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너는 남쪽으로 여행을 계속한다. 무향민 지하학자 통키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호아가 너의 동행이다. 너는 이제 호아가 인간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너도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 P312

너는 알고 있다. 이번 계절은그들이 예상하고 대비한 것보다 훨씬,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너도 그들의 착각을 이용해 이득을 보는 것을그만둘 생각은 없다. - P318

"네가 너무 많아."
호아가 이상한 말을 해서 너는 재빨리 화제를 바꾼다. 이제까지 통키가 네 정체를 몰랐다 하더라도 그 대화를 들으면 알아차릴 테니까.
하지만 네가 너무 많다니, 사람을 뜻하는 건가? 아니, 그건 말이 안 된다. 그럼 로가? 로가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고? 그건 더더욱 말이 안 된다. 펄크럼은 유메네스와 함께 사라졌다. - P321

모두를 쓰임새에 따라 판별하라. 지도자와 용감한 자,
다산(多産) 능력을 지닌 자와 손재주가 좋은 자, 현명한 자와 위험한 자,
그리고 그들 모두를 지킬 몇 명의 완력꾼.
- 첫번째 석판, 생존」 제9절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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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학자는 사람들이 오로진에 대해 그나마동정심을 느낄 때 떠올리는 것들의 총체다. 이상하고, 난해하고, 속을 알 수가 없고, 평범한 사람들은 모르는 신비한 지식을 갖고 있고, 불쾌하고 혼란스럽다. - P246

일주일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고 펄크럼의 일상에 익숙해지자 다마야는 나이 많은 오로진들이 발산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것은 자제력이다. 그들은 자신의 힘을 어떻게 다룰지 알고 있다. - P263

"아직 우리한테 악수도 청하지 않았지요, 지도자 아사엘? 당신은 처음 만났을 때 우리 눈을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심지어 어제 알라배스터가 이미 지적했는데도 아직도 나한테 안심차도 권하지 않았습니다. 제7대학에서 온 학자들한테도 똑같이 대하나요? 알리아의 수도관을 수리하러 온 지공학자들한테도 그래요? 당신네 완력꾼들 조합 대표한테는요?" - P289

시엔은 계속 기다린다. 아사엘이 한숨을 내쉰다.
"원하는 게 뭡니까? 사과를 받고 싶나요? 그렇다면 사과드리죠.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오로진과 사업에 대해 논하기는커녕 실제로 마주치는 경우도 드뭅니다. 그리고…" 그녀가 두 손을 펼친다. "우리가 불편함을 느끼는건… 이해할 만하지 않나요?" - P289

사람이다. 오벨리스크의 수정기둥 한가운데 사람이 박혀 있다. 꼭 호박 속에 갇힌 벌레처럼. 넓게 펼쳐진 팔다리는 꼼짝도 않고, 머리카락은 허공에서 언 눈보라처럼 수정 속에서 흩날린다. 얼굴은 잘보이지 않지만 시엔의 상상 속에서 눈은 커다랗게 뜨여 있고 입은 비명을 지르듯 벌어져 있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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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진은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땅을 움직이고 지진을 막을 수 있다. 그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이며, 젖꼭지를 빠는 갓난아기의 본능보다 더욱 강하고 절대적이다. 그리고 오로진 아이들이 생명을 잃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을수록 자신의 위험성을 인지할 나이가 되기 전에 절로 능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 P194

"두 반지 이상의 펄크럼 오로진의 자식은 오로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지. 우리는 과학적인 존재가 아니니까. 오로진이 태어나는 데에는 규칙이 없어." 알라배스터가 희미하게 웃는다. "그래서 펄크럼은 로가 사이에 태어나는 아이들을 일단 무조건 로가로 취급한다.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는 말이야." - P200

본 적도 없고 상상한 적도 없는 것이 부재한다는 사실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인간은 본시 그런 존재가 아닌 것을. 아, 세상에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 P207

난 저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없다. 우리를 좋아해 주길 바라지도 않고, 중요한 건 저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야. - P217

이게 문제다. 표현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언어 그 자체가 정확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 시엔은 자기도 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면, 언젠가, 누군가, 오로진이 사용할 수 있는 언어를 발명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언어가 이미 과거에 존재했었고 다만 잊힌 것인지도 모른다. - P219

별로 큰일은 아니지만 너는 지금 물을 원하고, 태산처럼 거대한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할지라도 오로진은 산맥 정도는 아침식사로 씹어 먹을 수 있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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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진 힘의 원리가 뭔지 아니, 다마야? 보님기관을 촉매로 이용해 운동에너지를 전이하는 거란다. 의지만으로 산을 움직이는 게 아니야. - P125

"우리는 훈련을 한다." 샤파가 거듭 말한다. "셈셰나가 그런 것처럼 우리는 조산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배우고 익히고 그 지식을 너희들을 막는 데 사용한다. 우리는 네 종족들 중에서 미살렘이 될지도 모르는 자들을 감시하고 제거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아끼고 보살피지." - P129

다마야의 손을 쥔 샤파의 아귀힘이 점점 강해진다.
"네 능력은 인지된 위험이 강하든 약하든 똑같은 방법으로 너를 보호하려 든다. 네가 얼마나 운이 좋은 아이인지 알아야 한다, 다마야. 많은 오로진이 가족이나 친구를 죽인 후에야 자기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보통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법이거든." - P134

"나한테 절대로 싫다고 하지 마라." 다마야의 살갗 위로 느껴지는 그의 말이 뜨겁다. 샤파가 몸을 바짝 붙이고 귓가에 속삭인다. "오로진은 싫다고 말할 권리가 없다. 나는 너의 수호자다. 네게서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네 손은 물론이요, 네 온몸의 뼈를 낱낱이 부러뜨릴 거다." - P137

오늘날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종에는 산제인의 피가 섞여 있다. 산제 제국은 수 세기 동안 고요 대륙을 통치했고, 그러기 위해 수많은 수단을 동원했으며 그게 항상 평화로운 방법이었던 건 아니었다. 그래서 아무리 고립된 지역에 사는 민족이라도 그들의 조상이 원했든 그렇지 않든 산제인의 특질이섞여 있기 마련이다. - P154

너는 동족을 알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오로진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냄새를 맡듯이 개처럼 동족을 추적하지 못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수호자뿐이며, 그나마 로가가 무지하거나 수호자에게 흔적을 흘리고 다닐 정도로 멍청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 P157

노드는 상급 오로진이 근역의 결함층이나 열점을 억제하기에 적절하다고 선정한 지점에 세운 일종의 감시소다. 대륙 전역에 걸쳐져 있는 이 감시소에는 펄크럼에서 훈련받은 오로진이 상주하는데, 이들의 유일한 임무는 해당 지역의 흔들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 P164

"노드에 가 본 적이 없군.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이건 또 뭔 삭아죽을?
"없죠. 내가 뭐하러 그런 델 가요?"
"그래야 하니까. 로가라면 반드시 거길 가봐야 한다."
시에나이트는 흠칫 놀란다. 아주 약간이지만 그가 말한 로가라는 단어 때문에, 펄크럼에서는 그 단어를 입 밖에 내면 벌점을 받기 때문에 거의 들은 적이 없다. - P165

"사람들이 우리를 죽이는 건 돌의 가르침이 우리가 사악하고 불길한 존재라고 가르치기 때문이야. 아버지 대지의 수족,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괴물들."
"하지만 돌의 가르침을 바꿀 순 없잖아요."
"돌의 가르침은 항상 바뀐다, 시에나이트" - P172

오로진은 힘을 합쳐 조산술을 행할 수가 없다. 그건 이미 오래전에 증명된 사실이다. 두 명의 오로진이 하나의 지진에 동일한 영향력을 미치려고 시도한다면 둘중 더 강하고 정확한 통제력을 지닌 사람이 우선권을 갖게 된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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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술의 작동 원리는 이상하다. 주변의 열과 생명을 거둬 이를 집중력인지 촉매인지 아니면 반쯤 예측 가능한 가능성이라는 뭐라 정의하기 힘든 과정을 통해 증폭시킴으로써 대지의 움직임과 열기, 그리고 죽음을 이끌어 낸다. 힘을 투입해 힘을 발생시킨다. - P110

너는 식량이 가득한 자루와 몸을 지킬 무기라곤 칼 한 자루밖에 없는 홀로 여행하는 여자다.(물론너는 그런 무력한 존재가 아니지만 악당들이 진실을 알 즈음이면 너무 늦었을 테고, 너는 오늘은 더 이상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다.) - P111

그들은 불가사의한 존재, 연금술의 산물이다.
연금술은 조산술과 비슷하여 조산술이 산(山) 그 자체를 다룬다면
연금술은 물질의 미세한 구조를 조종하고 부린다. 그들은 인류와
일종의 인척 관계에 있으며 대부분 우리가 아는 석상 형태로 출현하지만
이는 동시에 그들이 다른 형태를 취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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