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레오나르도 베트라는 살이 타는 냄새를 맡았다. 자신의 살이 타는 냄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그는 흐릿하게 보이는 검은 형체를 올려다보았다.
"원하는 게 뭐요!"
"라 키아베 (비밀번호)."
남자가 거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 P11

"여보세요?"
"로버트 랭던 씨와 통화하고 싶습니다."
남자 목소리였다.
랭던은 텅 빈 침대에 일어나 앉으며 정신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제가 로버트 랭던입니다만…………"
랭던은 디지털 벽시계를 흘긋 쳐다보았다. 새벽 5시 18분이었다.
"지금 즉시 선생을 만나야겠소."
"누구십니까?"
"나는 막시밀리안 콜러라고 합니다. 이산 입자물리학자요."
"뭐라고요?"
랭던은 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혹시 저 말고 다른 랭던을 찾으시는 거 아닙니까?"
"하버드대 종교 도상학 교수 아닙니까? 기호학 관련 저서 세 권을 집필했……
"도대체 지금 몇 시인지 아십니까?"
"미안하게 됐습니다만, 선생이 꼭 봐줘야 할 게 있습니다. 전화로 얘기할 문제가 아니라서." - P14

그들의 악명이 널리 퍼지면서 점차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바로 ‘해새신(Hassassin)‘인데, 말 그대로 ‘해시시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후 해새신이라는 단어는 지구상 모든 언어에서 죽음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 단어는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현대 영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살인의 수법이 진화해 왔듯이 단어 또한 변화했다.
이제 그 단어는 ‘어새신(Assassin, 암살자)‘이라고 발음되고 있는 것이다. - P27

"인터넷은 이 연구소에서 내부 컴퓨터 사이트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처음 개발되었습니다. 그 덕에 각기 다른 부서에 있는 과학자들이 매일같이 새로 얻은 지식을 서로 공유할 수 있었던 겁니다. 물론 세상 모든 사람이 인터넷은 미국에서 개발되었다고 잘못 알고 있지만." - P35

세 사람 중 뚱뚱한 여자 하나가 창문 쪽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바람이 사정없이 온몸을 때리는 와중에도 활짝 웃으며 랭던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랭던은 희미한 미소와 함께 같은 제스처로 답했다. 엄지손가락을 드는 동작이 고대에는 남성의 왕성한 생식력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였다는 걸 알기나 할까 싶었다. - P37

"그렇습니다. 하지만 16세기에 이르러서는 로마의 한 단체가 교회에 맞서 싸웠죠. 당시 이탈리아에서 가장 뛰어난 지성을 갖춘 물리학자·수학·천문학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비밀리에 회합을 갖고, 교회가 그릇된 가르침을 전파하는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진실’이 무엇인가애 대해 교회가 독점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다 보니 이것이 전 세계적인 학문적 발전을 저해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이들은 세계 최초의 과학자 집단을 만들고 스스로를 ‘계몽된 사람들’이라고 불렀습니다." - P46

"일루미나티의 생명력은 엄청났습니다. 로마에서 도망친 일루미나티 소속 과학자들은 유럽 대륙을 떠돌며 안전하게 조직을 재정비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다가 또다른 비밀 단체에 편입되었죠. 바이에른의 부유한 석공예 기술자들이 만든 단체, 바로 프리메이슨입니다." - P53

베트라의 얼굴은 온통 피범벅이되어 있었고, 다갈색 눈동자 하나만 랭던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한쪽 눈구멍은 찢겨져 있었고, 안구가 온데간데 없었다.
"눈알을 빼간 겁니까?"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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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항산파 제자들을 구한 뒤에 나와 혼인합시다. 종신대사는 부모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느니, 중매인을 세워야 한다느니 하는 허울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소. 검을 버리고 무림에서 은퇴한 뒤 조용한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세상일에 관심을 끊고 아이만 낳으며 사는거요." - P185

‘임평지도 이곳에 있었구나. 임평지와 좌냉선은 둘 다 눈이 멀었으니 그동안 은밀한 곳에서 검술을 연마하며, 귀를 눈 삼아 바람 소리만 듣고도 무기를 판별하는 연습을 해왔을 거야. 이 컴컴한 곳에서는 내가 장님이고 저들은 도리어 정상인이나 마찬가지니 무슨 수로 임평지를 꺾는다?" - P226

맑은 파공성이 울려퍼지고, 영호충의 검은 좌냉선의 미간과 목, 가슴 세 곳을 찔렀다. 영호충은 훌쩍 뒤로 물러나 영영의 손을 꽉 잡았다. 좌냉선은 한참 동안 꼿꼿이 서 있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들고 있던 검이 뒤집어지는 바람에 검끝이 아랫배를 파고들어 등 뒤로 비죽이 튀어나왔다. - P240

악불군도 정말 영영의 얼굴을 망가뜨릴 생각은 아니었다. 해약 제조법을 술술 불도록 위협할 생각이었는데 영호충이 제 눈을 찌르면이 최후의 협박도 물거품이 될 뿐이었다. 그는 황급히 왼팔을 내밀어 영호충의 오른손 손목을 움켜쥐었다.
"멈춰라!"
두 사람의 피부가 닿는 순간, 악불군은 몸에서 진기가 쑥쑥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새된 비명을 질렀다.
"이런...!" - P250

"의림 사매, 영호 사형은 괜찮아요."
의림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다행이에요!"
겨우 안심한 듯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는 자신이 찌른 사람을 알아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악 선생이군요! 내.… 내가 악 선생을…!"
"맞아요, 사부님의 복수를 한 것을 축하해요. 괜찮다면 그물을 열어 우리를 좀 풀어주겠어요?"
"아, 알았어요!" - P252

임아행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 상좌사의 말이 옳다. 영호 형제, 오늘부터 항산파는 해산하도록 해라. 문하의 여제자들 중 흑목애로 오겠다는 사람은 얼마든지 환영할 것이고, 원치 않는 사람은 항산에 남아 있어도 무방하다. 항산을 부교주인 네 친위병으로 남겨두어도 좋겠지, 하하하!" - P292

"첫째, 저는 항산파 전 장문인이신 정한 사태의 유명을 받들어 항산파 장문인이 되었습니다. 항산파의 문호를 빛낼 일은 하지 못할망정 항산파를 이끌고 일월신교에 들어가는 일은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구천에서 무슨 낮으로 정한 사태를 뵐 수 있겠습니까? 두 번째는 사사로운 일입니다. 부디 따님과 혼례를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 P295

오랜 세월 임아행을 따른 상문천은 그의 인품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일시적으로 의기를 이기지 못해 영호충과 더불어 술을 마셨지만, 그 일로 임아행의 미움을 살 것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 혼자만이었다면 그뿐이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휩쓸려 술을 마시는 바람에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자 노두자와 계무시 등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재빨리 좋은 말을 지어내 임아행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었다. - P304

"풍 선배께서는 조양봉에서 영호 장문이 취해 쓰러질 뻔한 것을 보시고, 특별히 도곡육선을 시켜 내공 구결을 전하며 영호 장문에게 전수해달라 하셨소. 도곡육선의 이야기는 두서가 없었지만, 뜻밖에도 내공 구결은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더구려. 아마도 풍 선배께서 특별한 수법을 써서 그들이 구결을 완벽하게 외우게끔 훈련을 시키신 모양이오. 영호 장문께서 내실로 안내해준다면 빈승이 그 구결을 알려드리겠소." - P319

"충 오라버니, 아버지는・・・ 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아니,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그날 화산 조양봉에서 당신이 떠나고 오래지 않아 아버지께서 갑작스레 선인장 아래로 굴러떨어지셨지요. 상숙부와 내가 달려가 부축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끊어지셨어요." - P358

영영은 면사를 걷지 않고서 섬섬옥수를 내밀어 퉁소를 받아 두어 번 불어보더니 영호충과 함께 합주를 시작했다.
두 사람이 연주하는 곡은 다름 아닌 <소오강호곡>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영영의 가르침을 받으며 열심히 금을 익힌 덕에 이제는 영호충도 제법 운치 있게 이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 앞에서 합주를 하는 동안, 영호충의 머릿속에는 지난날 형산성 밖 들판에서 형산파 유정풍과 일월신교 장로 고양이 이 곡을 합주하던 광경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 P364

영영은 대답 대신 생긋 웃었다.
"임평지를 매장 지하 감옥에 가둔 것은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어요. 당신 소사매에게 평생 임평지를 돌보겠다고 약속했는데, 감옥에 있는 동안 먹여도 주고, 입혀도 주고, 아무도 해치지 못하게 보호해주니 그 약속을 지킨 셈이지요. 그래서 나도 당신 친구 한 사람을 찾아 특별한 방법으로 보호해주기로 했답니다." - P370

나의 설정에서 임아행과 동방불패, 악불군, 좌냉선은 무림 고수가 아니라 정치인이다. 임평지, 상문천, 방증 대사, 충허 도인, 정정 사태, 막대 선생, 여창해, 고봉 같은 사람들 역시 정치인이다. 이런 각양각색의 인물들은 어느 왕조에나 있었고, 다른 나라에도 있으리라 확신한다. 크고 작은 기업과 학교, 각종 단체 안에도 있을 것이다.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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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적은 곧 친구라 하지 않았소? 좌 장문께서는 악불군 손에 두 눈을 잃으셨고, 임 소협이 두 눈을 잃은 것도 따지고 보면 악불군 탓이오. 소협이 벽사검법을 익힌 것을 악불군이 안 이상, 세상 끝까지 달아나더라도 반드시 쫓아와 죽일 것이오. 이제 오악파의 장문인이 되어 하늘을 찌르는 권세를 얻었는데 소협 혼자서 무슨 힘으로 그에게 항거하겠소? 하물며… 하물며 악불군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 아침저녁으로 소협 곁에 딱 붙어 감시하는데, 소협에게 날개가 돋아난들 베갯머리에서 일어나는 암습을 막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오."
그때 악영산이 높이 외쳤다.
"둘째 사형, 사형이군요!" - P26

"아버지가 정말... 정말 당신을 죽이려 했다면 그 뒤에도.… 기회는 많았어요. 그런데 왜 가만히 놔두셨겠어요?"
임평지는 차갑게 대꾸했다.
"그 후로 나는 살얼음판을 걷듯 신중하게 움직여 그자에게 손쓸 기회를 주지 않았소. 모두 당신 덕분이지. 내가 종일 당신과 함께 있었으니 죽이고 싶어도 쉽지 않았을 거요." - P29

노덕낙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좌 장문은 바로 이 몸의 은사시오. 나는 그분의 셋째 제자요."
"이제 숭산파로사문을 바꾼 모양이구려."
"사문을 바꾼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숭산파 사람이었소. 단지 은사의 명으로 화산파 제자인 척했을 뿐이오. 은사께서는 악불군의 무공을 가능하고 화산파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나를 보내신 것이오." - P30

"이제 혼자가 되어… 세상에 의지할 곳도 없으니 모두 그를… 그를 괴롭힐 거예요 대사형..… 내가 죽으면 대사형이 그를… 그를 보살펴줘요. 남들에게 괴롭힘 당하지 않도록…."
영호충은 멈칫했다. 임평지의 검에 찔려 숨이 끊어져가는 순간까지도 그를 향한 정을 잊지 못하다니!
당장 임평지를 붙잡아 천 갈래 만 갈래 찢어 죽이고 싶을 만큼 이가 갈리는데, 목숨을 살려주는 것도 과분한 무정한 악당을 괴롭힘 당하지 않도록 돌봐달라니 될 법이나 한 소리인가? - P38

갈 장로가 기뻐하며 말했다.
"두 형제, 악씨 계집애를 붙잡았나? 큰 공을 세웠군!"
골짜기를 쩌렁쩌렁 울리는 우렁찬 목소리가 대답했다.
"악씨는 악씨인데 계집애가 아니라 부인이오"
"응?"
갈 장로는 어리둥절해하더니 놀란 소리로 외쳤다.
"설--- 설마 - 악불군의 마누라를 붙잡았나?"
영호충의 놀라움은 그보다 훨씬 컸다. - P51

영호충이 어렸을 때부터 키운 악불군이었으나 그 성품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했다. 비록 동귀어진 수법으로 반격을 했지만, 영호충은 정말로 사부의 배에 검을 찌를 만큼 배덕한 성격이 못 되었다. 필시 사부의 몸에 닿기 직전에 검을 멈췄을 것이다. - P67

영호충은 남편을 꺾고도 차마 찌르지 못해 물러났지만, 남편은 도리어 그가 방심한 틈을 타 독수를 썼다. 방문좌도들도 마다하는 비열한 행동을 당당한 오악파 장문인이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을 보자 너무도 수치스러워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굳세고 의지가 곧은 악부인이었지만 남편의 이런 모습을 보는 순간 기운이 쭉 빠지고 모든 희망이 달아나는 것 같았다. - P75

"충아, 앞으로 사람을 만날 때는 그저 좋게만 생각지는 말거라!"
"예!"
그렇게 대답한 영호충은 목 뒤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악 부인의 안색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사・・・ 사모님!"
놀란 그가 목청이 터질 듯이 악 부인을 부르며 부축해보니, 뜻밖에도 날카로운 비수가 가슴 한쪽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악 부인은 비수가 심장을 관통해 절명한 것이었다. 영호충은 넋이 나가 입을 떡 벌렸지만, 비명도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 - P77

"좋아요, 오늘 한 번은 살려주겠어요. 포장로, 막 장로, 우리가 악불군을 붙잡았다가 풀어준 이야기를 강호에 널리 퍼뜨리시오. 그리고 악불군이 벽사검법을 익히기 위해 스스로 몸을 망가뜨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도 천하영웅들에게 낱낱이 알리시오." - P81

"오냐, 이번만은 한발 양보할 테니 두 여자를 모두 맞아들이도록 해다. 태감이 되면 아무하고도 혼인할 수 없으니 화상이 되는 것이 낫겠지. 하지만 혼례를 올린 뒤에 내 귀여운 딸을 박대하면 절대 안 된다! 첫째 부인, 둘째 부인도 나누지 말고 평등하게 하되, 네 나이가 더 많으니 의림더러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마."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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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으로 들어선 영호충은 주위를 흘끔거리며 혀를 내둘렀다.
‘어마어마하게 긴 전각이군!‘
폭은 30자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깊이는 300자는 됨직해 보였다. 전각 끝에는 높다란 단을 설치해 의자를 놓았고, 그 위에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가 바로 동방불패였다. - P25

바로 그때, 그들 뒤에서 누군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동방 형제, 정말로 자네가 나를 잡아오라고 했나?"
나이 지긋한 목소리였지만 공력이 잔뜩 실려 있어, 그 한마디는 널찍한 전각 안에서 한참 동안 메아리쳤다. 당당하고 용맹한 태도로 보아 나타난 사람은 바로 풍뢰당 당주라는 동백웅이 분명했다. - P27

천하제일의 무공을 지녔다는 동방불패가 고작 힘 빠진 동전 하나를 피하지 못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어불성설이었다.
임아행이 껄껄 웃으며 외쳤다.
"저 동방불패는 가짜다!" - P35

진짜 동방불패는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이 분명했다. 세상을 뒤덮을 무공과 기지를 지닌 그가 양연정이 가짜를 내세워 권세를 농단하도록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동방불패가 이미 죽은 이상, 양연정과 겁쟁이 가짜 따위를 괴롭히는 일은 임아행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 P40

그때 안방에서 교태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정 아우, 누구를 데려왔어?"
어조는 높고 뾰족했지만 목소리가 굵어 여자 같기도 하고 남자 같기도 했다. 그 괴상한 목소리를 듣자 일행은 오싹 소름이 돋았다. 양연정이 대답했다.
"옛 친구들이 당신을 꼭 만나야겠다기에 데려왔소."
안방에 있는 사람이 대답했다.
"무엇 하러 여기까지 데려왔어? 여긴 당신만 올 수 있는 곳이란 말이야. 당신 말고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분명히 여자들이 응석을 부릴 때 쓰는 말투였지만 목소리는 의심할 바 없는 남자였다. - P44

꽃과 비단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방 안에는 연지분 냄새가 진동했다. 주렴 한쪽에 놓인 화장대 앞에 누군가 앉아 있었는데, 화사한 분홍색 옷을 입고 한 손에는 수틀을 다른 한손에는 수침을 들고 있었다. 그 사람이 이상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일행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어떤 표정도 임아행 일행의 이상야릇한 표정에는 비할 수가 없었다. 영호충을 제외하면, 모두들 그가 일월신교의 교주 자리를 찬탈하고 10여 년 동안 천하제일의 고수라 불려온 동방불패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동방불패가 수염을 깎고, 얼굴에 연지분을 덕지덕지 바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이었다. 그 옷은 빛깔이 몹시 선명해 영영이 입어도 너무 요염하고 자극적일 것 같았다. - P45

영호충은 물론이고 견문이 넓은 임아행조차 듣도 보도 못한 괴상한 상황이었다. 남자가 남자아이를 사랑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일월신교의 지존인 동방불패가 여장을 하고 첩 노릇을 자처하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봐도 정신이 나간 것이 분명했다. 양연정은 지아비라도 되는 양 위세를 부리고 동방불패는 현숙하고 순종적인 아내처럼 구는 것을 보자 일행은 구역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 P47

임아행과 상문천도 사태가 위급한 것을 보고 각각 검과 연편을 휘두르며 협공을 퍼부었다.
당세의 3대 고수가 나섰으니 그 위력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만큼 어마어마했지만, 동방불패의 두 손가락에 쥐어진 수침은 패색조차 없이 세 사람 사이를 번개처럼 오갔다. 상관운이 칼을 뽑아 뛰어들자 싸움은 4대 1이 되었다. - P56

‘이 《규화보전》의 요결에는 신공을 연성하려면 스스로 양물을 자르고 영단을 복용하여 안팎을 두루 통하게 하라고 되어 있다. 노부가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무엇 때문에 그런 멍청한 짓을 하겠느냐? 으하하하!! - P63

"영호충이 두 분께 인사드립니다."
악불군은 옆으로 비켜서며 쌀쌀하게 말했다.
"영호 장문께서 어찌 이리 과한 예를 차리시오? 남들이 보면 웃지 않겠소?"
영호충은 그래도 꿋꿋이 절을 끝내고 일어서서 옆으로 비켰다. 악부인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항산파의 장문인이 되었다고 들었다. 앞으로 행동을 삼가고 조심한다면 편히 살 날이 올 거야." - P97

좌냉선이 외쳤다.
"우리 오악검파는 한 뿌리고, 100여 년 동안 결맹을 맺어 이미 한집안이나 다름이 없소. 이 몸이 오악검파의 맹주가 된 지도 벌써 몇 년이지났소. 한데 최근 무림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나 오악검파를 위협하기에, 이 몸은 오악검파의 선배들과 상의하여 문파를 하나로 병합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훗날 큰 어려움이 닥쳐도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결론을 내렸소."
그때 누군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맹주께서는 대체 어느 문파의 선배들과 상의하셨소? 이 몸은 들은 적이 없소."
바로 형산파 장문인 막대 선생이었다. 형산파는 합병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힌 것이었다. 하지 - P106

영호충은 의아해하며 악영산 옆에 선 임평지를 바라보았다. 그는 웃는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한 이상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보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
‘저건 무슨 표정이지? 누군가 저런 표정 지은 걸 본 것 같은데….
어디선가 본 듯한 표정이었지만 떠오를 듯 떠오를 듯하면서도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 P119

영호충은 고개를 저었다.
"항산파는 혼자가 아니오. 화산파 장문인이신 악 선생은 이 몸에게 절기를 전수해주신 은사시오. 지금은 다른 문파에 몸을 담고 있으나 은사의 가르침을 잊지는 않았소."
"화산파악 선생의 뜻을 따르겠다는 말이오?"
"그렇소. 우리 항산파는 화산파와 손을 잡고 한마음으로 움직일 것이오." - P131

영호충은 그제야 깨닫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문하에 받아주시겠다는 말씀이 화산으로 돌아오라는 것이 아니었구나. 오악검파가 합병하면 사부님, 사모님과 한 문파가 된다는 의미였어‘ - P137

도지선이 그의 등 뒤에 대고 외쳤다.
"어이, 좌냉선. 옥기자에게 황금과 미녀를 주며 장문인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해놓고 왜 팔다리를 자르는 거야? 비밀을 지키기 위해 죽여 없애려는 거지?"
도근선도 끼어들었다.
"우리가 옥기자를 네 갈래로 찢을까 봐 제 딴에는 돕겠다고 그런 모양인데, 우리를 완전히 오해한 거야."
"혼자 온갖 똑똑한 척을 다 하더니… 참 딱한 사람이라니까. 우리는 말이야, 그저 장난이나 칠까 하고 옥기자를 붙잡았던 것뿐이야. 오늘은 오악파가 새로 선 경사스러운 날인데 무슨 배짱으로 살풍경하게 사람을 죽이겠어?" - P163

악영산이 검법을 펼치는 순간, 그는 단번에 화산 사과 안쪽 동굴의 벽에 새겨진 태산파 검법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사과애에서 벽화를 발견한 뒤로 그는 화산파의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사과애를 떠날 때 안쪽 동굴 입구를 꼼꼼히 가려놓기까지 했다. 그런데 악영산은 대체 어떻게 그 동굴을 발견했을까? - P190

‘임 사제와 소사매는 한창 깨가 쏟아져야 할 신혼인데 어째서 저렇게 울적한 표정일까? 소사매가 사부님께 뺨을 맞았는데도 달려가 달래주지는 못할망정 무관심하게 눈길조차 주지 않다니, 남편이라는 사람이 정말 인정머리가 없구나.‘ - P199

수십 초가 지나도록 악불군의 방어가 흐트러질 것 같지 않자, 좌냉선은 독이 퍼질 것이 염려되어 더욱더 힘차고 빠르게 검을 놀렸다. 악불군은 허둥지둥 오른쪽 왼쪽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쉽사리 막아내지 못할 것 같았다. 바로 그때, 그의 검법이 싹 바뀌었다. 검날이 늘어났나 싶게 쭉 뻗어나가다가 별안간 휙 거두어지는 등 신출귀몰하게 움직였고 초식은 여태 누구도 본 적이 없을 만큼 기괴했다. - P241

지금 사부가 쓰는 초식은 바로 지난번 동방불패가 수침으로 그들과 싸울 때 펼쳤던 무공이었다.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지독한 통증도 까맣게 잊고 벌떡 일어났다. - P243

영호충은 희미해져가는 사부의 뒷모습과 각 문파 사람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문득 뒤에서 분에 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군자!"
영호충은 몸을 움찔했다. 상처의 통증이 견디기 힘을 정도로 그의 몸을 짓눌렀다. ‘위군자‘라는 단어가 묵직한 망치라도 된 양 그의 가슴을 힘차게 내리치는 것 같아 숨이 턱턱 막혔다. - P253

단 1초에 여창해를 제압한 임평지의 초식은 악불군이 좌냉선과 싸울 때 쓴 초식을 쏙 빼닮았고 방법도 똑같았다. 영호충은 흠칫 놀라며 영영을 돌아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나지막이 외쳤다.
"동방불패!"
그들의 눈동자에는 놀라움과 당황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확실히 임평지의 초식은 동방불패가 흑목애에서 사용했던 무공이었다. - P264

"그 검보를 보았을 때는 이미 당신과의 혼사가 정해진 후였소. 혼례를 올리고 당신과 진정한 부부가 된 다음 검법을 익히려고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그 검보의 초식은..… 무학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항거할 수 없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소. 그래서 결국・・・ 결국・・・ 내 손으로 거세를 하고 연검을 시작했소…." - P341

임평지가 음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소. <벽사검보>의 첫번째 요결은 바로 ‘무림의 영웅이 되고자 하는 자는 검을 들어 생식기를 잘라낼지어다‘였소."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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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 공자, 성고께서는 우리더러 공자를 죽이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하지만 공자의 무공이 너무도 높아 털끝 하나 건드릴 수가 없군요. 제 일격은 빗나갔지만 공자께서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주셨으니 감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친구들, 모두 똑똑히 보았지? 우리는 영호공자를 죽이지 않은 것이 아니야. 죽이려고 했지만 힘이 달려 죽일 수가 없는 것뿐이라고! 이 노두자가 못하는 일이니 자네들은 더더욱 어렵지, 안 그런가?" - P24

"12월 15일에 다 함께 소림사로 가서 성고를 구해낼 생각입니다. 그동안 맹주 자리를 놓고 우리 편끼리 싸움이 끊이지 않아서 골칫거리였는데, 영호 공자께서 나타나셨으니 말끔하게 해결되었습니다. 공자께서 맹주를 맡아주시지 않으면 누가 감히 그 자리에 앉겠습니까? 설사 다른 사람이 맹주가 된다 해도 성고께서 아시면 별반 기뻐하시지 않을 테지요." - P25

노인은 두어 걸음 물러나 검을 거두더니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놀라움과 부끄러움이 뒤섞이고 안타까움도 옅게 묻어 있는 표정이었다. 한참 후에야 비로소 그가 입을 열었다.
"영호 공자는 고명한 검법뿐 아니라 놀라운 담력과 식견도 갖췄구먼, 참으로 탄복을 금할 수 없네!" - P55

"기다리시게! 이 늙은이가 화산파와 왕래가 뜸하기는 하네만, 악 선생은 필시 내 체면을 보아줄 것일세. 이 늙은이와 소림 방장이 공자를 화산으로 돌려보내주겠다 약속한다면 믿을 수 있으시겠나?"
그 말에 영호충은 크게 마음이 흔들렸다. - P60

정한 사태의 눈동자에 기쁨이 출렁였다.
"우리… 우리 항산파… 항산파를… 맡아, 맡아….."
겨우 한마디 하는데도 숨을 헐떡여 말을 끝맺지 못했지만, 그 의미를 알아들은 영호충은 화들짝 놀랐다.
"저는 남자인지라 항산파를 맡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십시오. 앞으로 항산파에 어려움이 닥치면 온 힘을 다해 돕겠습니다. 항산파의 일이 곧 제 일입니다!"
정한 사태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닐세. 나는… 나는 영호충에게 항산파… 항산파 장문…자리를 넘기는 것이네…. 소협이… 받아주지 않으면… 나는 죽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일세." - P69

"얘야, 내려오너라!"
서쪽 끝에 있는 편액 뒤에서 누군가 살며시 내려섰다. 곱고 나긋나긋한 그 모습은 바로 헤어진 지 오래된 영영이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영호충은 머리가 핑 돌며 현기증이 일었다. 거칠고 허름한 옷을 걸치고 안색마저 초췌해진 그녀를 보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 P113

"하지만 내가 인정하는 사람들 중 으뜸은 방장이 아니오. 당금 무림에서 내가 으뜸으로 여기는 사람은 바로 내게서 일월신교의 교주 자리를 빼앗은 동방불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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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아행이 말을 이었다.
"노부는 무공이 고강하고 머리 회전이 빨라 세상에 적수가 없다 여겼소. 그런데 동방불패의 속임수에 넘어가 호수 바닥에 갇혀 하마터면 영영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소. 그렇게 무시무시한 인물을 인정하지 않을 수야 없지 않겠소?" - P129

악불군이 큰 소리로 나섰다.
"임 선생은 간교한 계략으로 승리를 얻었으니 결코 정정당당한 승리가 아니오. 정인군자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행동이오."
상문천은 껄껄 웃었다.
"우리 일월신교에도 정인군자가 있소? 임 교주께서 정인군자라면 진즉 그 더러운 물에서 당신과 어울리셨을 거요. 그랬다면 무엇 하러 이런 시합을 하겠소?"
악불군은 말문이 막혔다. - P148

영호충이 몸을 일으키자 임아행이 검을 건네주었다. 영호충은 검을 받아 검끝을 아래로 향하고 말석에 섰다. 충허 도인은 넋을 잃은 듯 이대전 밖에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며 지난번 무당산에서 본 영호충의 검법을 떠올렸다. 그가 좌선을 하는 듯 꼼짝도 하지 않자 사람들은 저마다 의아해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참 후, 이윽고 충허 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시합은 할 필요도 없소이다. 네 분은 이만 산을 내려가시오." - P165

‘나를 다시 화산파 문하에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소사매와 짝지어 주겠다는 거야! 그런 뜻으로 충영검법을 펼치셨는데 내가 어리석어서 깨닫지 못하자 농옥취소와 소사승룡까지 펼치셨구나.’ - P179

악 부인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식었다.
"그렇다면 사형은 산이를 미끼로 그 아이를 유혹하셨군요. 그 아이가 산이 생각에 비무에서 져주리라 생각하고 말이지요."
귀가 눈에 뒤덮여 있는데도 영호충은 사모의 말 속에 담긴 분노와 야유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사모의 입에서 이런 말투가 나온 적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 P207

"무당파 충허 도장께서 축하하러 오셨습니다."
깜짝 놀란 영호충이 황급히 마중을 나가보니, 과연 충허 도인이 제자 여덟 명을 데리고 올라오고 있었다. 영호충은 허리를 숙여 예를 갖췄다.
"도장께서 왕림해주시다니, 뭐라고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충허 도인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항산파 장문인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을 이루 말할 수없었네. - P274

"두 분께서 친히 와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방생 대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영호 소협이 소림사에 세 번이나 방문하였으니 우리도 항산을 방문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소?"
영호충은 소림파 승려들과 무당파 도사들을 암자로 안내했다. - P274

"영영, 와주었군."
영영도 생긋 웃었다.
"경사스러운 날인데 당연히 와야지요."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사뿐사뿐 걸어가 방증 대사와 충허 도인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방장 대사님, 장문 도장님, 영영이 인사 올립니다."
방증 대사와 충허 도인은 반례를 하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이라도 오늘은 오지 말았어야 했건만… 덕분에 영호충이 더욱 어렵게 되었구나.‘ - P282

"소문에는 그 당시 화산파의 사형제 두 명이 천주 소림사에 손님으로 와 있었는데, 어떤 기연을 얻었는지 그 《규화보전》을 보게 되었다 하오."
영호충은 깜짝 놀랐다.
‘그렇게 중요한 비급이니 천주 소림사에서 쉽게 보여주지는 않았겠지. 그렇다면 화산파 선배들이 훔쳐본 것이 분명하구나. 방증 대사께서는 내 입장을 고려해 훔쳐보았다는 말을 입에 담지 않으신 거야.‘
방증 대사는 그의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두 사람이 번갈아 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였기에 두 분은 비급을 나누어 읽은 뒤 화산으로 돌아가 함께 연구를 시작했소. 한데 뜻밖에도 마치 완전히 다른 비급을 읽은 것처럼 그 내용이 판이하게 다르고 흐름도 전혀 이어지지 않았소. 두 분은 서로 상대방이 잘못 이해했다고 굳게 믿었지만, 비급의 반만으로는 무공을 익힐 수가 없었소. 이 일로 말미암아 친형제나 다름없었던 사형제는 원수지간이 되었다 하오. 화산파가 기종과 검종으로 나뉜 것도 이때부터였소." - P306

그가 ‘악 선생이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어부지리를 얻었다‘며 사부를 모욕하자 잔뜩 화가 난 영호충이지만, ‘심모원려‘라는 단어가 나오자 별안간 사부가 둘째 사제인 노덕낙을 변장시켜 소사매와 함께 복주성 외곽에 술집을 차리게 했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사부가 무엇 때문에 그런 명을 내렸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복위표국을 노린 것이 분명했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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