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6
로이스 로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비룡소 / 201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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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사랑을 받는 소년

맷티는 숲속마을에 살고 있다. 이 마을은.. 말하자면 피난처와 같은 곳이다. 마을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다른 마을에서 이 마을로 찾아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숲은 마을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숲에서 길을 잃어 헤매다가 숲의 넝쿨에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맷티는 숲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듯, 숲이 방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숲을 지나다녀야 하는 심부름은 맷티의 몫이다. 그래서 맷티는 '메신저'다.


숲속마을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마을은 '지도자'뿐만 아니라 맷티와 함께 사는 맹인 아저씨인 '보는자', 맷티의 현명한 선생님인 '조언자'까지, 다른 마을에서 각자의 사정 때문에 도망치거나 쫒겨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정착하여 평화로이 사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 난민이 너무 많아져서 불안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아졌고, 마을의 선생님인 '조언자'가 의외로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무리의 리더가 된다. 갈등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그즈음 맷티는 우연히 자신에게 생명을 치유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음을 알아챈다.


로이스 로리. 1937 ~ . 미국의 소설가


루이스 로리가 쓴 SF 4부작 중 세 권째

우연히 알게 되어 읽기 시작한 《기억전달자》와 《파랑채집가》의 뒤를 잇는 로이스 로리의 세 번째 SF 소설이다. 근미래(<모비딕>이 아직 남아 있다.)인듯한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다. 첫 두 권은 각각 주인공인 조너선과 키라가 자신의 마을을 탈출하는 내용이다. (정확히 키라는 탈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탈출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 권째에서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이전의 세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롭고 행복한 숲속마을이 배경이다. 숲속마을은 앞의 두 마을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없다.


앞선 두 작품의 주인공처럼 맷티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그것도 숲의 방해를 받지 않는 능력과 소설 초반부에서는 숨겨져 있는 치유의 능력 두가지이다. 이 능력들이 어떻게 표현되는가 따라가 보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이다. 작품 초반에 부각되는 또 하나의 궁금증은 '거래'에 관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정기적으로 '거래'를 한다. 맷티의 친구인 라몬은 부모님이 '거래'해서 가져온 게임기를 갖고 논다. 이 게임기가 슬롯머신이라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그런데 그 거래에서 슬롯머신 대신 주고 온 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맷티는 거래장에 갈 때까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독자도 역시 모른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 또다른 재미이다.


전작의 충실한 후일담

《메신저》를 처음 읽을 때, 배경이 되는 숲속마을이 전편인 《기억전달자》와 《파랑채집가》에서 등장했던 '그' 숲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인 맷티가 《파랑채집가》에 나왔던 '맷'이라는 꼬마라는 건 맷이 기르던 강아지인 '막대기'의 이름이 나온 후 알게 되었고, 맷티와 함께 사는 '보는자'가 《파랑채집가》의 주인공인 키라의 눈먼 아버지라는 것도 뒤늦게 알아차렸다. 마을을 다스리는 '지도자'가 《기억전달자》의 조너선이라는 것까지 알고 나니 궁금했던 이전 작품들의 주인공들의 후일담을 알게 되어 즐겁다. 앞선 두 작품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고 나가니 이제야 이 소설들이 연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사실 앞 두 편은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여서 상당히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만큼은 확실히 해소되었다.


플롯도 엉키고 개연성도 없는 뒤죽박죽 세계관

아직 네번째 권인 《태양의 아들》을 읽지 않은 시점에서 바라 볼 때, 로이스 로리의 바라볼 때, 로이스 로리의 SF 시리즈의 세계관은 일관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의 구성은 만족스럽지 않다. 첫권 《기억전달자》만 읽었을 때는 독자적인 디스토피아 세계관과 그 셰계관 속에서 고군분투하던 조너선의 모습에 응원을 하며 감탄했었는데, 《파랑채집가》에서는 전혀 다른 마을의 모습에 생경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메신저》에 와서 두 권의 인물을 모두 합쳐 놓으니 이게 같은 세계관 속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이질감이 있다. 《기억전달자》와 《파랑채집가》, 그리고 《메신저》의 세계에 대한 묘사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기억전달자》에서는 조너선의 능력이 꽤 설득력이 있었는데, 《파랑채집가》의 키라의 능력은 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고, 《메신저》의 맷티에 와서는 뜬금없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숲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죽음을 당하거나 자신의 '인격'을 거래한다는 설정은 기발하긴 하지만 개연성없이 배치된 것 같다. 맷티가 숲의 미움을 받는 이유도 딱히 없어서 단지 키라를 데려 오는데 장애물을 만들기 위해 그냥 집어넣은 설정같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멋진 소설이었던 《기억전달자》까지 후속 작품들 때문에 빛이 바랜 느낌이다.


전편에서 안식의 상징이었던 숲이 《메신저》에서는 공포의 상징으로 변한다.


숲과 치유력의 등가교환?

이전 소설에서 숲은 안식처이며 피난처였다. 숲으로 둘어온 도망자들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터전을 제공받았다. 하지만 《메신저》에서는 숲은 어둡고 위험한 이미지를 맘껏 뿜어낸다. 앞의 두 편에서는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었는데 《메신저》에서는 안식처였던 숲이 주인공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른다. 왜일까?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에만 신경쓰며 더이상 도망자를 받지 않기 위해 결정한 때문일까? 아니면 맷티가 자연의 순리를 어겨가며 얻게된 치유자의 능력 때문일까? 이유는 모른다. 설정과 떡밥은 난무하는데 제대로 결말을 지어주지 않는 점이 퍽 아쉽다.


★★★☆

로이스 로리의 미래 SF 4부작이라고 하는데 SF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계관이 정교하지도 않고 내부적인 개연성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근미래 평행세계 판타지 정도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쉽고 빨리 읽을 수 있지만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계속 떠오르는 소설이다. 《기억전달자》가 제일 낫고 점점 안좋아지는 중. 그래도 읽던 참이니 마지막 권인 《태양의 아들》까지 읽기는 할텐데,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결국 숲이 어째서 맷티를 거부하는지, 도대체 '거래'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최소한 세상이 이렇게 된 이유만이라도 알려주면 좋을텐데..


그냥저냥 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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