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뭐든지 할 거예요. 뭐든지 말만 해요. 당신을 기쁘게 해드릴 수만 있다면, 당신이 원한다면 어떤 괴로운 일이라도 기꺼이…. 지금 내 마음이그렇습니다. 원한다면 지금 당장 마루라도 쓸게요." - P230

"저는 신을 원합니다. 편안한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시와 현실적인 위험과 자유를 원하고, 선과 죄악을 원합니다."
"알 수 없군요. 왜 불행해지는 권리만 원하는지."
"네, 그래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늙어서 추해지고 무능해질 권리는 말할 것도 없고,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 기아의 권리, 더러워질 권리,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할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말할 수 없는 온갖 고통에 시달릴 권리…..."
존은 잠깐 숨을 들이마시며 무스타파 몬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굳은얼굴로 결론을 짓듯이 말했다.
"저는 이러한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오, 그래요. 그러면 좋을 대로 하시죠."
무스타파 몬드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가볍게 말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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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주 쉽게 새로운 개인을 만들 수 있지.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만들 수 있어. 비정통성은 한 개인의 생명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란 말일세. 그것은 사회 전체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거라네. 그렇고말고" - P182

버나드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 쪽으로 가더니 문을 열었다.
"자, 들어와요."
그러자 사람들 속에서 한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너무나도 놀랍고 무서워서 모두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떤사람은 더 잘 보기 위해서 의자 위로 올라가다가 정자로 가득 찬 시험관을엎지르기도 했다. 그 단단하고 젊은 몸들, 뒤틀리지 않은 그 얼굴들 사이에서 퉁퉁 부어오르고, 축 늘어진 중년의 이상하고도 무시무시한 괴물 같은 린다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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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요. 마치 다른 행성이나 다른 시대에 있는 것같아요. 아니면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거나 말입니다. 당신 어머니라든가이 지저분한 오물들, 신들, 노인과 질병들…. 상상이 안 갑니다. 당신이설명해주지 않으면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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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나를 ‘나‘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당신이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완전히 다른 것의 일부가 아니라 더욱더 나 자신이 되는 것이죠. 나는 사회 속에 있는 하나의 세포가 아니라는 겁니다. 당신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아요, 레니나?" - P118

"그래요. 물론 나도 알고 있어요. 그리고 엡실론도 쓸모가 있다는 것을. 나도 그렇고, 그러나 나는 내가 쓸모가 없기를 바라고 있어요!" - P118

버나드는 자신만이 사물의 질서에 대항해 전투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개인적인 의미와중요성을 취할 정도로 의식하면서 의기양양해졌다. 그는 자신이 박해를받는다는 생각에도 개의치 않았다. 그를 우울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힘이 솟았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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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여행자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7
귀뒬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박치기를 한 후 귀신을 보게 된 소년

열네 살 청소년 발랑탱 르탕드르는 그저 평범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단짝 친구인 레미를 놀리다가 격분한 레미에게 박치기를 한 방 제대로 얻어맞은 후에는 더이상 평범한 소년이 아니게 되었다. 귀신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 통학하는 열차 끝 칸에서 루크레치아 보르자를 봤을 때는 그 멋진 여인이 귀신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보르자는 정확하게는 지하철에서 아무하고도 대화를 하지 못하면서 지하철을 계속 타고 다니는 형벌을 받고 있는 귀신이었다. 그녀가 1519년에 죽은 사람으로 요부이면서 희대의 살인마라는 걸 백과사전에서 찾아 보고 알게 되었다. 귀신은 보르자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칸에는 사형집행인이 타고 있기도 했고, 심지어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속 주인공 악당인 오셀로까지 있다.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흘러갈까?


귀뒬  Gudul 본명 Anne Liger-Belair 1945 ~ 2015 벨기에 출신 소설가.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청소년을 위한 판타지 소설

《지옥에서 온 여행자》은 좀 복잡한 책을 읽다가 머리 식힐겸 가볍게 읽으려고 집어 들었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머리 복잡한 소설보다는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딱 적당한 청소년용 판타지 소설이다. 일상을 살다가 생긴 불가사의한 일들, 그리고 그 일들 속에서 헤매는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의 활약으로 끝나는 해피엔딩. 아무 생각없이 읽기에 꽤 괜찮은 소설이다.


루크레치아 보르자  Lucrezia Borgia 1480 ~ 1519 교황 알렉산드르 6세의 딸. 당시 유럽 최고의 미녀라고 한다. 정략에 의해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여 평탄한 삶을 살지는 못한 듯. 실존인물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혹시나 해서 찾아 보니 생몰연도까지 정확했다. 우리로 따지면 황진이가 시공에 갇혀 있는데 중2 남자애가 황진이를 발견하고 사랑에 빠져 천국으로 보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

평범하기는 하지만 조금은 다른..

《지옥에서 온 여행자》은 세 편의 단편이 연결된 옴니버스식 소설이다. 그런데 구성이 좀 특이하다. 처음에는 그저 주인공인 발랑탱이 귀신을 보는 능력이 생겨서 그 능력 때문에 생기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엮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진행이 되었다면 아마도 평범했을 것이다. 그런데 읽어 보니 세 편이 주인공이 조금씩 다르고 판타지 요소도 다르다.


제1부는 '사랑'이라는 부제를 가진 <지옥에서 온 여행자>인데 지하철에서 만난 (살았던 시대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연상임에 틀림없는) 여인에게 사랑을 느껴서 그녀를 철도라는 지옥에서 구해 천국으로 보내 주려고 고군분투하는 발랑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제2부는 '마법'이라는 부제를 달아 놓았고 <릴리의 사랑을 얻기 위해>가 제목이다. 그런데 2부에서는 주인공이 발랑탱이 아니라 1부에서 가끔 나와 발랑탱의 상담상대가 되어주었던 블루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블루 할머니는 예전에 선물받은 마술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손자와 같은 열네살 소년이 되어, 발랑탱이 짝사랑하는 여자아이와 연결해 주기 위해서 활약한다. 3부는 주술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브륌의 마법사> 편으로 할머니가 발랑탱에게 아주 예쁜 여자아이의 사진을 보여 주며 친한 할아버지의 손녀라고 하고 꼬셔서 촌구석으로 3주간 휴가를 떠난다. 물론 사진은 뽀샵의 세례를 받은 것으로 발랑탱은 여자아이를 보자마자 실망하고.. 그런데 그 촌구석에 있는 고성에서 행방불명된 여자아이를 찾으러 발랑탱은 과거로 가고 여자아이를 찾아 현재로 돌아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니까 한가지 주제로 주욱 가는게 아니라 각 편이 등장인물은 그대로 가면서 각각 다른 세 가지 판타지를 보여 주고 있다. 청소년용 소설이라서 설정이 촘촘하거나 설득력이 있지는 않지만 흥미롭게 읽을만한 요소는 충분하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는 이왕 과거로 갔으면 발랑탱이 1부에서 과거로 되돌려 보내준 보르자라도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그런 서비스를 해 주지는 않는다.


3부인 <브륌의 마법사> 편에서는 오래된 성이 시간의 덫이 되어 아이들이 과거로 끌려간다. 수십년전 사라졌던 아이가 현재로 돌아오자 마자 순식간에 늙어 버리는 장면은 조금 안타까웠다.

낯선 문화

《지옥에서 온 여행자》은 그냥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런데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낯선 장면들이 생각할 바를 던져 준다. 우선 발랑탱과 보르자의 관계. 소설에서 발랑탱은 14살인데 보르자는 1480년에 태어나 1519년에 죽었다고 하니 39살이다. 무려 25살 차이인데도 불구하고 보르자를 사랑하는 발랑탱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거의 어머니 뻘인데.. 블루 할머니가 어려지는 것도 참 특이하다. 당연히 소녀로 변신할 것 같은데 소년으로 변신한다. 나이가 어려지는 설정은 많이 봐왔지만 성별까지 바뀌면서 어려지는 설정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3부에서 블루 할머니와 앙젤의 할아버지가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장면도 참 낯설다. 확실히 프랑스 정도 되니 사람을 사랑하고 성적인 관계를 맺는데 나이 때문에 생기는 편견이 없는 것 같이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 같다. 만약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이었다면, 좀 상상하기 힘든 장면인 듯 하다. 아.. 내가 확실히 머리가 좀 굳은 것인지..


★★★★

대단한 철학이나 설정의 재미가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그냥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내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그런데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단지 열네 살 프랑스 소년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건 좀 쉽지 않았다. 워낙 뒤죽박죽인데다 지멋대로 감정이 움직이니 그렇게 사랑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문화 차이로 인해서 생긴 낯선 느낌은 인간관계, 특히 나이에 따른 관계에 대해서 좀 고민을 해 볼 여지를 남겨 주었다.


가볍게 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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