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타고 엄마 집으로 가는 동안 나는 낭떠러지 말고도 또하나의 선택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엄마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이지, 죽기보다 싫은 일이었다.
나이 마흔여덟에 칠순이 넘은 엄마 집에 얹혀산다는 건 생각만 해도 쪽팔리고 민망한 일이었지만 더 끔찍한 건 엄마 집에 이미 쉰두 살 된 형이 얹혀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P12

아마도 이쯤에서 이야기가 끝났더라면 한 편의훈훈한 가족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영화가끝난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법이다. 지루한 일상과 수많은 시행착오, 어리석은 욕망과 부주의한 선택…… 인생은 단지구십 분의 플롯을 멋지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곳곳에 널려 있는함정을 피해 평생 동안 도망다녀야 하는 일이리라.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해피엔딩을 꿈꾸면서 말이다. - P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