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종교 - 모차르트 - 바그너 - 브루크너 음악의 글 5
한스 큉 지음, 이기숙 옮김 / 포노(PHONO)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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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에 대해서 알아?

세상 모든 유명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우리는 모차르트를 잘 안다. 신동이라는 것도 알고 모차라트의 음악도 조금은 들어 봤다. 그런데 정말 모차르트를 잘 알고 있는 것 맞나? 라고 조금만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런가..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워낙 유명해서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그런 유명인들이 꽤 많다. 예를 들어 내가 모차르트의 삶에 대해서 처음 관심을 가진 건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서다. 어린애같은 경박함에 진지함이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없지만 천재적인 음악가. 그런 모차르트를 종교와 연결지어서 생각하는 건 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 책은 감히 모차르트를 종교에다 연결하려고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저명한 카톨릭 사제의 음악 강연

저자인 한스 큉 Hans Küng은 스위스의 카톨릭 사제이다. 신부님이라는 뜻이다. 신부님으로는 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데,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치다 교황이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카톨릭의 교리를 강하게 비판해서 카톨릭계에서의 교수직을 잃은 사람이다. 하지만 파문을 당하지는 않고 사제직은 계속 유지를 했다. 튀빙겐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쳤다.
더불어 굉장한 클래식 애호가이기도 한데, 이 책은 한스 큉이 유명한 세 명의 음악가인 모차르트, 바그너, 브루크너에 대한 강연을 묶어 놓은 책이다. 강연은 정확한 청중을 향해서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이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강연을 엮어 놓은 책을 좋아한다.

 

서양음악이든 동양음악이든 종교가 큰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지.

음악과 종교를 떼놓고 생각하기는 정말 힘들 것 같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신을 찬양하기 위한 음악의 형태는 있었고, 서양음악의 클래식에 한정해 봐도 모차르트 시대에는 왕이나 높은 귀족이 아니면 카톨릭의 주교쯤 되어야 대규모 음악을 의뢰할 수 있었고, 모차르트 정도 되는 천재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모차르트가 작곡한 많은 곡들이 교회와 연관된 곡이다. 그런데, 모차르트는 진심으로 그 곡들을 작곡했을까? 한스 큉은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모차르트의 곡에서 찾으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것 같은 편견은 '모차르트는 교회음악을 작곡하기는 했지만 사실은 자유로운 영혼이었다.'는 것인데, 한스 큉은 아니라고 한다.

 

꼭 종교가 모차르트까지 탐을 내야 되는 거야?

위와 같은 관점에서 한스 큉은 모차르트의 생애와 음악을 훑어 보면서 모차르트는 진정한 카톨릭 교인이었으며, 그 삶과 음악에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책을 읽어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좀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모차르트가 작곡한 곡들의 음악적 형식과 성악곡의 가사를 세세하게 분석해서 설명을 하는데.. 잘 모르겠다. 내 느낌에는 이렇게까지 해서 모차르트를 카톨릭의 범주에 꼭 넣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욕심장이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이런 얘기들을 주욱 써놓기는 했지만 글의 내용에 비판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음악과 음악가를 보는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 외에 흥미로운 주제와 분석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은 오직 첫 장의 내용이다. 그 뒤로는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에 관한 자세한 분석, 바그너의 작품인 '니벨룽의 반지'와 '파르지팔'에 대한 기독교적인 분석, 교회음악가로서의 브루크너에 대한 해석 등이다. 모두 음악가와 그들의 작품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사실 음악을 오로지 종교적으로만 분석을 한다면 결국은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종교라는 것이 원래 그런 거니까. 하지만 한스 큉은 종교인이기는 하지만 지식인이기도 하다. 억지로 음악에 종교를 입히는 것 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음악의 다양한 성격 중에서 종교성을 끄집어 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런 설명이 억지스럽지는 않다.

 

슥슥 읽히지는 않지만 골똘히 생각하면서 읽을만하다.

이 책은 포노 출판사의 음악의 글 시리즈 중 다섯번째 책이다. 포노 출판사는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출판사이긴 하지만 음악의 글 시리즈 책은 읽기 만만하지는 않다. 그리고 사실 상당히 마이너하다. 그리고 음악이나 음악사에 관심이 없다면 읽는 재미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마치 이순신 장군에 열광하는 사람이 난중일기를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이 책도 그렇다. 모차르트는 알지만 대관식 미사는 모르고, 바그너와 브루크너는 익숙하지 않다면 읽는 재미가 별로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클래식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그냥 듣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기는 어렵고, 좀 깊이있게 음악을 듣는 사람은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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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역사 바로잡기 - 가람역사 41 조선사회사 총서 7
이상태 지음 / 가람기획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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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정호 자료를 찾다가 발견한 책

 

책을 좀 즉흥적으로 읽는 편이라 원래 뜻하지 않게 읽는 책들이 꽤 많이 있다. 이 책도 그렇다. 처음에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제작에 관한 내용이 궁금해서 가지고 있던 몇십년전 잡지인 범우사의 역사산책에서 상세한 글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글을 쓴 저자가 이상태 교수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이 분은 어릴 때부터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다. 국사편찬위원회에 계셨고, 고지도 부분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 중에 한 분이시기 때문에 독도나 간도 등 옛 영토에 관해서 관심이 많으신 분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더 검색을 해 보던 중 이 분이 쓴 책 중에 관심을 끌만한 책이 있어서 바로 주문을 해서 읽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절판 중이라 알라딘의 중고서점을 이용해서 구했다.

 

 

우리가 몰랐거나 잘못 알았던 우리의 역사를 밝힌다

 

책의 내용은 책의 제목과 거의 같다. 김정호가 옥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세히 알기 위해 이 책을 읽은 것처럼 이 책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잘 모르고 있던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 근거가 되는 사료와 함께 밝혀 놓았다. 1부는 조선의 인물, 2부는 조선의 역사, 3부는 조선의 땅이라는 제목인데, 각 부마다 열 개 남짓의 글이 있어서 총 서른 개 정도의 글이 주제별로 있다. 각기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3부 조선의 땅은 저자의 전공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찾기 힘든 굉장히 세부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자세하면서도 어렵지 않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가 역사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던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이면서 국사편찬위원회, 문화재관리국 등에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연구자들에 비해서 역사적인 사료를 충분히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모든 역사적인 궁금증을 자세한 역사적 사료와 함께 설명을 하고 있으니 역사를 서술하는데 있어서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읽는 재미 또한 놓치지 않았는데, 저자가 저자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학생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쉽게 풀어서 글을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재미도 있다. 특히 사도세자의 죽음을 다룬 장은 사도세자의 보좌관이었던 이광현의 일기를 바탕으로 현장감있게 써서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평소에 인조에 의해서 독살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던 소현세자에 대한 부분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제는 많이 바로잡힌 역사

날짜를 보니 2000년도에 출간한 책이다. 거의 20년 가까이 된 책이다. 그러니까 절판도 되었을테고..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 중 많은 것들이 이미 상식이 되어 버렸다. 오랫동안 왜곡되어 있었던 조선의 역사가 조선왕조실록이 완전히 번역이 되고, 이런 책들과 글들이 많이 나옴으로써 많이 바로 잡혔기 때문이다. 이 책이 나온지 꽤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내용 또한 많다. 역사를 공부하는 학자들이 좀더 연구해야 결론이 나올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어쨌든.. 이 책이 나왔을 시점에서는 잘못알고 있었던 것들이 지금이 상식이 되어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친구들하고 역사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 보면 의외로 정말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니 놀랍기는 하지만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좀 흥미있게 접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할 만하다. 특히 철저하게 사료를 분석하고 고증하면서 역사를 다루는 태도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태도에 대해서 이해를 한다면 흔하게 퍼져 있는 사이비 역사학에 매료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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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 세트 - 전6권 열린책들 세계문학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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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시적 추억으로 다시 사게 된 천일야화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경험이 있겠지만, 아주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이나 노래를 다시 보고 듣고 싶은데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찌저찌해서 찾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것도 있다. 나에게도 그런 얘기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어떤 왕자가 지하실에 있는 일곱 개의 조각상 중 비어있는 하나의 여인 조각상을 채우기 위해서 모험을 하다가 (누군지 모를 사람에개) 완벽한 여인을 찾아서 데려 오면 그 조각상을 얻을 수 있다는.. 그런 내용의 이야기가 있었다. 여인을 찾아 바치러 가는 도중에 사랑에 빠지고 약속 때문에 그 여자를 바치기는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지하실에 가 보니 그 여자가 단위에 있었다는.. 그런 얘기다.
어쨌든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읽었을성 싶은 이걸 다시 읽고 싶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가 활동하던 동호회 게시판에 올려 놓으니 답이 나왔다.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얘기라고 한다. 바로 주문을 하고 그 얘기부터 확인했다. 이 얘기는 6권의 맨 마지막에 부록으로 붙어 있는 제인 알라스남 왕자 이야기였고, 겨우 27페이지짜리 단편을 읽기 위해 여섯 권 전체를 사버린 것이다. 그리고 책장에 썩혀 놓고 있었다. 여섯 권, 2,200페이지는 참 길었기 때문이다.

Antoine Galland(1646 ~ 1715, 프랑스)

 

 

 

목숨을 걸고 낚시질을 하는 셰에라자드

천일야화, 아라비안 나이트의 처음 내용이야 모른 사람이 없을 것이다. 결국은 여자를 불신하게 된 왕(술탄이라고도 한다)인 샤리아가 처녀들과 하룻밤만 함게 보낸 후 모두 처형을 해 버리자 대재상의 큰 딸인 셰에라자드는 자원하여 샤리아의 침소로 들게 되고, 함께 있게 된 동생 두냐자드는 셰에라자드에게 얘기를 들려 달라고 한다. (이건 물론 셰에라자드의 계략이다.) 왕의 허락을 받고 얘기를 시작한 셰에라자드는 왕이 궁금해 할만한 시점에서 적절하게 얘기를 끊어버려서 하루하루 자신의 목숨을 이어나간다. 목숨을 건 낚시질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낚시질은 천 하루동안 이어진다.

 

 

 

 

 

 어릴적 꿈의 아이템. 알라딘의 요술램프.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이렇게 시작한 얘기를 읽기 시작한 나도 왕이 되어 낚이고 있는 기분이었다. 얘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얘기 속의 인물이 또 얘기하고.. 또 그 속의 인물이 또 얘기를 하고.. 기본적으로 얘기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에 술술 읽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천일야화를 읽으면서 제일 즐거웠던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읽었지만 기억의 밑바닥에 어렵풋이 저장되어 있던 여러가지 얘기들을 되새길 수 있는 점이었다. 왠지 어릴 적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 나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두근거리면서 책을 읽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특히 어렴풋이 기억은 하고 있는데 연원을 몰랐던 얘기들이 책 속에서 많이 튀어나오니 마치 숨겨두었던 보물상자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자파. 애니메이션에서는 악역이지만 소설에서는 유능한 대재상이다.

 

 

 

 

우리의 영원한 친구, 신드바드, 알라딘, 알리바바

역시 천일야화에서 가장 친근한 사람이라면 이 세 인물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의 얘기가 제일 재미있기도 하다. 하지만 책의 해설을 보니 이 세 사람의 얘기는 앙투안 갈랑이 쓰기 전에는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얘기여서 갈랑의 창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내가 봐도 다른 이야기들과 좀 이질감이 들기는 하다. 특히 알라딘의 이야기는 이야기의 구조가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질질 끌지 않고 딱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알리바바 얘기는 정말 잔혹하다. 신드바드는 전혀 귀엽지 않다.

 

삽화가 참 좋다. 표류하고 있는 신드바드.

 

이야기 진행의 특성

아무래도 셰에라자드가 목숨을 걸고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서론에서 질질 끄는 법이 없다. 바로 흥미진진한 얘기로 들어간다. 그리고 인물의 성격이 어처구니없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두 아내가 최악의 악녀가 된다든지, 얘기가 끝이 난 줄 알았는데 전혀 새로운 얘기가 같은 인물로 진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여러가지 설화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져서 그럴 것이다. 셰에라자드가 목숨을 걸고 얘기를 길게 끌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읽는 동안 나도 내내 낚였다. 하지만 내가 왕이라면 셰에라자드가 죽을 장면이 서너군데는 있었던 것 같다. 많지는 않아도 지루한 장면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니까.

 

양영순의 천일야화. 이 책도 사놓고 안 읽고 있는데 읽어 봐야겠다.

 

몇가지 새로 알게 된 사실..

알라딘은 양탄자를 타지 않는다. 마법의 양탄자는 다른 곳에서 나온다.
알라딘은 중국사람이다.
디즈니의 알라딘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악역인 자파가 자파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악독한 마법사가 아닌 현명한 대재상으로 나온다.
신드바드는 절대 애니메이션처럼 귀여운 어린 아이가 아니다.
앙투안 갈랑의 천일야화가 서양에 소개된 첫 완역본이라고 한다.
그리스신화부터 중국의 설화까지 온갖 얘기들이 들어가 있다.
 

 

리처드 버턴의 아라비안 나이트. 앙투안 갈랑의 천일야화가 외설적인 장면을 최대한 줄인 반면, 리처드 버턴은 외설적인 장면을 오히려 강조하는 듯하게 썼다고 한다. 이것도 읽어 보고 싶지만, 엄두가 안난다. 거의 두배.

 

고전이란..

고전이라는 것은 조금 농담을 섞어서 얘기하면 누구나 제목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오래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천일야화도 그렇다. 거의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지만 전체를 읽어 본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아무리 유익한 고전이라고 하더라도 재미가 없었다면 살아 남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단지 고전이기 때문에 편견을 갖고 생각해서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많은 분량에 짓눌리지 않고 읽어보면 굉장히 재미있다.

 

표지도 멋지고.. 열린책들이 만든 책들은 믿을만하다.

 

추천~!

우선 번역이 깔끔하다. 간혹 의역이 좀 심하다 싶은 경우도 있지만 읽는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번역되어 있다. 열린책들의 다른 책들이 그렇듯이 책의 만듦새도 좋다. 무엇보다 책의 분량을 늘리기 위해서 무리하지 않은 점이 좋게 보인다.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다. 여섯 권 합쳐서 2,000여 페이지가 넘지만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간다. 특히 어릴 적에 띄엄띄엄 에피소드별로 읽었던 사람들은 옛 추억에 잠기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딱 천일야화에 제일 어울릴 것 같은 멋진 삽화도 절대로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앙투안 갈랑의 천일야화를 읽고 보니 예전에 첫 권만 사 놓고 진도가 나가지 않아 읽지 않았던 범우사판 리처드 버턴의 아라비안 나이트가 자꾸 눈에 밟힌다. 하지만, 이건 4,000페이지다.

 

 *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알라딘은 서평 적는 게시판 좀 잘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글쓰기도 너무 불편하고 편집하는 것도 너무 어렵다. 서점 사이트에 서평을 쓰는 게시판에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 아닌가? 불플 앱도 어플 깔면 적립금 주는 것보다 서평란에 글이 많아야 활성화될텐데.. 우선 기본이 충실해야 부가적인 수단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운영하던 블로그에는 읽은 책의 서평을 꼭 썼는데, 알라딘에는 옮기지 않은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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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달 - 국악 프로젝트 판소리 춘향가
두번째달 (2nd Moon) 연주 / 유어썸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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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Korean Music ]

판소리와 켈트음악의 만남. 퓨젼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춘향가

두번째 달

 


음반 ​: 국악 프로젝트 판소리 춘향가

연주자

현보 : 일리언 파이프, 아이리쉬 휘슬, 만돌린, 어쿠스틱 기타, 테너 밴조, 하모니카, 보드란, 코러스

박진우 : 전자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코러스

이영훈 : 전자 기타, 어쿠스틱 기타, 나일론 기타, 만돌린, 코러스

최진경 : 피아노, 아코디언, 코러스

백선열 : 드럼, 퍼커션, 코러스

조윤정 : 바이올린, 비올라, 코러스

- 이상 두번째 달

김준수 : 소리, 코러스

영열 : 소리, 소리북, 코러스

발매일 : 2016년

레이블 : Windmill ENT.

수록곡

1. 적성가

2. 만첩청산

3. 사랑가

4. 이별가

5. 신연맞어

6. 군로사령

7. 돈타령

8. 쑥대머리

9. 좌우도로

10. 농부가

11. 어사상봉

12. 귀곡성

13. 어사출두

14. 더질더질


'두번째 달'의 새로운 앨범은 사실상 거의 포기상태였다. 사실상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고, 가끔 들려 오는 소식을 들으면 실망스러운 소식뿐이었다. 첫 앨범이 나왔을 때부터 두번째 달의 팬이었고 그 이름을 달고 나온 거의 모든 앨범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갑자기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라는 정규 2집 앨범을 들고 나타났을 때는 정말 기뻤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만큼 충분히 만족할만한 음악을 들고 나왔다. 

 

 두번째 달의 두번째 앨범.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2015년, 무려 9년만에 나왔다. 이번 춘향가에 수록곡 중에 하나인 '사랑가'가 담겨 있다.

 

 

그런데 앨범의 중간에 좀 특이한 곡이 하나 있었다. 젊은 국악인인 이봉근씨와 함께 연주한 '춘향가'였다. 참 특이한 곡이었다. '이리 오너라~'라고 시작하는 춘향가의 가장 유명한 곡 중의 하나인 '춘향가'를 정통국악인인 이봉근씨와 사실상 국악과는 전혀 상관없이 (내가 생각하기로는) '켈틱음악을 버무려서 재즈라는 양념을 치고서는 전혀 뜬금없는 그들만의 유니크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밴드'인 '두번째 달'이 만나서 만들어 낸 것이다. 게다가 공연장에서 그들의 공연으 보는데 기존에 있었던 곡인 '얼음 연못(혹은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을 반주로하는 '이별가'까지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15년에 '춘향가'를 연주하는 새로운 앨범을 낼 것이라는 소식까지 들었다. (결국 그 계획은 한 해를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춘향가'는 지금도 두번째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두번째 달의 멤버들. 가운데 부채를 들고 있는 두 사람이 아마도 창자인 김준수와 고영열인 듯.

 

판소리와 외국의 음악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숱하게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판소리의 그 특유한 느낌을 서양의 악기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서양 악기로 판소리의 분위기를 내는 방식'이 아니면 '판소리를 서양화성에 맞춰서 편곡하는 방식'을 많이 써왔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다가 이런 시도는 대부분 이벤트 형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음악적 성과가 다음 음악적 성과로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두번째 달'의 이번 앨범 '춘향가'는 분명히 위의 내용과는 좀 다르다.


우선, 억지로 본연의 색깔을 지우면서 섞으려는 시도가 없다. 판소리 창자는 자신의 판소리를 그대로 부른다. 조금 박자를 세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 안드는 것은 아니지만 판소리의 기본에서 떠나서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두번째 달'의 연주 역시 그냥 평소 그들의 연주다. 첫 곡의 시작을 듣고 있다 보면 판소리가 나올 때까지 이게 판소리와 함께 연주된 곡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음반 전체를 듣는 동안 이런 느낌이 계속되는데, 그저 판소리는 판소리대로 연주는 연주대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각자의 특성이 그대로 살아나는 연주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 2집의 '춘향가'를 들었을 때도 그랬고, 이별가를 들을 때도 느꼈었던 것인데 앨범에서는 더 도드라지는 것 같다. 나는 이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렇게 전혀 다른 두 개의 음악이 이질감이 없이 섞이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잃어 버리지 않으면서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정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만약 이 앨범에서 창자의 노래가 빠져도 충분히 훌륭한 하나의 음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서로서로 완성도가 있는 음악을 하는 가운데 하나로 합쳐진 것이 이 음반의 가장 멋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런 시도를 그저 공연 한 번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음반으로 남겨 놓았다는 것 또한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있었던 많은 퓨젼의 시도들이 일회성으로 끝나 버려서 다음에 시도하는 사람에게 발전의 발판이 되지 못한 반면에 '두번째 달'의 이번 시도는 분명히 판소리로 대표되는 국악과 다른 음악의 접목에 좋은 교사가 될 것같다. 


앨범의 구성은 춘향가의 여러 대목들 중에서 뽑아 시간 순서로 늘어 놓았다. 그런데 사실 좀 안타까운 것은 내가 판소리에 대한 조예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원래 판소리가 어떻게 변용이 되었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사실 위에 이런저런 얘기를 써 놓기는 했지만 춘향가를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좀 경솔한게 아닌가 싶기는 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앨범을 계기로 한번은 춘향가 판소리 완창을 한 번 관람하든지 음반을 사서 들어 보고자 하는 생각은 들었다. 


앞부분(1~5번 트랙)은 굉장히 듣기 좋다. 중간부분이라고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 귀에 쏙 박히는 부분은 앞의 곡들인 것 같다. 가사를 잘 더듬으면서 들으면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그러다가 어사출두를 하는 장면에서는 또 신나게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트랙은 이전 앨범부터 좋아했던 3번 사랑가와, 애절함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4번 이별가, 신나게 휘몰아치는 13번 트랙인 어사출두이다.

 

 

요새 '두번째 달'이 이 음반을 주제로 해서 활발하게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바빠서 도저히 공연을 보러 갈 시간을 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당분간은 그저 음반이나 돌려 들으면서 만족하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새로운 앨범이 나온 김에 이 앨범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나온 앨범을 모두 다시 한 번 들어 보고 있다.


'두번째 달'이 다시 활동을 하게 되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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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악가 - 낭만시대의 한가운데서 음악의 글 1
슈만 (Robert Schumann) 지음, 이기숙 옮김 / 포노(PHONO)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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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평론가로 변신한 손가락을 다친 피아니스트.

슈만은 정말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나 보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로서 가곡과 교향곡, 실내악에서 뛰어난 작품을 쏟아낸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작곡가의 길을 걷기 전에 이미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만약에 무리한 연습으로 인한 손가락 부상만 아니었으면 작곡가보다는 연주자로 당대에 더 유명했을지도 모른다. 슈만이 손가락을 잃은 것은 속주를 위해 모래주머니를 손가락에 걸고 연습을 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피아노 연습을 돕는 기계를 무리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연주자로서는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었지만, 그 부상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겨 듣는 그의 음악들은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슈만에게는 출판업자이면서 집필가이기도 했던 아버지의 재능까지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 '음악과 음악가'는 음악가 슈만과 작가 슈만이 함께 당대의 음악과 음악가들에 대한 비평을 모아 놓은 글이다.

 

로베르트 슈만 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 ~1856 독일의 낭만주의 작곡가, 피아노 음악, 가곡, 관현악곡으로 유명하다.

다비드 동맹을 통한 문학적인 음악 비평

음악이나 소설, 시사에 대한 오래된 비평을 읽다 보면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글쓴 사람의 의견을 드러내는 경우가 간혹 있다. 슈만은 '음악신보'라는 음악 평론지를 통해서 다비드 동맹이라는 가상의 음악평론가 집단을 만들고 개성이 다른 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서 당대의 음악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니까, 활발한 성격이면서 격정적으로 평론을 하는 '플로레스탁', 이성적이면서 짧게 핵심을 찌르는 '오이제비우스', 슈만의 스승인 프리드리히 비크를 형상화한 '라로 선생'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제인물이 아니라 평론이라는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다. 그런 글쓰기 방식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고 하나의 음악을 가지고도 각기의 인물들이 다른 평가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천재를 사모했던 슈만

맨 처음에 나오는 글이 '쇼팽'의 '작품2'에 대한 찬사로 시작을 한다. '여러분, 모자를 벗으세요. 천재예요.'라는 유명한 말이 들어간 평론으로부터 시작해서 슈만은 계속해서 천재와 수재의 차이점에 대해서 강조를 한다. 아마도 일반적인 사람들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끊임없이 천재를 찾아내고 소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재능만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창작자의 삶이 음악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할만큼 인격까지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클라라 슈만 Clara Schumann 1819 ~ 1896 슈만하면 떠오르는 그의 부인. 슈만의 스승의 딸로 결혼전의 이름은 Clara Josephine Wieck이다.

 

전설이 된 음악가들이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책은 음악평론집이기 때문에 원래는 딱히 재미가 있을 책이 아니다. 하지만 슈만은 역시 글을 쓰는데도 뛰어난 소질을 지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중간중간 위트있는 문장들도 있고 당시의 상황을 짧게짧게 소개하는 글들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지금은 전설이 된 쇼팽, 멘델스존, 리스트같은 작곡가들의 음악이 처음 나왔을 때 그들을 평가하는 평론을 읽는 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지적인 우월감으로 독자들에게 훈계하듯이 가르치는 모습은 조금 불편하기도 한데, 워낙 거장이니 그러려니 하고 읽을 수밖에 없다. 책 전체를 통틀어 낭만주의 시작이라고 할만한 베토벤의 영향력이 물씬 풍기고 있어서 당시 음악계의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

사실 이 책은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모든 곡을 다 찾아 들으면서 듣고 싶었지만 나중에 천천히 들으면서 하나씩 다시 읽어 보려 생각중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연주자에 대한 평은 거의 없고 대개 작곡가에 대한 평에 맞추어져 있다. 지금은 작곡가보다는 연주자에 평론이 집중되는 것과는 많이 다른 점이다. (지금은 클래식 뿐만 아니라 가요도 작곡가에 대해 평을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다. 읽고 있으면 부제처럼 마치 내가 낭만주의 음악시대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요새 고민하는 것과 맞닿는 말이 있어서 적어 놓겠다.

아류의 불행은 원작의 돌출된 특징만 따올 뿐 본연의 아름다움은 저도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모방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 오이제비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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