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자도서] 불편한 편의점 리더스원 큰글자도서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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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판타지
좀더 끌고 가야 할텐데 멈칫멈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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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죄송할 건 없고요… 좀 불편하네요."
"어쩌다 보니... 예, 불편한 편의점이 돼버렸습니다."
사내의 솔직한 고백에 헛웃음이 나왔다. - P144

인경은 대화를 많이 해야 기억이 활성화되니 앞으로 자신과 새벽마다 수다를 떨자고 제안했다. 사내는 갸우뚱해하다가 마지못해 알았다고 답했다. - P155

어떤 글쓰기는 타이핑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오랜 시간 궁리하고 고민해왔다면, 그것에 대해 툭 건드리기만 해도 튀어나올 만큼 생각의 덩어리를 키웠다면, 이제할 일은 타자수가 되어 열심히 자판을 누르는 게 작가의 남은 본분이다. 생각의 속도를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가 되면 당신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 P163

"장사는... 내가 좋아하는 거... 파는 게 아니야. 남이 좋아하는거… 파는 거지."
"남들도 좋아한다니까?"
"매출은... 거짓말을 안 해."
"흥. 두고 보시지."
민식은 콧김을 뿜고는 편의점 문을 세게 밀고 나갔다. - P190

사내는 타깃에게 미친놈이라고 했지만 곽이 보기엔 아주 경우가 밝고 요즘 사람 같지 않게 의협심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또한 골프장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부동산에도 관심이 있었다. - P203

우리같이 돈도 힘도 없는 노인들은 발언권이 없는 거야. 성공이 왜 좋은 줄 아나? 발언권을 가지는 거라고. - P212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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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영숙 여사가 가방 안에 파우치가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기차는 평택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문제는 어디서 그것을 잃어버렸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파우치를 잃었다는 현실보다 감퇴되는 기억력이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 P7

전화를 끊고 나자 기분이 묘했다.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동물의 음성 같은 어눌한 말투는 그가 노숙자임을 확신케 했다. 무엇보다 ‘갈 데도・・・・・・ 없죠‘라는 말뜻으로 보나, 공중전화가 분명한 02 번호로 보나 그는 휴대폰이 없는 노숙자가 분명했다. 염 여사는 잠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갑을 돌려준다는데도 뭔가 불안하고 다른걸 요구할까 두려움이 번졌다. - P9

"네."
"재밌는 사람이야. 경우가 있어서 노숙자라고는 믿기지가 않
"제가 보기엔 그냥 노숙잔데… 지갑에 혹시 없어진 거 있나 보세요."
염 여사가 파우치를 열고 살폈다. 모든 게 그대로다. - P23

버스를 타고 홀로 돌아오는 길에 염 여사는 편의점 직원들을 떠올렸다. 지지리도 말 안 듣는 아들놈과 오지게도 잘난 딸년보다 요즘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가족 같고 편하다. - P31

염 여사는 편의점으로 돈을 왕창 벌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매출이 줄어 망한다면 직원들이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이 걱정될 뿐이다. 하지만 이토록 경쟁이 심한 줄은 몰랐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 P34

독고 씨가 씨익 웃어 보였다.
"두 명까진・・・・・・ 끄떡없어요." - P71

선숙에겐 단순 명쾌한 하나의 금언만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 전문용어로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것이었다. - P87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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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단념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 결과가 쓰라린 것일지라도 마지막까지 파헤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 P357

악? 순수한 의미에서 악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탄도 원래는 천사였다. 다만 무지한 인간이나 비뚤어진 인간, 불행한 운명의 희생자들이 있을 뿐이다. - P358

두 시간 후, 드디어 변장이 완성되었다. 레인이 의자에서 일어나자 페리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자기가 또 다른 자신을 바라보는 놀랍고 믿기 어려운 전율을 맛보았다. 더욱이 레인이 입을 열자 목소리마저도 페리 자신과 똑같았다. 입술의 움직임이 꼭 같았기 때문이었다. - P378

경감은 사진첩을 제쳐놓더니 하품을 하며 말을 이었다.
"당신도 레인 씨의 수법을 잘 알고 있지 않소, 브루노. 자신이 확신을 할 때까지는 절대로 입을 떼지 않는 사람이니 그냥 맡겨두는 수밖에는 없어요." - P396

"실패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실패했습니다."
레인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 나는 단념해야겠습니다. 애써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경감과 브루노는 할 말을 잃은 채 물끄러미 레인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로서는 더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 P400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드루리 레인은 해터 저택을 나온 뒤부터 사건과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렸다. 햄릿 저택에서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섬 경감과 브루노 검사도 그 후로는 레인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 P406

브루노는 경감이 퉁명스레 끼어들까 봐 재빨리 말을 이었다.
"물론, 우리도 그건 압니다. 하지만 레인 씨, 아무래도 우리는 당신이 우리가 모르는 어떤 사실을 알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을......."
.
.
한참 후에 레인은 한숨을 짓고 나서 두 방문객을 돌아다보았다.
"그렇습니다." - P410

당신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해터 부인을 살해하는 데 쓰인 흉기가 그처럼 뜻밖의 것이어서 어리둥절하셨을 겁니다. 만돌린이었으니 말입니다! 이건 대체 어째서 그럴까요? - P440

이 사건 전체는 실로 Y의 비극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Y란 요크 해터가 소설의 줄거리 속에서 자신을 지칭했던 줄임말입니다. - P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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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그것참 재미있군요. 좋아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그 문제는 접어두죠. 하지만 그렇더라도 당신의 보증인이 되어줄 사람은 있겠죠? 바버라 양 말고 말이오."
"아뇨..., 아무도 없습니다."
페리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친구가 아무도 없으니까요..." - P254

6월 7일 화요일. 이날은 뉴욕의 각 신문사 기자들에겐 매우 바쁜 하루였다. 보도 가치가 큰 취재거리가 두 가지나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살해당한 에밀리 해터의 장례식 건이었으며 또 하나는 그녀의 유언장 발표 건이었다. - P256

"또 하나의 선은 지금 당장은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단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매우 터무니없어 보이고 믿기도어려운 것인데도 지극히 논리적이라는 것입니다." - P276

독이 든 배를 발견하면 경찰은 당연히 범인의 본래 목적이 루이자를 독살하려는 것이었다고 볼 것이므로 해터 부인은 그야말로 우발적으로 살해당한 것으로 간주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범인의 진짜 목적은 이루어지는 셈이죠. - P282

만돌린은방어용 흉기로 가지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 공격용 흉기로 가지고 들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필요할 경우에 사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용하기로 작정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다른 흉기여선 안 되었던 겁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흉기는 반드시 만돌린이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 P288

어떻습니까, 잉걸스씨? 바닐라와 같은 냄새가 나는 독극물이 있습니까?"
독물학자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독소나 독물에는 그런 것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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