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는 살면서 단 하루도 일을 한 적이 없었다. 그가 스스로 지어낸 좌우명은 이랬다. ‘귀찮게 일을 할 바엔 욕 좀 얻어먹고 마는 게 낫다.‘ 친구들은 이 좌우명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 P10

‘3분 30초 동안 한 가지 대상에만 마음을 집중하는 게 정말 그렇게 어려운가요?
‘거의 불가능하지. 한번 해보게, 눈을 감고 어떤 것을 생각해봐.
오직 한 가지 대상만 생각해. 그것을 마음으로 떠올리게. 그게 눈앞에 보여야 해. 하지만 마음은 몇 초 만에 산만해지지. 사소한 다른생각들이 끼어들고 다른 영상들이 떠오를 걸세. 이건 정말 어려운일이라네.‘ - P44

자, 만약 이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지어낸 이야기였다면, 일종의 놀랍고 흥미진진한 결말을 꾸며내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뭔가 극적이고 독특한 결말이면 되니까.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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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내는 스튜어디스였다. 대개 의 스튜어디스들이 그렇듯 그녀는 훤칠한 키에 멋진 스타일을 가진, 즉 모든 남자들이 원하는 타입의 여자였다. 예쁜 여자들이 흔히 그렇듯 그녀는 구태여 착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래서 착하지 않았다. - P184

그러다 급기야 죄의식과 부채감 등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 가장 어리석고 나약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식을 택했다. 즉, 그를미워하게 된 거였다. - P192

내가 믿기론, 사랑이란 여자의 입장에선 ‘능력 있는 남자에게 빌붙어서 평생 공짜로 얻어먹고 싶은 마음‘이고 남자의 입장에선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건강하게 낳아 양육해 줄 젊고 싱싱한 자궁에 대한 열망‘일 뿐이었다. 우울한 얘기지만 그것이 사랑의 본질인 것이다. - P216

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하지만 삶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법이다. 내 앞에 어떤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지 나는 짐작할 수 없다. 운좋게 피해갈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미리 걱정하느라 인생을 낭비하고 싶진 않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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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장성해 머리가 희끗해져가는 중년이 되었어도 엄마눈엔 그저 노란 주둥이를 내밀고 먹을 것을 더 달라고 짖어대는제비새끼들처럼 안쓰러워 보였을까? 그래서 비록 자식들이 모두세상에 나가 무참히 깨지고 돌아왔어도 그저 품을 떠났던 자식들이 다시 돌아온 게 기쁘기만 한 걸까?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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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타고 엄마 집으로 가는 동안 나는 낭떠러지 말고도 또하나의 선택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엄마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이지, 죽기보다 싫은 일이었다.
나이 마흔여덟에 칠순이 넘은 엄마 집에 얹혀산다는 건 생각만 해도 쪽팔리고 민망한 일이었지만 더 끔찍한 건 엄마 집에 이미 쉰두 살 된 형이 얹혀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P12

아마도 이쯤에서 이야기가 끝났더라면 한 편의훈훈한 가족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영화가끝난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법이다. 지루한 일상과 수많은 시행착오, 어리석은 욕망과 부주의한 선택…… 인생은 단지구십 분의 플롯을 멋지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곳곳에 널려 있는함정을 피해 평생 동안 도망다녀야 하는 일이리라.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해피엔딩을 꿈꾸면서 말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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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뭐든지 할 거예요. 뭐든지 말만 해요. 당신을 기쁘게 해드릴 수만 있다면, 당신이 원한다면 어떤 괴로운 일이라도 기꺼이…. 지금 내 마음이그렇습니다. 원한다면 지금 당장 마루라도 쓸게요." - P230

"저는 신을 원합니다. 편안한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시와 현실적인 위험과 자유를 원하고, 선과 죄악을 원합니다."
"알 수 없군요. 왜 불행해지는 권리만 원하는지."
"네, 그래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늙어서 추해지고 무능해질 권리는 말할 것도 없고,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 기아의 권리, 더러워질 권리,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할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말할 수 없는 온갖 고통에 시달릴 권리…..."
존은 잠깐 숨을 들이마시며 무스타파 몬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굳은얼굴로 결론을 짓듯이 말했다.
"저는 이러한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오, 그래요. 그러면 좋을 대로 하시죠."
무스타파 몬드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가볍게 말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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