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영숙 여사가 가방 안에 파우치가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기차는 평택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문제는 어디서 그것을 잃어버렸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파우치를 잃었다는 현실보다 감퇴되는 기억력이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 P7
전화를 끊고 나자 기분이 묘했다.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동물의 음성 같은 어눌한 말투는 그가 노숙자임을 확신케 했다. 무엇보다 ‘갈 데도・・・・・・ 없죠‘라는 말뜻으로 보나, 공중전화가 분명한 02 번호로 보나 그는 휴대폰이 없는 노숙자가 분명했다. 염 여사는 잠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갑을 돌려준다는데도 뭔가 불안하고 다른걸 요구할까 두려움이 번졌다. - P9
"네." "재밌는 사람이야. 경우가 있어서 노숙자라고는 믿기지가 않 "제가 보기엔 그냥 노숙잔데… 지갑에 혹시 없어진 거 있나 보세요." 염 여사가 파우치를 열고 살폈다. 모든 게 그대로다. - P23
버스를 타고 홀로 돌아오는 길에 염 여사는 편의점 직원들을 떠올렸다. 지지리도 말 안 듣는 아들놈과 오지게도 잘난 딸년보다 요즘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가족 같고 편하다. - P31
염 여사는 편의점으로 돈을 왕창 벌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매출이 줄어 망한다면 직원들이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이 걱정될 뿐이다. 하지만 이토록 경쟁이 심한 줄은 몰랐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 P34
독고 씨가 씨익 웃어 보였다. "두 명까진・・・・・・ 끄떡없어요." - P71
선숙에겐 단순 명쾌한 하나의 금언만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 전문용어로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것이었다. - P87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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