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어떻게 아론이 살아 있을 수 있지? 저 인간은 염병할 불사신이냐?
이건 내 잘못이다. 아둔하고 벼락 맞을 나의 잘못이다. 내가 겁쟁이라서, 내가 나약하고 멍청한 겁쟁이라서 아론이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놈이 시장을 인도해서 이 빌어먹을 늪을 통과해 우리를 쫓아오고 있다. 내가 놈을 죽이지 않아서 놈이 날 죽이러 오고 있다. - P143

우리에게 찾아온 단 하나의 기회는 결국 기회가 아니었다.
우리는 말보다 빨리 뛸 수 없고, 이 우라지게 튼튼한 다리를 잘라낼 수도 없으니 잡힐 것이다. 벤 아저씨와 킬리언 아저씨는 죽었고 우리도 살해될 것이다. 세상은 끝날 것이고, 그게 다다. - P151

그 아이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여자아이가 말을 하고 있었다.
"내 이름, 바이올라라고." - P157

여자아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그 침묵이 주는 부담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이 아이의 머릿속에 말이 들어 있다는사실을 알아도, 직접 말을 해야만 들을 수 있으니 아무 의미가 없었다. - P164

"우린 정착민들이었어."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약 20년 전쯤 여기에 착륙해서 신세계를 세웠지. 하지만 여기에 외계인들이 살고 있었어.
스팩이지. 그들은… 우리를 원하지 않았어." - P169

"여자들은 그 세균에 면역성이 있어. 운 좋은 사람들이지." 탬이 말했다. - P189

"그건 어떻게 하는 거죠?"
"뭘 한다는 거냐?"
"소음을 납작하게 만들어서 내가 읽을 수 없게 숨기는 거요."
탬은 싱긋 웃었다. "늙은 아내에게 비밀을 숨기려고 다년간 연습한 덕분이지."
"그래서 내가 도사가 된 거야! 그이는 숨기는 데 능숙해지고, 나는 알아내는 데 능숙해지고." 앞서가던 힐디가 우리에게 소리쳤다. - P193

바이올라는 속삭이는 목소리로, 하지만 아주 격렬하게 내 질문을 싹 무시하며 말했다. "내 생각과 감정이 온 세상에 큰 소리로 끊임없이 흘러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내게 아무 생각도 감정도 없다고 생각하지 마."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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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여기에 불시착했다. 그들은 죽고 이 아이는 살았다. 이아이가 신세계의 다른 곳에서 왔건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왔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죽고 이 아이는 살았다. 이 아이는 여기서 완전히 혼자다. - P115

난 너무나 멍청한 바보다.
이 여자아이에게는 소음이 없다. 그리고 우주선을 타고 왔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소음이 없는 곳에서 왔단 소리잖아, 딱 보면 모르냐, 이 바보 멍청아.
그렇다면 이 여자아이는 여기 착륙한 후 아직까지 그 소음 세균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세균에 감염되면, 다른 여자들에게 일어났던 일이 이 아 이에게도 일어날 것이다.
그 세균이 이 아이를 죽일 것이다.
그것이 이 아이를 죽일 것이다. - P128

내가 이 아이의 소음을 들을 수 없다고 해서 이 아이도 내 소음을 들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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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여자아이가 나랑 같이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아이에겐 그럴 이유가 없고, 내가 그러자고 제안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내가서두르라고 다시 좀 더 절박하게 손짓하며 말하자 그 아이는 나를, 만시를 따라왔다. 일이 그렇게 돼서 우리는 같이 갔다. 그게 옳은 일인지누가 알겠느냐만 아무튼 그렇게 됐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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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소음은 킬리언 아저씨의 그것과 다르다. 좀 더 차분하고, 좀 더 깨끗하며, 소음이 눈에 보이진 않지만 킬리언 아저씨의 소음이 항상 불그스름하다면 벤 아저씨는 파랗게나 가끔은 초록색으로 느껴진다. 두 사람은 물과 불처럼 극과 극이지만 내게는 부모나 다름없다. - P49

나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뭘 봤어요. 늪지에서. 흠, 보진 못했죠.
그게 숨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건 마치 소음의 어느 한 부분이 찢어진것처럼…" - P53

두 사람은 다시 서로 눈길을 주고받은 후에 나를 봤다. "넌 프렌티스타운을 떠나야 해." 벤 아저씨가 말했다.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봤지만 둘 다 근심 외에 소음에서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내가 프렌티스타운을 떠나야 한다니 무슨 뜻이에요?
신세계에 프렌티스타운 말고 다른 곳은 없잖아요." - P56

벤 아저씨가 날 방에서 끌어내 뒷문으로 나가는 사이, 나는 다시 소총을 집어 들고 날 힐끗 보는 킬리언 아저씨의 눈과 마주쳤다. 아저씨의 표정과 소음에서 이건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랜 작별이란 걸 지금이 우리가 함께 하는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P64

"그 일기장 앞에 접혀 있는 지도가 있어. 내가 직접 만든 거야. 마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지기 전까진 절대 그 지도를 보지 마, 알았지? 그냥늪지로 가. 거기 가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될 거야."
하지만 아저씨의 소음에서 내가 거기 가도 뭘 해야 할지 알 거라는 확신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 P69

"저건 여자아이야." 나는 다시 말했다. 여전히 숨을 고르면서, 여전히가슴을 짓누르는 압력을 느끼면서, 여전히 꼭 쥐고 있는 칼을 앞에 내민 채로.
여자아이라.
그것은 우리가 자길 죽이기라도 할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마주 보고있었다. - P87

프렌티스타운에는 여자아이가 하나도 없다. 모두 죽었다. 여자아이들은 그들의 엄마와 할머니와 자매와 이모와 고모들과 함께 죽었다. 그들은 내가 태어나고 몇 달 후에 죽었다. 모두, 하나도 남김없이.
그런데 여기 하나가 있다. - P89

그녀가 날 보고 있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고, 내 눈을 보고 있다. 보고 또 보고 있다.
그런데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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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말문이 트였을 때 처음 알게 되는 사실은 개는 할 말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뭐든 그렇다. - P13

나는 바로 그런 온갖 일이 벌어지던, 모든 게 엉망진창이던, 스팩족의 시체들로 높이 터질 것 같고 인간의 시체들로 묘지도 남아나질 않은, 마을에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에 태어났다. 그래서 기억하는 것이 하나도 없고, 소음이 없는 세상도 기억할 수 없다. - P22

이 세상에는 그저 끊임없이 나를 덮쳐오는, 사람들과 다른 생물들이 생각하는 소음만 있을 뿐이다. 전쟁 때 스팩족이 소음 세균을 퍼뜨린 후로 쭉 그랬다. 그 세균이 남자들 절반과 여자들 전부를 죽였는데, 우리 엄마도 피해 가지 못했다. 그 세균은 살아남은 나머지 남자들을 미치게 만들었고, 광기에 사로잡힌 남자들이 총을 들면서 스팩족도 멸망했다. - P27

나는 마을의 망할 모든 주민 하나하나가 내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 그들의 소음은 홍수처럼, 타오르는 불길처럼, 하늘만큼 어마어마하게 큰 괴물이 잡으러 오는 것처럼 어디에도 숨을 곳 없는 나를 향해 언덕을 타고 흘러온다. - P34

이 교회야말로 애초에 우리가 신세계에 오게 된 이유로 매주 일요일마다 우리가 왜 죄악과 부패로 가득 찬 구세계를 떠났는지, 그리고 이 새로운 에덴동산에서 어떻게 새롭고 순결한 삶과 형제애를 시작하는 걸 목표로 했는지 아론 목사가 설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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