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에게는 책을 싸게 사는 비결이 있다. K는 사고 싶은 책에서 몇 페이지를 곰보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찢어낸다. 그리고 다음날이나 며칠 후에 가서 그 책을 흥정한다. 그리고 페이지가 많이 찢겨져나간 책을 누가 사느냐고 배짱을 내밀어본다. 곰보는 대개 별수 없이 양보하고 만다. 집에 돌아와서 찢어낸 페이지를 다시 그 자리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이면서 K는 기분이 좋다. - P209

오늘 아침에도 그는 설사기 때문에 일찍 잠이 깨었다.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싫어서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배가 뒤끓으면서 벌써 항문이 옴찔거려서 견디어낼 수가 없었다. - P213

버스에 흔들거리며 신문사로 가면서, 그는 영감의 의견과 같이 정부측의 압력 때문에 만화 연재를 중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것은 필화사건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그는 영웅이 될 수도 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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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의 설명을 보자. 모든 분야, 심지어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도 타인의 판단은 무자비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비판을 두려워하면 자발성은 죽는다. 자신의 본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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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 P159

찾아가서 말로써 오늘 제가 먼저 가는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만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것입니다. - P193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저 자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어렴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옛날의 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옛날의 저를 오늘의 저로 끌어다 놓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하였듯이 당신을 햇볕 속으로 끌어 놓기 위하여 힘을 다할 작정입니다. - P193

토요일 오후, 제기랄, 괜히 마음이 느긋해진다. 내일 오후가 되면 이 빚을 갚아야 한다. 일요일 오후엔 별수 없이 초조해지거든. 그러니 이 토요일 오후를 실컷 이용해야 한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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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 라는 이정비(里程碑)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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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을까? 저 허술한 벽에 킴 노박의 볼을 붙이는 일. 문제는,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책상 위에서, 오려진 킴 노박의 볼을 집어들고 어디 있는지 모르는 핀을 찾고…… 그럴 만한 기운이 지금 내게 있느냐 하는 것이다. - P140

가짜를 진짜로 속여서 팔고 난 후의 상인의 심경은 대체 어떤 것일까 하고 항상 궁금하게 여겨왔는데 이번에 그걸 좀 알게 된 것 같다. 그 장사꾼은 상품을 속여서 팔았던 일을 잊어버리고 싶은 것이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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