리 아들이 최근, 그 영화처럼 괴물에 씌었단 말이지. 그래서 일도 그만두고 칩거 중이란 말일세. 가끔은 밖으로 좀 데리고 나와야겠는데 시중을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해. 자네가 그 일을 좀 맡아 줄 수 있겠나?" 은행가는 전혀 웃음기가 없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 P257

이 남자가 ‘그것‘이라고 부르는 것의 존재를 믿는 척해야 할까. 그는 진짜로 완전히 미쳐 버린 사람일까 아니면 단지 나에게 농담을 걸며 유머를즐기는 포커페이스일까. - P266

그것은 면으로 된 속옷을 입은 굉장히 커다란 아기라고 하더군요. 거기다 거의 캥거루만 한 크기랍니다. 그것이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하는 거죠. 그리고 그 괴물 아기는 개와 경찰을 무서워한대요. 이름은 아구이라고 하고. - P271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영혼은 사후 세계에서 어떤 상태가 되는 거야? 어떤 추억을 가지고 영원히 존재하게 되는 거냐고? - P282

"당신은 사람보다 나무가 보고 싶은 거죠?" 독일계 미국인 여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파티 참가자들로 가득 찬 응접실에서 나를 밖으로 불러내어 건물을 잇는 넓은 복도에서 현관을 가로질러 광대한 어둠 앞으로 데리고 나왔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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