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사흘 전 일이었다. 정수연은 학원에서 친구들과 몰려나오는 중이었다. 이전에는 혼자 다니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일을 겪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친구가 늘어나 있었다. 단발머리가 여전히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짧은 목이나 두툼한눈꺼풀도 여전했다. 다만 움츠리고 있는 것 같던 어깨가 당당하게 펴지고 표정이 다양해져 있었다. 그러니까 정수연은, 신나게 웃어젖히고 있는 중이었다. - P133
닥터 팽이나 다른 사람에게 굳이 확인해보지 않더라도, 정수연 실종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다름 아닌 나였다. - P135
-다 닥터 때문이잖아요! 도대체 어쩌자고 그런 전화를한 거예요? 왜 내가 한 번도 오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 거죠? -난 거짓말 같은 건 한 적 없네. -뭐라고? 물론 꼬박꼬박 누가 오긴 했지. 하지만 그게 정말 자네였는가? - 무슨 말 같잖은 소릴 하는 거예요!! - 자네는 상담 받는 내내, 진실을 말했던 적이 한 번도 없지 않은가? 닥터 팽의 형형한 눈빛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 P197
닥터 팽이 옳았다. 하지만 틀리기도 했다. . 내게 누나 같은 건 없었다. 엄마도 물론 본 적이 없다. 그의 말마따나 나는 서류상으로도 현실상으로도 완벽한 외아들이다. - P217
- 도대체 진실이라는 게 뭐죠? 뭐가 현실인가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은 현실인가요? 여기 있는 내가 현실이에요? 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인 거죠?? - 자네가 믿고 싶어 하는 부분까지가 망상이고 나머지는전부 현실이지. 자네가 버리고 싶어 하는 부분, 그게 바로 진실일세.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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