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솔라리아인의 생활방식을 통찰하려면 솔라리아의 소설을 읽는 일보다 더 좋은 방법을 없을 거라는 가설을 갖고 있었다. 솔라리아에서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그런 통찰력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그 가설을 기각해야 했다. 여러 권의 소설을 훑어봤지만, 이곳 사람들은 별것 아닌 문제를 가지고 어리석은 행동에 몰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인다는 걸 파악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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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넌, 듣기만 하면칠 수 있다는 얘기야?"
"물론이지! 듣지 않으면 어떻게 치냐?"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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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저 베일리는 불안감을 떨쳐버리려고 애썼다.
지난 2주 동안 그 불안감은 점점 심해졌다. 아니, 사실은 그보다 더 전부터였다. 그것은 워싱턴에서 그를 소환하면서부터, 재임용되었다는 말이 조용히 전해지면서부터 시작된 불안감이었다. - P11

이건 진짜 웃기는 얘기다. 지구인이 우주를 쳐들어간다는가정, 이 얼마나 유치한 짓거리인가. 은하탐사! 은하세계는 지구인을 차단하고 있다. 은하는 수세기 전에 지구를 떠난 사람들의 자손인 우주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지구 주위에 울타리를 높이 쌓았다. 열린 공간에 대한 공포와 함께 시티문명안에 지구인을 가두었다. - P14

미님이 입술에서 시가를 빼내 들고 연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사법부에서는 자네를 솔라리아에 파견키로 했네."
베일리의 마음은 잠시 허공의 환상을 찾아 헤맸다. 솔라리아, 아시아? 솔라리아, 오스트레일리아?
다음 순간, 베일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놀란 목소리를 냈다.
"외계의 솔라리아 말입니까?"
미님은 베일리의 눈길을 애써 외면했다.
"맞아." - P16

우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트너 일라이저!"
베일리는 깜짝 놀라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순간 그는 놀라 무의식적으로 벌떡 일어섰다.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툭 튀어나온 커다란 광대뼈, 미끈한 얼굴 윤곽, 멋진 대칭을 이루고 있는 몸매, 무엇보다도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푸른 눈・・・・・…
"다, 다닐!"
우주인이 말했다.
"기억해주시니 기쁘군요, 파트너 일라이저."
"기억하다마다!"
베일리는 그를 보고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P30

베일리는 이 친구의 표정 없는 눈이 자신의 마음을 읽지 못했기를 간절히 바랐다. 순간적이긴 했지만, 아직도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격정의 순간, 자신이 이 친구에게 사랑이라고도 할 만한 친밀감을 느꼈다는 사실을 눈치채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다 해도 다닐 올리버를 친구로서 사랑할 수는 없다. 사람이 아닌 로봇을! - P31

외계의 50개 우주국가 중에서 솔라리아가 다양하고 뛰어난 로봇 모델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솔라리아는 다른 모든 우주국가에 전문화된 로봇 모델을 수출하고 있지요 - P36

"그럼, 솔라리아인이 사는 지역은 행성 전체로 보면 얼마나 되나?"
"경작할 수 있는 지역엔 모두 살고 있습니다."
"넓이가 얼마나 되는데?"
"경계지역까지 포함해서 3,000만 평방마일입니다."
"겨우 2만 명이 그 넓은 땅에 산단 말인가?"
"거기에는 대략 2억 정도의 양전자로봇들도 있습니다."
"제기랄! 사람 한 명에 로봇이 일만 대로군."
"그건 외계에서도 최고로 높은 비율이지요. 그 다음으로 비율이 높은 곳이 오로라인데, 사람 하나 당 로봇이 약 50대예요." - P40

베일리는 곤혹스런 낯빛으로 주위를 휘둘러보며 말했다.
"이 웅장한 묘 속에 날 홀로 집어넣어서 어리둥절하게 만들려고 많은 사람들을 내쫓았단 말인가?"
"이 집은 오로지 당신만을 위한 겁니다. 솔라리아에서는 한 사람한 사람이 모두 이런 집을 갖고 있습니다."
"모두 다 이런 집에서 산다구?"
"예, 모두 다요." - P48

그런데 다닐은 왜 철저하게 인간인 척하는 걸까? 베일리가 앞서 세웠던 가설, 즉 다닐을 설계한 오로라인의 자만심의 과시라는 가설만 가지고는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하다. 이 가면극에 뭔가 더 중요한 동기가 있는 게 분명하다. - P60

다닐이 말했다.
"행성은 비어 있지 않습니다. 행성은 여러 개의 영지로 분할되어 있는데, 각 영지마다 하나씩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두 다 자기 영지에 살고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2만 개의 영지마다 솔라리아인이 한 명씩 살고 있단 말이군."
"영지 수는 그보다는 적습니다, 파트너 일라이저. 남편과 아내는 한 영지를 공유하니까요." - P63

베일리가 말했다.
"한번 더 생각해봐요, 글래디아. 아무도 당신 남편을 만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조금 접어두고, 누군가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가정해보시라구요. 그랬다면 누구겠습니까?"
"소용없는 일이에요. 아무도 그럴 수 없어요."
"누군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루어 씨는 딱 한 사람 의심받을 만한 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분명히 누군가 있을 거예요."
여자의 얼굴에 전혀 기쁜 기색이라고는 할 수 없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 사람이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요."
"그래요? 누굽니까?"
그녀는 작은 손을 자기 가슴에 얹었다.
"저예요." - P86

"정말 특이한 사건이로군요. 동기도 없고, 수단도 없고, 목격자도 없고, 증거도 없어요. 증거가 되는 게 좀 있나 했더니 그건 파괴됐다고 하고……… 당신네들은 오로지 한 사람에게만 혐의를 두고 그녀가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군요. 다른 누군가가 범인일 가능성은 아무도 염두에 두고 있질 않아요. 당신도 전혀 다를 바 없군요. 그렇다면 한 가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도대체 왜 날 불렀습니까?"
그루어가 눈살을 찌푸렸다.
"진정하시오, 베일리 씨" - P100

리케인 델메어가 뭔가 낌새를 눈치챈 모양이오. 그는 내게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고 했어요. 난 그의 말을 믿었지요. 불행히도 그는 조금밖에 얘기해주지 않았어요. 스스로 조사를 완료한 후에 당국에 알리고 싶어했지요. 그는 최근에 조사를 거의 완료했던 모양이오. 그렇지 않다면 저들이 그렇게 야만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또 공개적으로 그를 살해했을 리 없잖소? 델메어가 말한 게 있어요. 인류 전체가 위험에 빠지고 있다는 이야기였죠. - P101

베일리는 손바닥으로 뺨을 문지르며 말했다.
"그런데, 지금 만일……."
그는 얘기를 꺼내려다 말고 의자에서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홀로그램임을 깨닫고는 우뚝 멈춰섰다.
그루어가 잔을 노려보며 목을 꽉 움켜쥐고 절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목이・・・・・・목이 탄다! 목이 타!"
그루어가 잔을 떨어뜨렸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심하게 일그러졌다. - P103

다닐이 묘한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 무릎이 아픈 것 같은 태도였다. 다닐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처음이다. 정말로 사람이 무릎에 어떤 이상이라도 생긴 것 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다닐이 말했다.
"사람이 해를 입는 모습을 보면 내 기계장치 어딘가에 이상이 옵니다."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은 하나도 없었네."
"네, 압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볼 때마다 내 사고 경로에 장애가 오곤 해요. 말하자면 사람이 충격을 받은 것과 같은 상태죠."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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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1 - 강철도시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정철호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199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시모프 로봇 시리즈의 첫 권.
SF의 고전. 추리소설로서 마지막 반전이 멋지다. 로봇 시리즈와 결과적으로 파운데이션 시리즈까지 관통하는 인류의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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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앤이 마치 이제 막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베레스포드에 있는 내 아파트가 그냥 놀게 될 것 같은데, 당신이 쓰는 게 어때요?
"아, 그럴 수는 없어요, 앤."
"왜요?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쓴 말은 절반만 옳아요. 거긴 방이 많고도 많아요. 내가 1년 동안 빌려줄게요. 내 나름대로 빚을 갚는 거라고 생각해요." - P457

세월은 마음에 술수를 부리는 재주가 있다. 과거를 돌아보다 보면 동시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1년 동안 쭉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 계절 전체가 단 하룻밤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 P468

"그러니까 그 팅커라는 친구는………."
디키가 말했다. 자신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버지가 학비를 탕진해버리는 바람에 사립학교에서 쫓겨났고, 취직해서 일을 하다가 루크레치아 보르자를 만났는데, 그 여자가 그 세계에 한 발을 들여놓게 해주겠다는 약속으로 그 친구를 꾀어 뉴욕으로 오게 했다는 거지? 너와 그 밖의 사람들은 모두 우연히 만났고, 그리고 그 친구는 너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도 우유배달 트럭에 부딪혀 망가진 네 친구를 택했고, 나중에 네 친구가 팅커라는 친구를 찼어. 그리고 팅커의 형도 그 친구를 차다시피 했고……………." - P474

지금까지 함께 했던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디키는 초자연적으로 보일 만큼 초연한 태도로 물었다. 넌 아직 그 친구한테 빠져있어?
‘말하지 마, 케이티 제발 부탁이니까, 인정하지 마. 얼른 일어나서 이 무모한 장난꾸러기한테 키스해. 디키가 다시는 이 말을 꺼내지 않게 확신을 심어줘.‘
"응" 내가 말했다. - P473

내가 상당히 비참한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디키가 내 무릎을 토닥거렸다.
"우리가 자신과 완벽히 맞는 사람하고만 사랑에 빠진다면, 애당초 사랑을 둘러싸고 그런 소동이 벌어지지도 않을 거야." 그가 말했다. - P477

"잘 있었어요?"
운나는 그의 뒤로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내 목소리를 듣고 그가 몸을 돌려 일어섰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또 틀렸음을 깨달았다. 검은 스웨터를 입고, 수염을 깨끗이 깎고,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 팅커는 풀 죽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케이티!" 그가 놀라움과 반가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다가 멈칫했다. 자신이 친구로서 나와 포옹할 권리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 P480

그러다가 중간에 내가 도대체 무슨 멍청한 생각을 한 건지 팅커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팅커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내가 주로 생각하는 건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에요.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이미 벌어진 일들에 대한 후회와 혹시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괴로워요. 내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와 지금 내게 없는 것들에 대한 욕망도 괴롭고요. 많은 것을 원하면서 동시에 원하지 않는 마음 때문에 아주 지쳐버렸어요. 그래서 이번만은 그냥 시험 삼아 현재만 생각해보려고 해요." - P487

"잘 지내던가요?" 내가 물었다.
"그게 말이지, 조금 추레했어. 살도 조금 빠졌고."
"그게 아니라, 잘 지내더냐고요."
행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 정신적인 걸 묻는 거로군."
행크는 굳이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곧장 대답했다.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어." - P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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