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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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태풍 속에서 만난 고등학생

고사카 쇼고는 잡지사 기자이다. 태풍이 휘몰아치는 날, 치바현을 운전하며 지나던 중 자전거가 펑크나서 옴짝달싹 못하는 이나무리 신지를 만나 차에 태워준다. 도쿄를 향해 가던 중 덜컹거리는 차. 사람을 친 것이 아닌가 걱정되어 살피니 폭우 때문인지 도로의 맨홀이 열려 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가려 하는데, 맨홀 옆에서 아이들이 쓸 법한 노랑 우산을 발견한다. 근처에 사는 다이스케라는 일곱 살 소년의 우산인데 실종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폭우에 휩쓸려 맨홀로 빨려들어간 것 같다.


그저 단순한 사고사라고 생각하는 고사카. 그런데 신지는 직접 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장면들을 설명한다. 아이가 부르던 강아지의 이름을 알고 있다든지, 빨간색 포르쉐를 몰던 두 남자가 맨홀 뚜껑을 열어 놓았다든지. 신지가 설명하는 것을 듣던 고사카는 처음에는 신지가 맨홀을 열어 놓은 범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지는 자신이 물건을 만지면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을 볼 수 있고, 사람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라고 설명한다. 반신반의하는 고사카. 하지만 오랫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내밀한 과거사까지 줄줄 읊어대는 신지를 보니 믿지 않을 수도 없다.


사고가 있은지 6개월 후, 신지의 외사촌 형이라고 하는 오다 나오야가 잡지사로 찾아 온다. 나오야가 말하기를 고사카에 대해서 신지가 했던 말은 모두 추리에 의해서 초능력이 있도록 믿게 하는 것이었으므로 신지를 믿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로부터 얼마 후 신지를 만나니 신지는 나오야 역시 자신과 같은 초능력자이며 자기보다 능력이 더 강력하고 심지어는 텔레포테이션까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지와 나오야는 초능력자일까? 아니면 신지는 그저 치기어린 사기꾼일까? 그즈음 고사카가 근무하는 잡지사로 배달된 아무것도 씌여있지 않은 여섯 통의 편지와 한(恨)이라고 씌여있는 일곱 번째 편지는 어떤 의도로 누가 보낸 걸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물과 사건 속에서 고사카는 진실을 쫒기 시작한다.


미야베 미유키 宮部みゆき 1960 ~ . 일본의 소설가


처음 읽은 미야베 미유키 소설

일본 소설은 드문드문 읽는 편이었는데 최근에 꽤 많이 읽고 있다. 좀 읽는다 해도 다양하게 읽지는 않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꽤 많이 읽으면서 다른 작가의 책은 한두 권 정도 읽는 정도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서점의 서가를 훑어 볼 때 이름이 눈에 익어 있었고, 《모방범》이나 《솔로몬의 위증》같은 책을 썼다는 점 정도만 알고 있었다. 눈에 자주 띄었지만 그의 작품을 읽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나. 너무 두꺼웠기 때문이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보통 끝까지 읽어야 하는데 3권짜리 소설은 너무 부담스럽다. 언제 한 번 읽어보기는 할 생각이었는데 책장에 《용은 잠들다》가 꽂혀 있다. 도대체 언제 사놓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왕 눈에 띄었고, 썩 두껍지도 않으면서 한 권짜리 소설로 큰 부담이 없어서 읽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일본 추리 + SF 소설

《용은 잠들다》는 열린 맨홀에 한 아이가 빠져 죽는 사건이 발단이 되어 여러 사건과 인물들이 얽히는 추리소설이다. 처음에는 맨홀을 열어놓아서 아이를 죽게 만든 범인들을 초능력을 이용해 잡는데 초점이 맞춰지는 듯 하더니, 초능력을 가진 또다른 청년이 나타나면서 인물들의 관계와 정체가 오리무중에 빠진다. 거기에 의도를 알 수 없는 편지가 고사카에게 배달되면서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소설 초반에는 신지와 나오야가 정말 초능력자인지 아니면 나오야의 말대로 신지가 고사카를 속이고 있는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 와중에 맨홀 뚜껑을 연 범인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고사카가 받은 아무것도 씌여지지 않은 편지와 한(恨)이 씌인 일곱 번째 편지, 노(怒)가 씌인 여덟 번째 편지로 궁금증이 옮아간다. 그러더니 전혀 뜬금없이 3년 전 헤어져서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던 고사카의 옛 애인 사에코가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야기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형적인 추리물인 것 같지만 그 사이에 두 명의 초능력자가 끼여 들면서 얘기는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는데, 좀 더 강력한 초능력자인 오다 나오야가 악한 마음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안심하고 책을 읽어나갈 수가 없다.


사이코메트리는 사물의 기억을 읽어내는 초능력을 말한다.


적절한 사건배치와 밀도있는 플롯

사실상 주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편지와 사에코 사건이 추리가 필요한 사건인데 추리과정이 어렵지는 않다. 정황상 범인이 눈에 잘 보이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 시시하지는 않다. 다양한 사건이 펼쳐져 있고, 주요 등장인물의 주변에 배치되어 있는 인물들도 개성이 잘 살아 있다. 흔히 초능력자와 기자의 조합을 생각하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혜로운 초능력자와 그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환상의 파트너를 예상하기 쉬울텐데, 신지는 열일곱 살 나이에 걸맞게 혈기는 왕성하지만 미성숙해서 오히려 사건해결을 망치기 일쑤이고 고사카는 멋진 해결사가 되기보다는 그저 도움이 필요하고 영문도 모른채 사건에 끌려다니기만 한다. 결과적으로 멋진 초능력자와 해결사의 면모를 보이는 것은 나오야이다.


여러 사건이 짜임새있게 배치되어 있어서 지루해질 때쯤 새로운 사건을 던져 놓고 그 사건들을 이리저리 엮어 놓았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아무래도 그동안 많이 읽었으면서 미야베 미유키와 마찬가지로 추리소설을 기본으로 소설을 쓰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게이고의 소설이 성근 망으로 큰 물고기만 낚는다고 한다면, 미야베 미유키의 《용은 잠들다》는 저인망식으로 훑어가는 느낌이다. 게이고가 하나의 사건을 던져 놓고 계속해서 그 사건만 쳐다보고 일직선으로 달린다면, 미야베 미유키는 이곳저곳 함정을 파놓아서 피하면서 삐뚤빼뚤 목표를 향해 나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미야베 미유키 쪽이 이야기에 밀도가 좀더 있어 보인다고 해야 할까?


★★★★

비록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요소를 잘 배치해 놓았다. 초능력자라고 해서 모든 사건을 말끔히 해결하는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치명적인 약점을 설정해 놓아서 자칫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될 수 있는 여지를 없앤 것도 좋은 장치다. 무엇보다 흡입력이 뛰어나 끝까지 읽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어 금세 읽을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평작보다는 낫고 명작보다는 좀 떨어진다. 앞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좀더 찾아서 읽어 보려고 한다.


재미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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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방정식 오일러 공식
데이비드 스팁 지음, 김수환 옮김 / 동아엠앤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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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걸 어떻게?

나는 문과대 출신이다. 대학에 진학한 후 머리아픈 수학문제를 더 이상 풀지 않아도 된다는 걸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고등학교 때는 쳐다보지도 않던 상대성이론이나 양자론같은 물리학에 관심이 가더니 수학에도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건 마치 초등학교 졸업 후 서예를 하지 않게 되어서 좋아하다 뒤늦게 도장 공부 한답시고 서예공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모순적이다. 수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그나마 읽으면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암호, 소수에 관한 흥미로운 주제가 많은 수론을 가장 좋아한다.


이런 나에게 오일러는 이름은 많이 들어 봤지만 도대체 뭘 한 건지는 제대로 모르는 이름만 위대한 수학자이다. 겨우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나 말년에 거의 눈이 멀었다든지, 논문을 엄청나게 많이 냈다는 정도가 오일러에 대해 아는 전부이다. 그리고 흔히 오일러의 공식이라고 하는 자연상수 'e'와 허수 단위 'i', 원주율인 'π'와 1, 0으로 이루어진 식을 알고 있다. 이해하는게 아니다. 그냥 알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 식은 아무리 봐도 정말 멋지고 신기하다. 가장 유명한 유리수 두 개인 π와 e, 곱셈과 덧셈의 항등원인 1과 0, 가장 유명한 허수인 i, 이렇게 다섯 개를 엮어 만든 식이라니.. 저 식에는 마치 아무 상관없이 만들어진 다섯 대의 차가 합체해서 한 대의 슈퍼로봇이 되는 것같은 짜릿함이 존재한다.《신의 방정식 오일러 공식》은 이렇게 짜릿한 오일러 공식을 이해해 보고 싶어서 집어든 책이다.



다섯 개의 수를 핑계로 살펴보는 수학의 역사

오일러의 공식을 이해하고 싶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뭘 이해하고 싶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공식이 어떻게 도출되는지 알고 싶었던 걸까? 오일러 공식의 엄밀한 증명방법을 알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언뜻 보기엔 멋져 보이지만 수학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 등식이 수학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알고 싶었던 걸까? 내 궁금증을 뒤로 하고 《신의 방정식 오일러 공식》은 기본적인 방향으로 달려간다. 각 숫자의 역사와 그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초반을 할애한다.


우선 지수의 밑인 자연로그 'e'는 복리를 이용하여 설명한다. 자연로그가 뭔지 몰랐었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이해했다. 원주율 '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복소평면에 대항 설명없이 허수 단위인 'i'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 와중에 유리수와 무리수에 대해서도 다루고 초월수(e와 π는 초월수인데 초월수에 대해 개념을 잡은 건 이 책을 읽은 중요한 소득 중 하나이다)와 대수적인 수에 대해서도 알려 준다. 무한을 다루니 칸토어가 등장하지 않을 도리가 없고 칸토어를 숭배했던 힐베르트 역시 언급된다. 즉, 오일러 공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전 지식을 설명하는데 책의 앞 부분을 설명한다. (아직까지도 나를 괴롭히는 제논도 등장하신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 수하자인 오일러의 생애에 대해서도 다룬다.


데이비드 스팁 David Stipp. 미국의 의학, 생물학 전문기자


계산은 최대한 피하지만 쉬운 건 아니다

저자는 오일러 공식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지식을 함께 설명한다. 계산을 하는 과정은 따로 없기 때문에 머리가 크게 아플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면 오산. 많은 사람들을 절망하게 하는 삼각함수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 들어서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오일러 공식 어디에 삼각함수가 끼어들 틈이 있었던 건지.. 하나하나 따라가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넘어가면 뒷부분이 뒤죽박죽이 되기 때문에 만만치는 않다. 게다가 읽는 동안은 이해한 것 같더라도 누군가에게 설명을 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없으니 책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 없고 오일러 공식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해야겠다.


레온하르트 오일러 Leonhard Paul Euler 1707 ~ 1783. 스위스 출신의 수학자.


★★★★☆

수학은 나에게 있어 이해하지 못하는 현대미술과 비슷하다. 이해는 못해도 맛이라고 보고 싶은 심정이다. 그나마 미술보다 나은 것은 어떻게든 따라가다 보면 이해가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아서 잠깐씩 지적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수학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리 만무할 것이다. 수학 관련 전공을 하는 사람이라면 너무 쉬워서 시시할 것 같다. 즉,《신의 방정식 오일러》은 딱 나같은 사람, 수학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교양수준으로 수학을 보는 사람에게 적당한 책이다. 특히,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을 가진 오일러 공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것을 권한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다시 읽어봐야겠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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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 전에 약속 하나 할까요? 공연이 끝났을 때 귀찮아지지 않게."
"어떤 약속인지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요."
"오늘 하루만 친구로 지내자는 겁니다. 오늘만 같이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는 거예요. 이름도, 주소도, 쓸데없는 신상 정보나 시시콜콜한 부분도 밝히지 말고, 그냥……."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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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바오밥나무 수령이 5천 년이라고 했잖아."
"그랬지."
"그럼 저 나무들 중에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 때 저기서 있던 나무가 있겠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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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6
로이스 로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비룡소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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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사랑을 받는 소년

맷티는 숲속마을에 살고 있다. 이 마을은.. 말하자면 피난처와 같은 곳이다. 마을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다른 마을에서 이 마을로 찾아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숲은 마을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숲에서 길을 잃어 헤매다가 숲의 넝쿨에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맷티는 숲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듯, 숲이 방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숲을 지나다녀야 하는 심부름은 맷티의 몫이다. 그래서 맷티는 '메신저'다.


숲속마을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마을은 '지도자'뿐만 아니라 맷티와 함께 사는 맹인 아저씨인 '보는자', 맷티의 현명한 선생님인 '조언자'까지, 다른 마을에서 각자의 사정 때문에 도망치거나 쫒겨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정착하여 평화로이 사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 난민이 너무 많아져서 불안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아졌고, 마을의 선생님인 '조언자'가 의외로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무리의 리더가 된다. 갈등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그즈음 맷티는 우연히 자신에게 생명을 치유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음을 알아챈다.


로이스 로리. 1937 ~ . 미국의 소설가


루이스 로리가 쓴 SF 4부작 중 세 권째

우연히 알게 되어 읽기 시작한 《기억전달자》와 《파랑채집가》의 뒤를 잇는 로이스 로리의 세 번째 SF 소설이다. 근미래(<모비딕>이 아직 남아 있다.)인듯한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다. 첫 두 권은 각각 주인공인 조너선과 키라가 자신의 마을을 탈출하는 내용이다. (정확히 키라는 탈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탈출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 권째에서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이전의 세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롭고 행복한 숲속마을이 배경이다. 숲속마을은 앞의 두 마을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없다.


앞선 두 작품의 주인공처럼 맷티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그것도 숲의 방해를 받지 않는 능력과 소설 초반부에서는 숨겨져 있는 치유의 능력 두가지이다. 이 능력들이 어떻게 표현되는가 따라가 보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이다. 작품 초반에 부각되는 또 하나의 궁금증은 '거래'에 관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정기적으로 '거래'를 한다. 맷티의 친구인 라몬은 부모님이 '거래'해서 가져온 게임기를 갖고 논다. 이 게임기가 슬롯머신이라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그런데 그 거래에서 슬롯머신 대신 주고 온 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맷티는 거래장에 갈 때까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독자도 역시 모른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 또다른 재미이다.


전작의 충실한 후일담

《메신저》를 처음 읽을 때, 배경이 되는 숲속마을이 전편인 《기억전달자》와 《파랑채집가》에서 등장했던 '그' 숲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인 맷티가 《파랑채집가》에 나왔던 '맷'이라는 꼬마라는 건 맷이 기르던 강아지인 '막대기'의 이름이 나온 후 알게 되었고, 맷티와 함께 사는 '보는자'가 《파랑채집가》의 주인공인 키라의 눈먼 아버지라는 것도 뒤늦게 알아차렸다. 마을을 다스리는 '지도자'가 《기억전달자》의 조너선이라는 것까지 알고 나니 궁금했던 이전 작품들의 주인공들의 후일담을 알게 되어 즐겁다. 앞선 두 작품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고 나가니 이제야 이 소설들이 연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사실 앞 두 편은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여서 상당히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만큼은 확실히 해소되었다.


플롯도 엉키고 개연성도 없는 뒤죽박죽 세계관

아직 네번째 권인 《태양의 아들》을 읽지 않은 시점에서 바라 볼 때, 로이스 로리의 바라볼 때, 로이스 로리의 SF 시리즈의 세계관은 일관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의 구성은 만족스럽지 않다. 첫권 《기억전달자》만 읽었을 때는 독자적인 디스토피아 세계관과 그 셰계관 속에서 고군분투하던 조너선의 모습에 응원을 하며 감탄했었는데, 《파랑채집가》에서는 전혀 다른 마을의 모습에 생경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메신저》에 와서 두 권의 인물을 모두 합쳐 놓으니 이게 같은 세계관 속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이질감이 있다. 《기억전달자》와 《파랑채집가》, 그리고 《메신저》의 세계에 대한 묘사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기억전달자》에서는 조너선의 능력이 꽤 설득력이 있었는데, 《파랑채집가》의 키라의 능력은 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고, 《메신저》의 맷티에 와서는 뜬금없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숲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죽음을 당하거나 자신의 '인격'을 거래한다는 설정은 기발하긴 하지만 개연성없이 배치된 것 같다. 맷티가 숲의 미움을 받는 이유도 딱히 없어서 단지 키라를 데려 오는데 장애물을 만들기 위해 그냥 집어넣은 설정같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멋진 소설이었던 《기억전달자》까지 후속 작품들 때문에 빛이 바랜 느낌이다.


전편에서 안식의 상징이었던 숲이 《메신저》에서는 공포의 상징으로 변한다.


숲과 치유력의 등가교환?

이전 소설에서 숲은 안식처이며 피난처였다. 숲으로 둘어온 도망자들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터전을 제공받았다. 하지만 《메신저》에서는 숲은 어둡고 위험한 이미지를 맘껏 뿜어낸다. 앞의 두 편에서는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었는데 《메신저》에서는 안식처였던 숲이 주인공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른다. 왜일까?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에만 신경쓰며 더이상 도망자를 받지 않기 위해 결정한 때문일까? 아니면 맷티가 자연의 순리를 어겨가며 얻게된 치유자의 능력 때문일까? 이유는 모른다. 설정과 떡밥은 난무하는데 제대로 결말을 지어주지 않는 점이 퍽 아쉽다.


★★★☆

로이스 로리의 미래 SF 4부작이라고 하는데 SF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계관이 정교하지도 않고 내부적인 개연성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근미래 평행세계 판타지 정도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쉽고 빨리 읽을 수 있지만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계속 떠오르는 소설이다. 《기억전달자》가 제일 낫고 점점 안좋아지는 중. 그래도 읽던 참이니 마지막 권인 《태양의 아들》까지 읽기는 할텐데,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결국 숲이 어째서 맷티를 거부하는지, 도대체 '거래'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최소한 세상이 이렇게 된 이유만이라도 알려주면 좋을텐데..


그냥저냥 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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