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단념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 결과가 쓰라린 것일지라도 마지막까지 파헤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 P357
악? 순수한 의미에서 악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탄도 원래는 천사였다. 다만 무지한 인간이나 비뚤어진 인간, 불행한 운명의 희생자들이 있을 뿐이다. - P358
두 시간 후, 드디어 변장이 완성되었다. 레인이 의자에서 일어나자 페리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자기가 또 다른 자신을 바라보는 놀랍고 믿기 어려운 전율을 맛보았다. 더욱이 레인이 입을 열자 목소리마저도 페리 자신과 똑같았다. 입술의 움직임이 꼭 같았기 때문이었다. - P378
경감은 사진첩을 제쳐놓더니 하품을 하며 말을 이었다. "당신도 레인 씨의 수법을 잘 알고 있지 않소, 브루노. 자신이 확신을 할 때까지는 절대로 입을 떼지 않는 사람이니 그냥 맡겨두는 수밖에는 없어요." - P396
"실패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실패했습니다." 레인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 나는 단념해야겠습니다. 애써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경감과 브루노는 할 말을 잃은 채 물끄러미 레인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로서는 더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 P400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드루리 레인은 해터 저택을 나온 뒤부터 사건과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렸다. 햄릿 저택에서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섬 경감과 브루노 검사도 그 후로는 레인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 P406
브루노는 경감이 퉁명스레 끼어들까 봐 재빨리 말을 이었다. "물론, 우리도 그건 압니다. 하지만 레인 씨, 아무래도 우리는 당신이 우리가 모르는 어떤 사실을 알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을......." . . 한참 후에 레인은 한숨을 짓고 나서 두 방문객을 돌아다보았다. "그렇습니다." - P410
당신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해터 부인을 살해하는 데 쓰인 흉기가 그처럼 뜻밖의 것이어서 어리둥절하셨을 겁니다. 만돌린이었으니 말입니다! 이건 대체 어째서 그럴까요? - P440
이 사건 전체는 실로 Y의 비극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Y란 요크 해터가 소설의 줄거리 속에서 자신을 지칭했던 줄임말입니다. - P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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