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적어도 100억 개의 방 안에 앉아서, 적어도 100억 개의 자물쇠를 앞에 두고 있는, 적어도 100억 명의 인간들 중 한 사람이다. 만약 내가 올바른 조합을 맞힌다면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나는 죽는다. 단지 그뿐이다. - P304

아마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지도 모른다. 나의 모든 사고와 행위는 마지막 세부에 이르기까지 확산한 나에 의해 이미 선택되었거나, 선택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 P314

인간은 선택을 함으로써 자기였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살해‘하는 게맞아요. - P322

인간의 지각이 우주 대부분을 소멸시켰다. 인생이란 다른 버전의 나 자신을 끊임없이 학살하는 행위다. - P322

"하지만... 만약 모드가 없다면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할지, 또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증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나요?"
"왜 그래야 합니까? 왜 내가 그런 데 신경을 써야 하는데요? 당신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뇌를 가진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까? 지금의 내가 바로 나 자신입니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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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수시로‘라니, 그게 무슨 뜻이죠? 당신은 당신이 영원히 수축된 상태로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수축이란 과정입니다. 확산한 계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란 말입니다. 당신은 확산이 극히 희귀한 상태. 이를테면 실험실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까?" - P250

뤼는 말을 이었다. 앞면
"만약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당신입니다. 좀 더 현학적으로 말하자면 당신과 포콰이가 결합한 계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포콰이는 그런 일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대부분 잠들어 있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동기를 따져보면 당신이 가장 적절한 후보입니다." - P256

뤼가 운을 뗐다.
"나는 파동의 수축을 무기한 억제할 수 있는 모드를 제작하기에 충분한 데이터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서는 아무 쓸모도 없고, 모드의 나머지 반에 해당하는 고유 상태 선택 장치를 손에 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 P259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는 오른쪽 콧구멍 안에 용기의 내용물을 분사했다. 엔드아메바 히스토리티카-인간에게 아메바성 수막염을 위시한 갖가지 선물을 안겨주는 원생동물-를 철저하게 유전자 개조한 것들이 나노 머신들을 싣고 뇌까지 운반한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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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문자는 농축산물의 수확량을 기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P13

모든 발달된 문자체계는 이같이 기호가 소리를 표상하는 체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수메르인과 이집트인의 놀라운 업적은 아이들 놀이처럼 간단한 레부스라는 체계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림문자를 사용할 때, 대상 자체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을 나타내는 소리를 기록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창안했다. - P16

고대 메소포타미아인에게 설형문자를 읽고 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호를 쓸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문맥에 따라 달라지는 기호의 의미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기술이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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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투는 씨파르와 라르씨뿐만 아니라 바빌론과 우르, 마리, 니푸르, 니느웨 등 메소포타미아 전역에 걸쳐 ‘태양의 신‘으로 숭배되었다. 수메르신들은 영역을 넓히고 높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힘겨루기를 펼치는 과정에서 여러 번 대립했다. 형제가 싸웠고, 자매가 싸웠다. 그렇지만 우투와 인안나의 우애는 매우 좋아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 P123

인안나와 두무지는 사랑에 빠졌다. 둘은 인안나의 어머니 집으로 갔다. 총각은 닌갈의 집으로 곧장 들어가지 못하고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처녀는 너무 좋아서 마음이 들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고 있었다. - P132

둘은 그런 사이였다. 그렇게 사랑하던 사이였다. 그랬지만 엔키의 도움으로 저승에서 부활한 인안나는, 남편 두무지를 조금도 거리낌없이, 자신 대신 저승에 잡혀갈 대상으로 삼아 저승사자들에게 넘겨버렸다. - P138

현재도 사람들은 신화라는 맛있는 음식을 골고루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신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수메르 신화를 옆으로 제쳐두고 있습니다. 신화뿐만이 아니죠. 수메르 역사도 그렇고, 수메르 문명도 그렇고요. 인문학의 세계적인 흐름으로 볼 때 기현상이지요. - P167

‘하늘의 여왕‘이라고 불린 인안나는 아무도 하지 못했던 저승 여행을 감행했습니다. 진짜 대단한 일이었지요. 그 놀랄 만한 사건일지를 펼쳐서 첫 줄을 읽어보면, 여신은 "위대한 하늘에서 큰 땅으로 귀를 기울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 P188

‘안‘은 하늘을, 엔릴은 땅을, 엔키는 바다를, 그리고 에레쉬키갈라는
‘저승‘을 나누어 가진 거였죠. - P196

약 5300여년 전, 마침내 수메르 상형문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람들은 보통 상형문자라고 하면 이집트 상형문자를 떠올리죠. 하지만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간에는 교류와 접촉이 있었고, 수메르의 영향을 받은 이집트에서는 5100년 전쯤 처음으로 상형문자가 나타납니다. 이때 수메르 상형문자는 벌써 진보의 길로 접어들어 설형문자로 넘어가는 초석을 깔아놓고 있었죠. 이집트인은 수메르에서 수입한 상형문자의 개념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여겨집니다. - P201

인안나가 저승으로 귀를 기울인 것은 ‘저승의 지혜‘를 얻어 신들 중에서 가장 완벽한 신‘이 되려는 몸부림이었던 것입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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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로라를 후디니 이래 최고의 탈출 명인으로 만들어 준 신경 경로들을 찾아내서, 그녀의 재능을 모드에 인코드할 작정인 것이다. - P124

만약 텔레키네시스 모드에 관한 나의 가설이 옳다면, 청포콰이는 바로 그런 무작위성을 무너뜨림으로써 이온들의 움직임을 편향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 P164

신경학적 수단에 의한 상태 벡터의 선형 분해와 그것이 야기하는 선별된 고유 상태eigenstate들의 위상 전환 및 선택적 강화라고나 할까? - P186

"그럼 그 작자들은 당신한테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았단 말이군요?" 그녀는 불쾌함과 불신으로 가득 찬 소리를 냈다. "아, 그렇군요. 닉은 보디가드고, 하급 직원에 불과하다는 거죠. 일개 보디가드가 자기 목숨을 걸고 뭘 지키고 있는지를 굳이 얘기해줄 필요가 어디 있나, 이런 식이로군요?" - P195

관측한다는 행위가 각기 다른 가능성을 대표하는 두 개의 파동함수의 혼합을 단 한 가지의 가능성만을 대표하는 ‘순수한‘ 파동, 그러니까 고유 상태라고 불리는 것으로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파동함수의 수축‘이라고 불리는 현상이죠. - P198

양자 관측 문제를 연구할 경우의 목표는, 이 ‘관측‘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왜 그것이 특별한지를 정확히 해명하는 일이에요. 파동함수는 언제 수축하는가? 입자 검출기가 작동할 때? 병이 깨졌을 때? 고양이가 죽었을 때? 누군가가 상자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 P199

"뇌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파동함수의 수축이 뇌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증명했단 말입니까?"
"그래요." - P201

"그래요. 아마 글자 그대로 대학살이었을지도 몰라요. 생물, 특히 지적 생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파동함수를 수축시켜야 한다는 법은 없어요. 만약 우리 이전에 파동함수를 수축시키지 않는 생물이 존재했다면, 우리는 그 생물도 수축시켰을 거예요. 그 과정에서 다른 문명들을 통째로 멸망시켰을 수도 있겠군요." - P209

인류의 천문학이 점점 더 관측 정밀도를 높여감에 따라 파동함수는 위험한 수준까지 고갈되기 시작했고... 말하자면 ‘바다가 마르기 시작했던 거죠. 그래서 인류가 그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버블>을 건조했던 거예요. 자기들의 문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던 거죠." - P217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은 <앙상블>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충성을..."
"<앙상블>의 일부라는 얘기는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충성심은 <앙상블> 전체를 위한 것입니다." - P221

<앙상블>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앙상블>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내가 ‘틀리는 법은 결코 없고, ‘오해‘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 - P227

‘아마 우주는 오늘 아침에 창조되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을 위한 가짜 기억과 과거 150억 년에 걸쳐 일어난 일들에 관해서 완벽하게 날조된 고고학적, 고생물학적, 지질학적, 우주론적 증거와 함께.... - P233

"수축되지 않고, 복수의 고유 상태에서 존재할 때 우린 그걸 그렇게 표현해요. ‘퍼져 있다‘라고."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바로 그걸로 이름을 남길지도 모르겠군요. ‘의식적으로 퍼진 역사상 최초의 인간‘으로서 말이에요."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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