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의 뺨을 만졌을 때의 느낌을 말하고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상태가 거의 오르가즘의 경지였던 것 같다‘고 했지요? 그리고 오로라 사람들과의 섹스가 결코 만족스러운 게 아니었다는 이야기도 했소. 당신이 내 뺨을 만졌을 때 느꼈던 것이 오르가즘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후 언젠가 당신은 오르가즘을 경험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르가즘을 알지 못했던 당신이 나중에 어떻게 그것이 오르가즘이었다는 걸 이해했을까요? 다시 말해서 당신이 그것을 이해하려면 연인이 있어야 하고, 사랑을 경험했어야 했다는 겁니다. 패스톨프 박사가 당신의 연인이 아니고, 또한 과거에도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누군가가 있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 P185

"틀림없이 누군가가 있소, 글래디아. 내가 말해볼까. 잔더를 잃은데 대한 당신의 슬픔은 너무나 깊었소. 당신은 잔더 생각이 나서 다닐의 얼굴을 보고 있을 수가 없다고 그를 내보내기까지 했지요. 자, 나의 결론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말해줘요. 잔더 파넬이………"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거칠게 말했다.
"R. 잔더 파넬이 당신의 애인이 아니었다면, 내 말이 틀렸다고 해요."
그러자 글래디아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R. 잔더 파넬은 내 애인이 아니었어요."
그리고는 좀더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나의 남편이었어요." - P186

내 마음을 이해해주기 바래요. 인간과 비슷하게 보였지만 그는 로봇이었어요. 사람인 남자들을 만지는 것은 아무래도 망설여지는데, 잔더는 사람이 아니었고 태어나서부터 로봇들과 함께 생활해온 나로서는 잔더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만질 수가 있었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잔더를 만지는 일이 즐겁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잔더도 곧 내가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 P192

베일리는 그 말에 약간 놀랐다. 그는 똑같은 질문을 하려고 지스카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멈추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결국 그들에게서 무엇 하나 유용한 정보를 얻으려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 P202

패스톨프가 마중을 나왔다.
"때맞춰 돌아왔군요, 베일리. 글래디아와 만난 성과가 있었나요?"
베일리가 말했다.
"그렇다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패스톨프 박사. 어쩌면 해결에 이르는 열쇠를 쥐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P203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아요. 사실은 훨씬 복잡하지요. 그게………"
패스톨프는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사실은 내 딸이 나에게 섹스를 청했는데, 내가 거절했거든요."
"당신에게 섹스를 청했다구요?"
베일리는 깜짝 놀랐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오." - P212

"그녀가 보고 싶은가요, 패스톨프 박사?"
"물론이지요, 베일리. 하지만 그것은 자식을 직접 기르는 데서 오는 전형적인 잘못 중의 하나입니다. 그것은 인간을 불합리한 충동에 빠지게 하죠. 그 아이에게 뜨거운 애정을 품게 만들고, 게다가 그 아이가 난생 처음으로 요구하는 섹스를 거절함으로써 그 아이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합니다. 그리고 덧붙인다면, 곁에 없는 것이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운, 앞뒤가 맞지 않는 감정에 빠지게 되지요. 이런 기분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로 인해서 불필요하게 겪어야 했던 그녀나 나의 고통은 전적으로 내 책임입니다." - P214

당신이 글래디아에게 잔더를 준 것은 섹스의 대상으로서 배려한 것이며, 그녀가 당신에게 섹스를 청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 당시에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어떤지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그런 기분으로 선물한 건 아니었나요? - P217

그는 사라져버린 것을 향해 손을 내밀고 필사적으로 바둥거렸다.
그러나……
그때 언뜻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무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중요한 무언가 있었다는 점 말고는.
그는 눈을 부릅뜨고 깜깜한 어둠 속을 응시했다. 정말 뭔가 있었다면……… 뭔가 생각이 날 텐데.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다니, 제기랄!
그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 P228

베일리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왜 바실리아는 그의 아버지와 결별했지?"
지스카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베일리는 지구인들이 로봇에게 명령하는 것 같은 단호한 태도로 물었다.
"이봐, 내가 물었잖아?"
지스카드는 고개를 돌리더니 잠시 동안 베일리를 응시했다. 그는 로봇의 강렬한 눈빛이 자신의 무례한 말에 대한 분노의 불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스카드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가 말할 때 그의 눈에는 어떤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
"저는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리틀 미스는 아버지와의 결별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도록 그때 이미 제게 명령해 놓았습니다." - P257

"그녀가 자네를 가끔 재프로그래밍했다는 얘기는 들었네만……… 확실히 능숙하긴 했던가 보군."
베일리가 말했다.
.
.
.
"뭘 재프로그래밍한 거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나를 놀리는 것 같군. 그녀가 해놓은 일이 정확히 뭔가?"
지스카드가 잠시 주저했다. 베일리는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곧장알아챘다.
"재프로그래밍에 관한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습니다."
"금지된 건가?"
"아닙니다. 재프로그래밍은 지나간 일들을 자동적으로 지워버립니다. 제가 어떤 특정한 부분에 대해 수정되었다면, 수정되기 전의 일들에 대해서는 기억을 갖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 P258

"맞습니다. 인간형 로봇의 핵심인 양전자두뇌 이론을 발전시킨 것이 바로 그 사람이죠. 패스톨프 박사가 죽은 서튼 박사의 도움으로 다닐을 만들 때 그 이론을 적용했어요. 하지만 그는 그 이론의 중요부분에 대해서 상세히 공개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지도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그 따위로 하기 때문에, 지금 인간형 로봇의 생산이 결정적인 장애를 맞고 있는 겁니다. 오로지 그만이 그러고 있는 거라구요!"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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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당신의 무례를 봐드리지요, 베일리. R. 다닐은 살해당하지 않았어요. 오로라에 있는 인간형 로봇이 그것만은 아니니까……… 죽는다는 말을 써도 괜찮다면, R. 다닐이 아니라 다른 로봇이 살해된 거요.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양전자두뇌가 완전히 파괴되었소. 회복할 수 없는 영원한 로블럭 상태가 되어버린 거지." - P36

"패스톨프 때문입니다. 패스톨프가 다시 한 번 당신을 보내달라고요청했어요. 오로라에서 로블럭을 일으킨 장본인을 찾아달라는 거요. 그는 그것이 과격파들에게 반격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 P37

벤은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면 우주시를 지도에서 지우신 분도 아빠고, 오로라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 것도 아빠였어요. 아빠, 정부의 모든 사람들을 다 모은다고 하더라도 이만한 일을 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아빠에게 감사하지 않는 걸까요?"
베일리는 말했다.
"애당초 나는 영웅타입이 아니거든. 그런데 그 우스꽝스런 초파장 드라마가 내게 그 역할을 어거지로 떠맡겼던 거야. 그것이 시경 사람들 모두를 적으로 돌려놓고, 네 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아빠에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명성을 짊어지게 한 거란다." - P41

베일리는 R. 다닐이라고 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면서 말했다.
"로봇과 인간을 어떻게 구별하지?"
"저절로 확연히 구별됩니다, 파트너 일라이저. 굳이 구별해서 말할 필요까지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로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입니다. 지스카드에게 필름책을 가져오라고 시킨 걸 보면, 당신은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오로라에 친숙해질 필요를 느끼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 P52

다닐과의 대화에서 끌어낸 이 결론을 확인하기 위해 지스카드에게 질문을 해볼까 어쩔까 망설였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 P57

"그러기에 충분한 기술을 가진 오로라인들의 리스트를 뽑을 수 있겠나? 용의자 그룹이 떠오르겠지만 수가 그리 많지는 않을 거야."
"벌써 했습니다, 파트너 일라이저."
"몇 명이나 되나?"
"리스트에 올려진 이름은 단 하나뿐입니다."
이번에는 베일리가 침묵할 차례였다. 그의 미간이 화가 난듯 바짝 모아졌다. 이윽고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단 한 사람이라고?"
다닐의 목소리도 조용해졌다.
"한 명뿐입니다, 파트너 일라이저. 그 사람이 바로 패스톨프 박사님입니다. 박사님은 오로라에서 제일가는 로봇공학 이론의 권위자입니다." - P63

"패스톨프 박사님은 로봇 살해사건에는 인간이 관련되어 있지 않다고 확신하고 계십니다. 자기 외에는 아무도 그 일을 할 수 없으니까요. 박사님은 그것을 단순히 우발적인 사고라고 하십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당신이 박사님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을 원치 않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당신을 지켜야만 하는 겁니다." - P72

"내가 정말 바보같은 생각을 했군, 다닐."
"우리가 당신을 오로라가 아닌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갈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습니까? 의심할 만한 이유라도 있나요, 파트너 일라이저?"
"아냐. 잠재의식 속에 있는 광장공포증 때문에 불안해서 그랬을 거야. 전혀 움직이지 않는 우주의 경관을 보고 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천체가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불안이 가중된 것 같아.", - P87

"패스톨프 박사, 여기에서 내가 실패하면 지구가 타격을 입게 된다는 건 알고 계시겠지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야겠죠. 여기서 실패한다면 다 그만두고라도 나 개인적으로도 큰 불행을 감수해야 할 겁니다."
패스톨프가 놀란 듯 베일리를 돌아보았다.
"그렇게까지 될까요?"
베일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결국 그렇게 될 겁니다. 지구정부의 표적이 될 테니까요."
"당신에게 부탁했을 때 그 점에 대해서까지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베일리, 나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 P96

패스톨프는 조용히 말했다.
"내 의견으로는, 최고의 능력을 갖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내 생각엔 오로지 나만이, 그것도 상태가 아주 좋은 날이라야 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나를 포함한 로봇공학의 최고 두뇌들이 모여서 이런 정신동결상태에 빠질 수 없는 양전자 두뇌를 고안해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 P104

베일리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당신이 실제로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라면……… 당신이 잔더를 죽였습니까?"
패스톨프가 대답했다.
"내가 범행을 부정하고 있다고 다닐이 말하지 않던가요."
"그에게 듣긴 했지만, 당신에게 직접 듣고 싶습니다."
패스톨프는 팔짱을 끼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꽉 다문 이사이로 내뱉듯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말하지. 나는 안 했소!" - P107

"범행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잔더를 정신동결상태로 만든 것은 두뇌회로에서 일어난 양전자 흐름의 자연발생적인 이상입니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아니오. 도저히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그렇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요."
.
.
.

"그런데 자연발생적인 이상을 제가 어떻게 증명합니까? 아무래도 당신, 지구, 그리고 나 자신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군요."
"중요한 순서대로 말한다면 ..... 당신, 나, 그리고 지구입니다. 어쨌든 나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그것을 입증할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 P108

그 유명한 전설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지요. 원시적인 시대에 생산된 로봇의 이야기인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조립라인의 어딘가의 사고로 인해 우연히 텔레파시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 P112

"그러면 그 무의식적인 정신동결상태가 일어날 확률은 어느 정도입니까?"
"평균적인 오로라인의 생존기간인 300년이란 기간중, 10만의 로봇 가운데 하나가 정신동결상태를 일으킬 수 있을 겁니다. 좀처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잔더와 같은 경우도 있을 수는 있지요." - P115

우리는 점점 무력하게 되어가고 있어요, 베일리 씨. 요즘 2세기 반 동안 새로운 우주국가는 개발되지 않았어요. 우리의 세계는 완전히 길들여져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해하기 때문에, 여기서 나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이 세계는, 지구가 완전히 기분 나쁜 곳이 되자 인간이 없는 신천지의 위험에 맞닥뜨린 사람들이 비교적 이쪽이 낫다고 해서 개발된 곳이죠. 솔라리아를 마지막으로 50개의 우주국가가 건설되자, 이제 어딘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위기감이나 필요성도 없어져버린 겁니다. 그리고 지구 자체는 지하의 강철동굴 안으로 잠입해 버렸구요. 그리고는 끝입니다. - P142

로복공학 3원칙이 있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그것이 있다면 어떨까요? 인간에게 적용되는 원칙이있다면 도대체 얼마나 있는 걸까요?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누군가가 인간공학의 원칙을 발견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처럼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훌륭한 미래상을 과학적으로 예언할 수 있게 되어, 장차 인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있게 될는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인류에게 벌어질 사태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오. 나는 때때로 심리역사학이라고 부르는 수학을 확립하겠다는 꿈을 꾸어보지요. 하지만 나는 할 수 없을 것이고……… 아마 아무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P143

베일리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잔더의 소유자가 당신이었소?"
"그러자 글래디아가 대답했다.
"2년 전에 남편을 소유했던 것도 나였구요. 어째서 나를 거쳐간 존재들은 모두 살해될까요?"
베일리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볼로 가져갔다. 하지만 글래디아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말했다.
"솔라리아에서도 당신은 나를 구해주려고 왔지요. 용서하세요, 당신에게 다시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자, 우리가요." - P162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베일리는 그녀를 똑바로 좌우로 흔들기만 했다.
쳐다볼 용기가 없어서 머리를 푹 숙이고
"나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지요. 그저 ‘고마워요, 일라이저‘, 그걸로 끝이었어요. 마치 남편의 죽음이 몰고온 곤경에서 나를 구해주었기 때문에 고마워한 것처럼요. 하지만 그렇게 말했던 진정한 이유는 당신이 나의 삶에 빛을 던져주었다는 데 있었지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르쳐주고, 그에 도달하는 길이 있음을 가르쳐준 데 대한 감사였던 거예요. 그 자체는 가벼운 접촉이었지만, 그것은 모든 것의 시작이었어요."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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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저 베일리는 정신없이 나무 그늘을 찾아들어갔다.
"웬 땀이 이리 나지."
잠시 허리를 편 후, 이마의 땀을 훔치고는 손등에 묻은 땀을 꺼림칙하게 바라보며 그는 중얼거렸다.
"땀나는 건 정말 질색이야."
베일리는 투덜거리면서 우주의 법칙에 따라 그것을 털어버렸다. 자연계가 꼭 필요해서 만들어냈겠지만, 불쾌한 건 어쩔 수 없었다. - P12

베일리는 주먹을 살짝 쥐며 말했다.
"너희는 젊은 놈들 치고는 영리한 축이지. 그런데도 지구 바깥으로 나가본 적이나 있니? 이 들판에 있는 사람들 중 지구 바깥으로 나가 본 사람은 하나도 없어. 하지만 나는 2년 전에 이런 순응훈련을 받기 전인데도, 나갔다가 무사히 살아 왔어."
"알아요, 아빠. 하지만 짧은 기간이었고 직무의 연장이었잖아요. 그리고 이미 자기 기능을 갖고 있는 사회에서 보살핌을 받았던 거구요. 이 일과는 달라요."
"아니야, 다를 게 없어."
베일리는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다르다고 속삭이는 소리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 P15

"아빠, 아빠가 그토록 오로라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딴 데 있는것 아니에요? 음, 그 여자를 다시 만나보고 싶어서……."
베일리는 눈썹을 찌푸렸다.
"여자? 맙소사! 벤, 무슨 얘길하는 거니?"
"그러지 마세요, 아빠. 이건 남자들끼리의 얘기잖아요. 엄마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 테니 걱정마세요. 솔라리아의 여자와 무슨 일이 있었죠? 저도 이젠 컸으니까 말해주실 수 있잖아요." - P16

로봇은 천천히 베일리에게 돌아왔다. 처음에 내린 명령이 강한 편이었다고는 해도 베일리의 명령보다 훨씬 강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발음이 분명하지 않았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럴 때는 이렇게…"
그리고는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말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혼자라면 말입니다."
.
.
.
"명령을 철회한다. 뭘 전하라고 했나?"
R. 제로니모의 소리는 곧 명료해졌다.
"오로라에 관계된 일이라고 전하라고 했습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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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솔라리아인의 생활방식을 통찰하려면 솔라리아의 소설을 읽는 일보다 더 좋은 방법을 없을 거라는 가설을 갖고 있었다. 솔라리아에서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그런 통찰력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그 가설을 기각해야 했다. 여러 권의 소설을 훑어봤지만, 이곳 사람들은 별것 아닌 문제를 가지고 어리석은 행동에 몰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인다는 걸 파악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 P125

"솔라리아에서 어떤 못된 장난을 하더라도 아무일 없을 것 같소? 오로라와 다른 외계의 강국들은 솔라리아를 예의 주시하고 있소. 당신이 우릴 쫓아보낸다면, 다음으로 솔라리아를 찾는 외계의 손님들은 아마 전함을 타고 올 거요. 난 지구에서 왔기 때문에 잘 알지요. 감정을 잘못 다스린 탓으로 전함을 선사받게 되는 거요." - P131

"꼭 만나봐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파트너 일라이저?"
"나도 모르겠네."
"이 점을 생각해보십시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솔라리아의 핵심 인물인 그루어 씨는 음독을 당했습니다. 당신이 여기저기 사람들 앞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돌아다닌다면, 다음 희생자는 바로 당신이 될 게 뻔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을 이 안전한 집 밖으로 내보낼수 있겠습니까?"
"내가 나간다는데, 자네가 어떻게 제지할 건가?"
"필요하다면 힘으로라도 해야지요, 좀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안 그러면 당신은 죽습니다." - P136

베일리는 다시 한 번 부끄러움이 느껴져 뭔가 위로의 말을 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닐, 설령 내가 위험 속으로 걸어들어간다고 해도・・・・・・ 아니, 사실 그건 위험이 아니야 (그는 다른 로봇들을 둘러보며 급히 그 말을 덧붙였다). 그건 내 일일 뿐이야. 난 그걸 감수할 수밖에 없다네. 네 임무는 한 사람이 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거지만 내 임무는 인류가 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거라구. 알겠나?" - P142

메시지를 읽은 그의 얼굴에 만족감이 감돌았다. 상대가 허락할 경우 직접 대면 인터뷰를 허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인터뷰 요청을 받은 사람은 ‘베일리와 올리버 수사관‘ 에게 가능한 한 모든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까지 붙어 있었다.
애틀비시가 완전히 두 손을 든 셈이다. 메시지에 지구인의 이름을 앞에 써넣을 정도로까지 그의 자세는 달라져 있었다. 이제야 수사다운 수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P143

"솔라리아의 문화는 과거의 지구에 존재했던 한 국가의 문화를 토대로 하여 만들어졌다는 이론이오."
베일리는 ‘또 시작이로군‘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만일 여기서 상대에게 가슴 속에 있는 것을 털어내지 못하게 한다면 이후 이 사람으로부터 협조를 끌어내기가 무척 어려워질 것이다.
"그게 어딥니까?"
"스파르타!"
퀴멋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처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 P160

이곳 솔라리아에서 처음으로 피라미드의 정점만이 존재하는사회가 만들어졌소. 피억압자의 자리는 로봇이 차지하고 있지. 우린처음으로 새로운 사회, 진정으로 새로운 사회를 이룩했소. - P162

로봇의 노동력을 인정한 사회에서 로봇 대 인간의 비율은 지속적으로커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런 현상을 막기 위한 법률들이 제정되긴 하지만 그 증가세를 둔화시킬 뿐 막지는 못한다, 처음에는 인구도 증가하지만 로봇의 증가속도는 그보다 훨씬 빠르다, 일단 임계점을 지나고 나면...….. - P169

"하긴 지구인이니까! 그런데, 왜 이러는 거죠? 글래디아 델메어를 살인자로 결말내면 되는 건데……… 또 꼭 그렇게 해야 하구요."
"글쎄요, 딱 그렇다고 확신이 가질 않는군요."
"확실치 않으면요? 가능성이 있는 다른 사람이라도 있나요?"
"다른 가능성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음, 예를 들어 당신일 수도 있고…………."
다음 순간, 클로리사의 반응은 정말 베일리를 놀라게 만들었다. - P181

"당신한테는 이런 동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동기?"
"그의 죽음은 곧 당신의 승진을 의미한다는 거죠."
"그걸 동기라고 했어요? 세상에, 누가 이 자리를 탐낸다고! 솔라리아 사람 누가 과연 그 자리를 탐내겠어요? 그건 박사가 살아 있는 동기였을 뿐이에요. 그 사람을 보호해주고, 감싸주는 동기라구요. 지구인, 이래 가지고는 아무것도 못 하겠군요." - P185

베일리는 로봇을 향해 돌아섰다.
"이봐, 보이! 저 소년이 어떻게 내가 지구인인 걸 알았지? 활을 쏠때 넌 소년하고 같이 있었지?"
"그렇습니다, 마스터. 제가 지구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지구인이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나?"
"네, 마스터."
"지구인은 어떤 사람이지?"
"인간 가운데 가장 열등한 종족으로서 병을 퍼뜨리기 때문에, 솔라리아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해주던가, 보이?"
로봇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해줬는지 아나?"
"모릅니다, 마스터. 그건 그저 제 기억장치에 들어 있는 겁니다." - P198

"당신은 아직도 델메어 부인이 남편을 죽였다고 믿습니까?"
"그럼요, 현장에 있던 유일한 사람인데요."
"그렇겠군요. 그렇다면 독화살이 나한테 날아왔을 때 이 영지에 있던 사람은 유일하게 당신뿐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P203

"리비그 박사에게 직접, 그게 안 되면, 로봇한테 이렇게 전해라. 나는 박사의 동료이자 좋은 솔라리아인이었던 사람의 피살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또 내가 박사의 일 때문에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5분 내에 접촉할 수 없으면 한 시간 안에 비행기를 타고 박사의 영지로 가서 직접 만나겠다고 말이야. 직접 만나겠다는 말을 차질없이 전하라구." - P210

"그럴까요? 그럼 한번 들어보시죠. 나는 이렇게 믿고 있습니다. 양전자 로봇의 역사를 통해서 로봇공학의 제1원칙은 잘못 인용되어 왔다고 말입니다."
리비그가 발작적인 행동을 보였다.
"잘못 인용되어 왔다고? 얼토당토않은 소리! 당신 미쳤구만! 도대체 왜?"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입니다."
베일리는 아주 침착한 태도로 말했다.
"로봇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말입니다." - P214

베일리는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하! 그럼 제1원칙을 이렇게 말해도 되겠군요. ‘로봇은 그것이 아는 한도 내에서 인간에게 위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의로 인간에게 위험이 닥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어서도 안 된다."
"무슨 뜻인지 알겠소."
"그러니까 로봇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살인이라고! 미쳤군요!"
리비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P219

"내가 이미 한 가지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나는 그것이 과연 가능한 방법인지 알고 싶습니다. 두 개의 로봇이 각자 다른 행동을 해서 결국 살인을 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전문가인 당신의견해를 묻는 거지요. 리비그 박사님, 그게 가능합니까?"
리비그는 잠시 주저하더니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 P221

"아무도 그 동기에 대해서는 말을 못하더군요. 하지만 글래디아가 동기도 없이 살인을 하지는 않았겠지요?"
"원, 세상에!"
리비그는 웃음을 터뜨리기라도 하려는 듯 머리를 젖혔다. 그러나 그는 웃지 않았다.
"아니, 아무도 그걸 말해주지 않던가요? 하긴, 아무도 모르겠지. 나밖에는 아무도 모를 거요. 그 여자는 나한테 얘기했소. 그것도 아주 자주 말이오."
"뭐라고 하던가요?"
"남편하고 싸웠거든. 심하게 다투었다고 했소. 그것도 자주 그랬다지? 그녀는 남편을 증오했소. 이것 봐요, 지구인, 그래, 아무도 그 얘기를 안 해줬단 말이오? 그 여자도 아무말 않고?" - P228

"그런데 왜 리비그 박사는 당신한테 로봇공학을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려고 했을까요? 당신 생각엔 그가 왜 그런 것 같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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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엔 날 자기 조수로 삼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 P244

"우린 그때, 그러니까 그이가 죽었을 때도 말다툼을 하고 있었어요. 케케묵은 논쟁이었지요. 나는 열이 뻗쳐서 소리를 지르는데 그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거예요. 나는 그이가 아무말도 하지 않는게 너무너무 분했어요.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는지 아무 기억도 나지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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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죽였습니까?"
"일라이저, 정말 기억이 안 나요. 내가 죽였다면 기억이 날 텐데 말예요. 그냥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난 너무 놀라서, 정말 너무 놀라서 정신이 나갔었어요. 일라이저, 날 좀 도와줘요. 제발 날 좀 도와 주세요." - P246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네. 자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어떻게 로봇들한테서 빠져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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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저를 가두려고 로봇들에게 내린 명령은 ‘저자가 다른 사람이나 로봇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해라. 홀로그램도 안 되고, 직접 만나도 안 된다‘ 였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다른 사람이나 로봇이 저를 접촉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이 없었습니다. 그 차이를 아시겠죠?" - P250

다닐의 차분하고도 무시무시한 말이 게속되었다.
"델메어 부인은 당신 옆에 앉아 있었고 당신이 쓰러지는 것을 보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물에 빠졌어도 아마 그대로 놔두었을 겁니다. 물론 로봇이야 부르겠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을 게 확실합니다. 나중에 이렇게 설명하겠죠. 아무리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지만 도저히 당신을 만질 수가 없었다고요." - P257

델메어 박사는 솔라리아에서 진행되는 음모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지요. 그 음모란 나머지 은하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공격음모였습니다. 그는 그것을 막는 데 관심을 가졌습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음모에 관련된 사람들은 그를 제거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 P269

평생 홀로그램으로만 접촉을 해왔고 다른 사람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한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단지 부인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직접 만난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부인 아닌 다른 사람이 직접 대면하려고 자기에게 걸어온다면.……… 그럴 경우 그 사람은 당연히 홀로그램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일테죠. 특히 로봇이 홀로그램 접촉이 준비됐다는 메시지를 델메어 박사에게 전달한 시점에서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 P270

"그럼 분명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믿기 어려워도,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뭣니까? 바로 그게 진실입니다. 그 현장에 있던 로봇이 바로 흉기였고, 그랬기 때문에 당신들은 역시 배운대로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겁니다." - P273

누군가가 로봇에게 인간을 해칠 방법을 가르치려는 위험한 시도를 한다면?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반란의 가능성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최후의 범죄였다. 솔라리아 같은 세계에서 누군가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든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 사람에게 분노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과 로봇의 비율이 1대 2만이나 되는 솔라리아에서. - P284

"차관님께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다니……… 솔라리아에 가라고 명령하실 때 차관님께서는 저에게 외계의 약점이 뭔지 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들의 강점은 로봇과 적은 인구와 긴 수명이다, 그런데 약점은 뭘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솔라리아인들의 약점을 알아냈다고 믿습니다."
"내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겠군. 좋아, 계속 얘기해보게."
"차관님, 그들의 약점은 바로 로봇과 적은 인구 그리고 긴 수명입니다." - P290

"차관님 말씀이 맞습니다. 솔라리아인들은 리비그가 로봇을 악용한 것에 너무 놀란 나머지 그걸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고 계산했습니다."
"그럼 누가 델메어를 죽였나?"
미님의 질문에 베일리는 천천히 대답했다.
"누가 실제로 쳤느냐고 물으시는 거라면, 그건 모두들 그랬을 거라고 알고 있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피살자의 부인, 글래디아 델메어입니다." - P294

베일리는 아직도 열린 공간이 두려웠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 공포심에 짓눌리지 않을 터였다. 결코 그 공포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우리라!
베일리는 광기 비슷한 것에 휩싸이는 자신을 느꼈다. 처음부터 열린 공간은 불가사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열린 공기를 맛보기 위해 지상차에서 다닐에게 속임수를 쓰던 그 순간부터.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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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솔라리아인의 생활방식을 통찰하려면 솔라리아의 소설을 읽는 일보다 더 좋은 방법을 없을 거라는 가설을 갖고 있었다. 솔라리아에서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그런 통찰력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그 가설을 기각해야 했다. 여러 권의 소설을 훑어봤지만, 이곳 사람들은 별것 아닌 문제를 가지고 어리석은 행동에 몰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인다는 걸 파악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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