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반이 조금 못된 시각, 간호사 한나 니칸데르가 안데르스 요나손을 흔들어 깨웠다.
"무슨 일이에요?" 그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물었다.
"헬리콥터가 들어왔어요. 응급환자 두 명을 싣고요. 나이든 남자 하나와 젊은 여자 하나. 여자는 총상을 입었고요." - P11

"형사님도 아시다시피 지난 부활절 이후로 경찰은 리스베트를 수배해왔습니다. 그녀에게 삼중살인의 혐의를 둔 거죠. 하지만 먼저 이것부터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리스베트는 이 살인들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모든 일 가운데 있는 희생자일 뿐이죠." - P31

"사실은 어제 리스베트의 은신처를 결국 찾아냈습니다. 보고서는거기서 발견했고요. 아마 그녀는 닐스 비우르만의 시골집에서 그 보고서를 찾아냈을 겁니다."
"그러니까 리스베트의 은신처를 알아냈다고요?" 소니아가 물었다.
미카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고새로
"그래서요?"
"그곳은 여러분이 직접 찾아내길 바라겠습니다. 그 거처는 리스베트가 너무도 고생해 마련한 곳인데다 난 그 비밀을 누설할 의향이 조금도 없어요."
소니아와 예르케르의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 - P40

"그녀에게는 경찰을 신뢰할 만한 이유가 별로 없어요. 그녀가 경찰에게 살라첸코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설명하려 했지만 그 결과가 뭐였습니까? 당신네들은 리스베트를 정신병원에 가두지 않았습니까?" - P42

이때 얀이 앞으로 몸을 스윽 기울이며 나직이 말했다.
"여보세요, 검사님・・・・・・ 객관적인 사실을 말할게요. 리스베트는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인권을 침해당해온 희생자입니다. 그리고 난 이런 짓거리가 계속되게 놔둘 생각이 추호도 없고요. 물론 당신이 이 수사에서 날 배제해버릴 수 있겠죠. 그렇다면 나는 이 일에 대한 매우 신랄한 보고서를 쓰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리샤르드는 벌레를 씹은 표정이 되었다. - P46

"안녕하십니까, 살라첸코 씨." 소니아가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자신을 소개한 다음 이어서 동료 마르쿠스도 소개했다.
"칼 악셀 보딘이라고 하오." 살라첸코는 꽉 다문 치아 사이로 힘들게 말했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 P67

리스베트는 눈을 감았다. 지금 침대에서 빠져나가 무기가 될 만한 걸 찾아내 자신이 시작한 일을 끝낼 힘이 남아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곧 그런 생각을 접었다. 지금 자신은 눈꺼풀을 올리고 있을 힘조차 없었다. 살라첸코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또다시 내 손을 빠져나갔어. - P77

<밀레니엄>은 이번호에서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국가공무원들이 어느 병적인 살인마를 보호하려고 꾸민 음모에 희생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말이다. - P79

소니는 몇 초간 눈을 질끈 감았다. 로날드 니더만이 수년간 MC 스바벨셰에 꽤 많은 일거리와 두둑한 돈다발을 가져다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자는 절대 친구가 아니다. - P96

보장을 원해? 그럼 하나 해주지. 너희가 마술 부리듯 이 모든 상황을 싹 정리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기자회견을 열 거야. 그 이름들, 날짜들, 그리고 일어난 일들까지 아주 잘 기억하고 있으니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네가 더 잘 알잖아? - P107

검찰총장이 그렇게 나온 걸 보면 우리를 방해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야. 게다가아주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뒤집어 말하면 그 보고서가 이 사건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는 얘기지. - P118

"당신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이 뜬금없는 질문에 드라간은 깜짝 놀랐다.
"무슨말이죠?"
"당신은 리스베트의 편입니까, 아닙니까? 그녀가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나요?"
.
.
"그녀 편에 서겠어요." - P122

그는 살라첸코에게 간청하고 또 간청했다. 제발 가족과 인연을 끊고 그들의 삶에서 사라져버리라고. 살라첸코는 그러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살라첸코에겐 다른 여자들도 있었다.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 어김없이 앙네타 살란데르의 곁으로 돌아갔다. - P1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군나르비에르크 차장은, 살라와 닐스가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 다시 말해 엔셰데와 오덴플란이 서로 연결될 수 있으며, 그 연결점이 바로 살라라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 P5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리스베트.
지금 내가 쓰는 이 편지를 조만간 네가 찾아 읽을 수 있도록 내 노트북에 남겨둘게. 재작년에 네가 어떻게 벤네르스트룀의 하드디스크를 접수했는지 내가 잘 기억하고 있거든. 그때 내 것도 해킹했겠지? - P382

"내가 원하는 건 단 한 가지예요. 밀톤 시큐리티의 임무로 간주하고 진실을 밝혀주세요. 단지 그뿐입니다. 리스베트가 정말로 그 셋을 죽였는지, 죽였다면 왜 그랬는지 알고 싶습니다." - P388

"리스베트를 치료하는 데 어려웠던 점 하나는 그녀의 병명을 완전히 진단해낼 수 없었다는 겁니다. 치료에 지극히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죠. 무슨 질문을 해도 대답하지 않았고 어떤 치료법에도 참여하기를 거부했어요." - P392

드라간의 수사팀은 형식적으로 경찰의 공식수사에 부속됐으나 드라간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다. 가급적 리스베트를 보호하려는 게 그의 개인적인 의도였다. 즉 진실을 알아낸 후 정상참작이 될 만한 사실들을 찾아낼 심산이었다. - P396

미카엘은 파일을 닫고 머리를 긁어댔다. 다그와 미아의 살해범을 찾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 하지만 문제는 리스베트가 살인에 연루되지 않았음을 명백하게 말해주는 단서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리스베트의 결백을 믿는 유일한 근거는 그녀가 엔셰데에 가서다그 커플을 죽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 P419

"그런데 혹시 살라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봤습니까?"
군나르는 멍하니 미카엘을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 혼란스러워 미카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살라‘고 뭐고 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살라?!
말도 안 돼! - P435

"솔직히 그녀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자입니까, 아니면 유능한 조사원입니까?"
"리스베트는 그저 조금 다를 뿐입니다. 극도로 비사회적인 건 맞아요. 하지만 정신이상자는 절대 아닙니다. 천만에요. 나나 형사님보다 훨씬 더 똑똑한 여자예요." - P461

오히려 지금 이렇게 끝난 건 아주 잘된 일이지."
"왜죠?"
"이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리스베트는 다시 정신병원에 감금될 테니까. 이번에는 아주 오랫동안 있겠지." - P470

아무도 모르는 익명의 존재로 조용히 살아보려고 그토록 오랜 세월을 노력했는데 이제 그녀는 스웨덴 왕국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공적인 인물이 되어버렸다.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P477

열세 살이 되던 날 밤, 리스베트는 페테르와 아니 이 세상의 그 어떤 심리학자나 정신과 전문의와는 더이상 한마디도 나누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준 생일선물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 P486

미카엘의 편지를 열어본 그녀는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화면을 응시했다. 그녀의 내부에서 상반된 감정들이 뒤얽혔다. 지금까지는 스웨덴 전체가 자신의 적이었다. 그녀로서도 별반 이상할 것 없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합군이 한 명 튀어나왔다. - P496

그녀와 복싱을 한다는 건 전혀 불가능했소. 그녀의 복싱스타일은 오로지 하나, 이판사판으로 주먹을 휘둘러대는 거지. 선수들 은어로는 ‘터미네이터 모드‘. 워밍업을 할 때나 친선 스파링을 할 때나 항상 똑같았고. - P518

미카엘이 리스베트의 파일을 발견한 건 그로부터 세 시간 후였다. 그는 메시지를 읽었다. 한 줄씩 빼놓지 않고 적어도 다섯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처음으로 그녀가 다그와 미아를 죽이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의 말을 믿었고, 동시에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마침내 그녀가 자신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 P532

"내 말은, 만일 열두 살짜리의 어린아이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정도라면 그 이유가 될 만한 어떤 일이 일어났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리스베트의 경우엔 무언가 엄청난 것, 어떤 중대한 사건이 터졌겠죠.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건이 그녀의 과거에 대한 장문의 기사는 빠져 있어요." - P551

"난 너하고 협상하지 않을 거야. 기회를 두 번 주지도 않을 거고. 내 질문에 재깍재깍 대답하지 않으면 죽어. 제대로 대답하면 살고. 아주 간단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믿었다. - P559

리스베트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들어올렸다.
"살라는 누구지?"
페르오케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다그가 그를 괴롭혔던 질문이 또다시 나왔다. 그는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 P565

파올로의 증언은 룬다가탄에서 리스베트가 습격당했었다는 미카엘의 진술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주었다. 그리고 이 삼중살인 사건이 광기어린 정신이상 여성 하나가 저지른 행위라는 이제까지의 가정은 대번에 힘을 잃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리스베트가 당장에 모든 혐의를 벗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 P607

금발거인은 스스로를 꽤 영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살라의 그 무시무시한 전략적 능력은 더욱 존경할 만했다.
그들이 협력해온 지도 벌써 십이 년째였다. 그동안 많은 것을 얻을수 있었던 금발 거인은 살라를 자신의 멘토처럼 존경했다. - P620

군나르가 손을 내밀자 미카엘이 그 손을 잡고 악수했다. 지금 그는 범죄행위를 은폐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었지만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 이건 자신과 <밀레니엄>이 군나르에 대해 아무것도 쓰지 않겠다는 약속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다그의 원고에는 이미 군나르의 모든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미카엘은 무슨 일이 있어도그 책은 출간할 생각이었다. - P639

"지금 살라는 예순다섯 살 먹은 늙은이인데다 중증장애인이오. 다리 한쪽을 절단해서 제대로 걸어다닐 수조차 없지. 그런 사람이 오덴플란에서 엔셰데까지 왔다갔다하면서 사람들을 쏴 죽여? 그가 누군가를 죽이려면 우선 구급차부터 불러야 할 거요." - P658

‘그들에게 문젯거리는 살라첸코가 아니었어. 리스베트 살란데르, 스웨덴의 가장 중요한 비밀을 깨뜨려버릴지 모르는 그 미친 계집애가 오히려 문제였던 거야.‘ - P683

리스베트는 스스로를 저주했다. 이건 자신의 잘못이었다. 깊은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자신은 감춰둔 집에 숨어서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온갖 방법을 강구했다. 그러면서 밈미를 모두에게 다 알려진 집에 방치해두었다. - P698

리스베트는 다시 새 파일을 하나 만들어 거기에한 줄을 적었다.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웠어요. - P700

이제 미카엘은 이해할 수 있었다. 리스베트는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을 증오하는 여자였다. - P722

"미카엘......"
"그래,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어. 하지만 난 전투가 벌어졌을 때 리스베트 편에 서고 싶어."
에리카는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P730

이걸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만 네 이복형제가 로날드만은 아니라고. 적어도 형제 넷과 자매 셋이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어. 네 형제 하나는 말할 수 없이 지독한 멍청이지만 다른 한 녀석은 그나마 가능성이 좀 있어. 탈린에서 우리 지사를 운영하고 있지. - P7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의 연구에 깊은 영향을 끼친 프로이트와 함께, 지라르는 인습적 지혜를 뒤집었다. 종교가 폭력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이 종교를 생기게 만든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 P114

라르의 논제는 두 집단이 보복의 악순환을 끝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제3자를 죽이는 것이라는 점이다.
.
.
다시 말해서, 그 희생자는 아웃사이더로서, 한 집단의 보호를 받지 않는 사람, 또는 한 집단의 구성원이지만 보복적 폭력을 가할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이어야만 한다. - P115

지라르가 주장하는 것은 첫째로, 최초의 종교 행위는 인간을 희생시키는 것이며, 둘째로, 최초의 희생제물은 희생양이며, 셋째로, 종교의 기능은 집단을 파괴시킬 내부의 폭력을 외부의 타자에게 굴절시키는 것이라는 점이다. - P115

만일 폭군이 종교를 끌어들여, 사람들이 공격을 받는 것이 그들의 신앙, 가치, 그들의 하나님이라고 설득시킬 수 있다면, 종교는 더욱 강력한 것이 될 수 있다. - P1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닐스는 홀게르가 남긴 기록에서 마지막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홀게르는 리스베트와 대화를 하고 나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꼼꼼하게 적어두었다. 이런 걸 꼬박꼬박 적어놓다니. 미친 영감, 그렇게 할 일이 없었나! 그런데 두 번에 걸쳐 ‘모든 악이 일어났을 때‘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리스베트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긴 듯 보였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 P66

홀게르는 리스베트가 열세 살 때 그녀의 특별 관리인을 맡았고 열여덟 살부터는 후견인이었다. 즉 홀게르는 모든 악이 일어난 직후 리스베트가 소아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당시부터 곁에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일 터였다. - P68

리스베트는 홱 하고 몸을 돌려 로비를 가로질러 밖으로 달려나갔다.
조지 블랜드!
뒤에서 엘라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멈춰 서서 설명할 겨를이 없었다.
녀석은 바람 한 번 불면 폭삭 내려앉을 형편없는 헛간에 살고 있잖아! - P80

아내를 죽일 작정이었어. 4천만 달러가 걸려 있으니까. 허리케인이 모든 걸 덮어줄 테니 다시없을 절호의 기회겠군. - P82

여성인신매매입니다. 다시 말해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죠. 제가 주로 다루는 사건은 발트 연안국과 동유럽 국가 출신 여성들에 관한 겁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지금 이 주제로 책을 한 권 쓰고 있고, 그래서 에리카 씨를 찾게 됐습니다. - P109

성매매에 연루된 소녀들은 이 사회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있기 때문에 법적인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거예요. 투표권조차 없죠. 마트에 가서 물건 살 때 하는 몇 마디 말고는 스웨덴어도 할 줄 몰라요. 게다가 성매매와 관련된 범죄 99.9퍼센트는 경찰에 신고도 되지 않아요. 법정까지 가는 경우는 더 없고요. - P115

사실 <밀레니엄>에는 특별한 문제가 있어요. 우리가 망하기만을 바라는 적들이 좀 있거든요. 따라서 우리가 발표하는 건 무조건 완벽해야 해요. 조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어요. - P117

초등학교 시절부터 카밀라는 리스베트와 거리를 두려 했으며 심지어는 등교할 때조차 다른길로 다녔다. 결코 자매가 서로 말하는 법이 없고 언제나 떨어져 앉는다는 사실을 교사들과 아이들 모두 알고 있었다. - P120

미카엘과의 관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점은 그에게 여자를 통제하려는 성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질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이십 년 전쯤 처음 관계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녀는 심한 질투심을 여러 번 느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적어도 그에게만은 그럴 필요가 없음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 P166

"홀게르 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도 벌써 이 년째야. 그런데 넌 한번도 찾아가보지 않았잖아, 드라간이 가차없이 쏟아부었다.
리스베트가 갑작스러운 충격에 휩싸인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홀게르 씨가 아직 살아 계신다고요?"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군." - P177

리스베트는 너무나도 죄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먼저 침묵을 깼다.
"변호사님이 돌아가신 줄 알았어요. 정말이에요. 살아 계시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죠. 그런 줄 알았다면 절대로… 진작 뵈러 왔을거예요."
홀게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서해주세요."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 P186

살라라는 이름은 미아가 지난 몇 년간 수집해온 자료에서 네 차례 등장했지만 매번 우연히 언급될 뿐이어서 그저 유령처럼 흐릿한 존재로 남아 있었다. 그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인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 P214

다그는 살라가 범죄계의 무대 뒤에서 아주 은밀하게 활동하는 인물이라는 결론을 끌어냈다. 그리고 주민등록부에 그 이름이 없는 걸로 보아 일종의 별명이거나 혹은 일부러 가명을 사용하는 용의주도한 범죄자일 거라고 추측했다. - P240

닐스 비우르만, 이 빌어먹을 개자식!
이 쓰레기 같은 놈이 나를 없애달라고 그 거인 자식한테 돈을 줬군. 이런 짓을 벌이면 어떤 최후를 맞을지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말이야.
갑자기 리스베트의 내부가 거세게 끓어올랐다. 얼마나 격한 분노가 치밀었던지 입속에서 피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번에야말로 그를 처벌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247

"왜 당신이 쓴 글 곳곳에서 살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요. 알렉산데르 살라 말이에요. 특히 당신이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정확하게 듣고 싶어요."
알렉산데르 살라! 다그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지금껏 한 번도 그의 풀네임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P11

그레게르는 미카엘에 대해 한 번도 나쁘게 말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에리카와 미카엘의 관계가 자신에게도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한편으로는 아내의 존재를 나만의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없으니 그녀를 향한 사랑이 더욱 강해지기도 했다. - P280

"좀 골치 아픈 사건인 듯합니다." 검사가 인사 대신 말했다. "살해당한 커플 중 하나는 기자고 다른 하나는 범죄학자예요. 게다가 시체를 발견한 건 또다른 기자이고."
얀이 고개를 끄덕였다. 즉 이 사건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될 테고 언론까지 들러붙어 낱낱이 까밝힐 거라는 뜻이었다. - P293

"아마 불법무기겠죠? 일련번호는 확인됐나요?"
"완전히 합법적인 무기였어요. 소유자는 닐스 에리크 비우르만이라는 변호사입니다. 1983년에 구입했고요. 경찰 사격 클럽 회원이더군요. 주소는 오덴플란 근처 우플란스가탄가입니다." - P303

"좋습니다. 지금 저희는 이 회사에서 근무했던 사람을 하나 찾고 있습니다. 이름은 리스베트 살란데르. 이 여자를 아시나요?"
순간 드라간의 뱃속에서 바윗덩어리 하나가 쿵하고 내려앉았다.
하지만 조금도 동요하는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 P311

"만일 정신병자의 소행이 아니라면 이 사건에는 분명 동기가 있어. 그리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 원고가 그 빌어먹을 동기라는 느낌이 들어."
미카엘이 책상 위에 놓인 원고 뭉치를 가리켰다. 에리카도 그의 시선을 따라 원고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 P327

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죄송합니다만 여기서 대화를 중단해야겠습니다. 리스베트의 후견인이 총에 맞아 죽은 채로 발견됐다는군요. 이제 그녀는 지명수배된 상태입니다. 삼중살인 혐의로요."
에리카의 입이 떡 벌어졌다. 미카엘은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 같았다. - P336

"미카엘 씨! 우리끼리니까 터놓고 얘기할게요. 지금은 리스베트가 반드시 체포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접촉해올 경우 당신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기를 빌고요. 만일 지금 당신 생각이 틀려서 그녀가 정말로 살인범이라면 당신까지 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요." - P365

"그런데 지금 난 전혀 연관성이 될 수 없어. 일 년 넘게 그녀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야. 그녀가 그들의 존재를 알아낸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이내 미카엘은 입을 다물었다. 자신만이 리스베트가 국제적인 거물 해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P372

지금 그들은 적당한 설명으로 만족하려 한다. 그리고 그런 설명조차 찾을 수 없다면 그녀를 정신 나간 미치광이로 몰려고 한다. 그렇게 리스베트를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살인범으로 만들려는 거군.. 드라간은 고개를 저었다. - P3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