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님 책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책을 읽는데 말입니다, 이게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는 겁니다. 억지로 보라고 하면 더 이상 보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면 책장을 덮어도 되는 거 아닙니까? 굳이 마지막까지 그 고통을 참아내야 합니까?"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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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똑같구나..

아버지는 기도란 대화라고 했다. 나는 대화를 원했다. 기도원에 올라가 아버지가 들었다는 작고 세밀한 음성으로 나에게 말해달라 고 요구했다. 왜 아버지가 그곳에 가야 했는지, 왜 아버지를 지켜주 지 않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으니 납득시켜달라고 했다. 그럴듯 한 이유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기도실에서밤하늘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내 귀엔 아무 말도들리지 않았다. 지친 나는 푸념을 하기도 하고 사정을 하기도 했다.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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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지 못하는 상대를 때리는 것만큼 비열한 짓은 없다. 군대의 온갖 불합리는 힘을 가질 자격이 없는 자들에게 힘이 주어지는 데서 나온다.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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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분의 1의 함정 -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게임이론의 모든 것
하임 샤피라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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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이해하는 도구, 게임이론

게임이론이라는 용어를 언제 처음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제로섬 게임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서 어떤 뜻인지 찾아보다가 관심을 두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죄수의 딜레마를 처음 안 후, 흥미롭게 생각해서 찾아봤을 수도 있다. 시작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게임이론은 행동경제학과 함께 내가 제일 흥미를 두고 있는 경제학, 또는 사회학 분야의 이론이다.


게임이론은 간단히 '상호적 의사결정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가깝게는 가족, 친구 관계로부터 시작해 모든 인간관계에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정을 내리고 나면 만족할 수도 있고 후회할 수 있는데 모든 사람은 당연히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이 결정을 나혼자 한다면 의사결정과 결과는 굉장히 단순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을 나혼자 내리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상대방 한 명, 또는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결정을 한다면 경우의 수도 많아지고 결과에 대한 예측도 어려워 진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머리를 엄청나게 굴려야 할 수도 있다.


게임이론은 예측하기 힘든 의사결정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단순화한 모델을 만들어 확인하고 그 결과를 경제학, 사회학을 의사결정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 많은 학문에 기초 이론을 제공한다. 단순화한 모델은 그동안 많이 개발되었으며, 흔히 거론되는 게임모델 중에는 죄수의 게임, 최후통첩게임 등이 있다. 《n분의1의 함정》은 게임이론, 또는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등에서 시행되었던 게임들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책이다.


하임 샤피라 Haim Shapira 1962 ~ . 이스라엘의 수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피아니스트. 쓴 책들을 보니 굉장히 다재다능한 사람인 것 같다.


게임론의 모든 것?(X), 게임의 모든 것과 +α

게임이론 전반을 다룬 책을 읽으면 가장 기본적인 게임부터 시작해서 점점 어려운 게임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아무래도 개론서의 첫부분은 자명하고 뒷부분은 너무 어려워서 책을 읽어도 크게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반면에 《n분의1의 함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게임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따로 보고 생각했던 많은 게임들을 총정리해서 읽는 기분이다. 그러니까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게임 이론의 모든 것'보다는 '게임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고 읽는 편이 낫다.


더욱이 이 책은 무척 쉽다. 각종 유명한 게임의 예를 들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크게 집중하지 않아도 간단한 에세이를 읽듯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이론 교양서에서 쉽다는 말은 항상 양면성을 지니게 마련인데 《n분의1의 함정》 역시 마찬가지다. 읽기 편하긴 하지만 깊숙히 들어가지는 않는다. 가장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도 그렇고 발전 형태인 반복적인 죄수의 딜레마 역시 조금 다루다 말았다. 가장 관심이 많으면서 이 책을 산 이유이기도 한 '최후 통첩 게임'도 가장 기본적인 형태만 다루고 확장된 형태는 나오지 않아서 아쉬움은 있다.


게임이론에서 가장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 모든 구성원이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결과는 최선의 선택이 되지 않는 대표적인 게임 형태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이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실제로는 게임이론이라고 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실험 혹은 패러독스들이 많이 담긴 건 이 책의 번잡스러운 장점이라고 할 만하다. 패러독스 관련 책에서나 볼 법한 '뉴컴의 파라독스', '기호 이론'으로 유명한 '톰슨 가젤의 높이뛰기' 그외에 경매, 통계, 치킨게임 등 책의 제목과는 좀 거리가 있어보이는 내용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고 보니 책의 원제가 '검투사, 해적 그리고 신뢰게임'인 것을 보면 원래 책을 쓴 것은 게임이론에만 국한되어 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좋을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불만을 초래할만큼 번잡한 책이다. 나는 좋은 의미에서 각종 학문에서 시행한 실험, 게임, 관찰 들을 꽤 많이 모아 놓은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리학자 윌리엄 뉴컴이 처음 제안한 뉴컴의 파라독스. 전망이론과도 연관이 있다.


★★★★☆

번역도 잘되어 있고 이해하기도 쉽다. 읽다보면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써먹을만한 인사이트도 많이 제공한다. 이런 분야에 대해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게임과 패러독스를 익히고 다른 책을 읽으면서 확장하기에 좋다. 게임이론, 행동경제학 등에 관심이 있어서 꾸준히 책을 읽어온 사람에게 《n분의1의 함정》은 조금 부족할 수는 있다. 그래도 총망라해서 읽어 보는 의미는 있을 것 같다.


제목의 《n분의1의 함정》은 모임에서 식비를 똑같이 나누어 낼 때 발생하는 딜레마를 의미한다. 책의 첫번째 장에서 설명하는데 모임에서 식비를 n분의1로 할 때 남들보다 더 먹으려고 마구 시켜대던 미련스런 나의 모습(물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이 떠올라 뜨끔했다.


대체로 추천하지만 게임이론이나 행동경제학 분야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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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이론의 아름다움 - 개정판
사토 가츠히코 지음, 김선규 감수 / 비타민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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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이론, 현대물리학의 한 축

현대물리학의 양대산맥은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이다. 상대성이론은 주로 빛과 중력을 포함하는 거시세계를 다룬다면 '양자론'은 주로 원자, 전자, 쿼크같은 미립자. 즉, 미시세계를 다룬다. 나같은 문과 출신에게는 둘다 어렵다. 그래도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관 체계를 알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이해하기 어려워도 꾸역꾸역 책을 읽고 있다. 수식같은 것이야 봐도 머리만 아프고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단지 그 이론들로 설명하는 세계에 대해서 '대강'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상대성이론의 아름다움》은 상대성 이론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꽤 괜찮은 입문서이다.


佐藤勝彦. 1945 ~ . 일본의 물리학자. 우주학, 우주물리학


'수식이나 전문용어를 가능한 한 쓰지 않은'

책 겉에 쓰인 문장이 마음에 든다. 상대성이론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물리학 전공자는 아닐 것이다. 물리학 전공자들은 이미 기본적인 내용은 잘 알고 있으니 이 책을 읽지는 않겠지. 관심이 없는 사람은 당연히 이런 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책은 깊이 공부하고 싶은 사람보다는 상대성이론의 맛을 보고 싶은 사람이 읽을 것이다. 당연히 수식이나 전문용어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이해할 수 없다.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책인 이유다.


첫 장에서 대뜸 빛의 속도를 30m/초라고 설정하고 이 때 관측되는 일들을 설명한다. 상대성이론의 허무맹랑해 보이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은 느려지고, 무게는 늘어나고 길이가 짧아진다'는 주장은 빛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일반적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은 느낄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빛의 속도를 느리게 상정하고 설명하는 것은 꽤 괜찮은 방법이고 나도 상대성이론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 자주 쓰는 방법이다. 류츠신의 《삼체》 3부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주인공들이 수백억년 후의 미래로 가는 모습이 나온다. 이후 아인슈타인의 생애를 짧게 안내하고 특수상대성이론의 두 축인 상대성원리와 광속불변의 원칙을 설명한다. 그 후 일반상대성원리를 등가원리를 통해서 설명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1879 ~ 1955. 말할 필요없는 상대성이론의 아버지.


다양한 예를 통해 '현상'을 설명한다

상대성이론은 일상생활에서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속을 깊이 들여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상대성이론의 아름다움》은 이런 현상들을 비유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특수상대성원리에서는 동시성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설명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질량은 늘어나고 길이는 짧아지는 현상들을 설명한다. 일반상대성이론 편에서는 가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이 느려지고 중력이 강한 곳에 가까울수록 물체 역시 시간이 느려지는 현상들이 잘 설명되어 있다. 어차피 수식을 써봐야 일반독자는 알지도 못하니 이렇게 현상으로 상대성이론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2019년 4월 EHT(Event Horizon Telescope, 사건의지평선망원경) 연구소에서 관측한 블랙홀의 모습


쉽지만 모두 다룬다. 그래도 상대성이론.

쉽다고 해서 대충 쓴 책은 아니다. 상대성이론에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은 거의 다 다룬다. 그리고 설명도 상당히 쉽게 하고 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책 속에 있던 내용들을 이미 다른 책을 통해서 수차례 읽어 왔던 내용들이라 별문제 없었는데, 상대성이론에 대해서 처음 읽는 사람들도 그럴까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이건 책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성이론이라는게 원래 어려운 거니까..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려면 그저 조금씩 이해해서 이해 범위를 넓혀가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써놓으면 내가 마치 상대성이론을 잘 아는 것 같지만 나도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질량이 큰 물체 주위에서는 시간은 느려지고 공간이 휘어진다.


아쉬운 번역

책 자체는 좋은데 번역은 좀 아쉽다. 일본책은 번역할 때 문장의 구조가 우리나라 말과 같아서 1:1로 번역하면 대체로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꽤 되는데 《상대성이론의 아름다움》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1:1 번역을 한 듯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적색편이라고 쓰는 용어를 적방편이같이 잘 쓰지 않는 용어들이 포함된 것도 아쉽다. 하나하나 적어 놓지는 않아서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용어가 꽤 됐었던 것 같은데, 감수하신 분은 뭘 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중간중간 나오는 일본어체 문장도 독해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더라도 눈에 거슬렸다.


★★★★

쉽게 읽을 수 있고 상대성이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펼쳐들고 읽을 수 있다. 상대성이론을 완전히 이해한다기 보다 살짝 들여다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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