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왕을 의제로 올려세운 항우는 이어 제후와 장상들에게 천하를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이로써 진의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고 시행한 군현제는 10여 년 만에 폐지되고, 천하는 다시하, 은, 주 3대 이래의 봉건제도로 돌아가게 된다. - P279

범증이 또 한번 그렇게 항우를 나무라 놓고 다시 정색을 하며말했다.
"지금으로서는 유방에게 파와 촉을 주어 거기에 묶어 두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 P281

"범증이 항왕을 꼬드겨 나를 파촉에 가둬 두려 한다니 이를 어찌했으면 좋겠소?"
그러나 장량은 크게 걱정하는 낯빛이 아니었다.
"파촉은 감옥이 아니라 패공께서 안전하게 숨을 곳이 될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항왕의 의심을 받지 않고 살아남는 일이 급합니다." - P282

"나는 초나라의 낭중 한신이라는 사람이오. 한왕을 따르고자 왔으니 윗전에 기별해 주시오." - P296

항우와 같은 기력이 없으면 요순처럼 어질거나 세상 보는 눈이라도 밝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이 유방이란 작자는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거만하고 무례할 뿐이로구나.‘
그런 생각에 한신은 절로 탄식이 나왔다. - P298

"병법도 크게 보면 사람을 부리는 것이라 들었소. 공은 사람을 얼마나 부릴 수 있소?"
"그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요. 만 명이면 나라를 지키고 십만이면 제후를 호령하며 백만이면 천하를 모두 거둬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한신이 그렇게 시원스레 대답했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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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이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어둠 속에 버려진 원통함을 외면하지 말거라. - P139

대현이 다시 오라고 힘없이 손짓했다.
"팔줘봐."
"나는 이래라저래라 명령하는 거 별로…"
"감히 왕자의 명령에 불복한다고?"
"왕자라는 칭호를 떼면 뭐가 남죠?"
무력한 모습에 담대해진 내가 심술궂게 말했다. - P163

"그렇다면 왕을 배신할 용의도 있어? 언니를 만날 수 있다면?"
대현이 물었다. - P169

대현의 입꼬리가 실룩였다. 이 아이는 뭘까? 양반 출신이면 유교 사상으로 자랐을 텐데. 어렸을 적부터 고분고분 순종해야 한다고 가정에서 철저히 주입했을 터였다. 그런데도 이슬은 철딱서니 없이 행동했다. - P169

가장 은밀한 비밀을 들려줘요. 대현은 내게 가장 치명적인 비밀을 말해 줄 의무가 있었다. 언니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릴때 협박용으로 쓸 수도 있을 만큼 끔찍한 비밀을.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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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에는 이미 진나라도, 황제도 없어졌다고 합니다. 공자 영은 조고에 의해 진왕으로 세워졌다가 벌써 보름:에 패공 유방에게 항복하였고, 진나라의 옥새와 부절도 모두 패공에게로 넘어갔습니다. - P192

신풍을 지난 항우는 홍문이란 곳에 군사를 멈추게하고 함양으로 밀고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게 했다. - P199

제가 사람을 시켜 패공 주변을 떠도는 기운을 살펴보게 하였는데, 모두 용과 범의 기세로 오색이 찬연했습니다. 이는 곧 천자의 기운이니, 상장군께서는 반드시 패공을 죽여 그 기운을 흩어 버리셔야 합니다. - P202

패공 유방의 독특한 설득력이란, 곁에서 보는 사람이 답답하고 안타까워 스스로 돕고 나서도록 만드는 힘이었다. - P213

범증은 항우가 조무상의 이름까지 밝힐 때 하도 어이가 없어 자칫 크게 한숨을 내쉴 뻔하였다.
‘오늘 저 유방이 죽지 않으면 반드시 애꿎은 조무상이 죽게되겠구나!‘
거기다가 더욱 기막힌 것은 유방의 몇 마디에 온전히 풀려 버린 항우의 표정이었다. - P222

"에이, 덜떨어진 아이놈과는 더불어 큰일을 꾸밀 수가 없구나! 뒷날 우리 상장군의 천하를 빼앗을 자는 틀림없이 패공 유방일 것이다. 장차 우리는 모두 유방의 포로가 되고 말리라!" - P241

함양으로 들어간 항우가 저지른 잘못 중에 가장 큰 것은 자신이 거느린 장졸들에게 약탈을 허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시황제나 다름없이 백성을 쥐어짜고 함부로 죽이게 된 일이엇다. - P251

부귀해진 뒤에 고향에 돌아가지 아니하는 것은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것과 같으니, 누가 그 부귀함을 알아주겠는가.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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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 군사들이 그토록 무력하게 주저앉는 것을 보자 패공은 문득 허망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게 대진의 제도 함양 외곽을 지키던 마지막 방어선이란 말인가. 이들이 강성하던 육국을 차례로 멸망시키고 천하를 아우른 그 무서운 진병이란 말인가. - P121

지금 제후군이 관중으로 들어가 바로 진나라를 쳐 없앨 수 있다면 우리도 풀려나고 가솔에게도 탈이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리되지 못하면 일은아주 고약하게 된다. - P132

항복한 진졸 20만은 진작부터 항우의 골칫거리였다. 무기를 주어 싸우게 하자니 영 미덥지 않았고, 그렇다고 그런 대군을 한곳에 가둬 둘 수도 없었다. - P133

20만의 목숨을 앗는 일이었지만 항우는 아무런 감정이 섞이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자신이 거느린 장졸이 병에 걸리면 눈물을 흘리며 먹던 밥을 나눠 줄 만큼 자애로운 장수와는 너무도 다른 일면이었다. - P136

그 뜻을 거슬러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있더라도 상장군을 깨우치고 말렸어야 했다. 이제 관중으로 들어가면 저들의 부모 형제와 처자를 만날 것인데, 어떤 말로 그들을 달랠 수 있단 말이냐? - P147

패공은 그 어느 때보다 엄하게 장졸을 단속하여 터럭만큼도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했다. 자신도 이전과는 달리 힘 있는 장수보다는 너그러운 장자같은 인상을 주도록 꾸몄다. - P167

소하는 재물이 들어 있는 창고는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도판과 문서가들어 있는 창고만 찾았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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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특히 소외된 인물의 관점에서 한국 역사를 보여 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힘없는 사람의 이야기만큼 강력한 서사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 P6

1506년 7월
절대로 삼악산을 넘으면 안 된다.
할머니의 경고가 귓가에 울려 퍼지며 이쯤에서 그만 돌아서라고 내 뒷덜미를 붙잡았다. - P10

"잘했다, 아우야."
왕이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오늘 하루는 더 살아도 좋다. 이 나라에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마음을 달래 준상이다." - P59

"내가 언니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중요하지 않아. 나는 언니를 집으로 데려가야 해. 언니를 찾아낼 거야."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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