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난 뒤 그 일을 사전에 예측했다고 착각하는 경향을 ‘사후 확신 편향‘이라 한다. - P20

다이어트 중에 아주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오히려 케이크 생각만 머리에 떠오른다―. 이처럼 어떤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얄궂게도 그 일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없는지?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Daniel Wegner,
1948~2013)는 1987년 이런 인간 심리를 이론화하고 그 이론을 나중에 ‘역설 과정 이론(ironic process theory,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이라고 명명했다. - P22

사람은 일상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사건에 직면하면 ‘이 정도라면 괜찮다‘고 믿고 여느 때처럼 계속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정상성 편향‘이라 한다. 이 편향에 의해 재해의 위험성을 낮게 보거나 나쁜 상황을 전하는 정보를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정상성 편향은 자연 재해등에서 피해를 확대하는 요인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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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 아마디로에게 ‘기억이라는 병‘에 대한 면역은 없었다. 그의 병은 뿌리깊은 분노와 좌절을 수반하는 심각한 중증이었다.
이백 년 전만 해도 모든 일은 순조롭게 풀려갔다. 그는 로봇공학연구소의 창시자이자 소장이었으며 (그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정적(政敵)이었던 한 패스톨프를 쓰러뜨리고 의회를 장악하는 승리의 순간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그의 기억은 마치 아직도 그가 참담함과 절망의 쓴 맛을 덜 보았는다는 듯 쓰라린 순간들을 거듭 그에게 되돌려주었다. - P11

아마디로는 은하계가 반쪽짜리 인간들의 지배를 받느니 차라리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 공간으로 남겨두는 편이 훨씬 낫다는 믿음에서 한 치도 흔들려본 적이 없었다. 일라이저 베일리의 고향인 지구를 고갯짓 한 번으로 파멸시켜버릴 마법의 힘이 자신에게 있었다면 그는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 P14

그러자 맨더머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알겠습니다, 소장님, 시간을 많이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를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생각이 있으시면 지금보다 시간 여유를 좀 더 내셔서 제게 연락을 주십시오. 하지만 시간을 너무 지체하시면 안 됩니다. 무작정 소장님만 기다릴 수는 없거든요. 다른 쪽도 접촉해봐야 할 테니까요. 저는 어떻게든지 지구를 파괴할 겁니다. 이건 아주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 P20

은하계 내에 초공간 여행이 가능한 종족은 우리밖에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나아가 은하계 내에 지능을 가진 종족이 우리뿐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하겠습니다. - P29

그러나 인간형 로봇의 제작은 실패로 돌아갔다. 아무도 그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오로라 사회는 인간형 로봇을 거부했다.
다시 떠오른 쓰라린 기억으로 아마디로의 입은 일그러졌다.
솔라리아 여자에 관한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녀가 패스톨프가 만든 두 인간형 로봇 중 하나를 사용했으며 그 용도는 성적(性的)인 것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오로라인들은 기본적으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왔을 때 오로라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여자로봇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게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오로라 남성들로서도 남자로봇과 경쟁을 벌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것이다. - P38

패스톨프의 사망과 함께 그녀는 지스카드를 잃었다. 지스카드는 원래 그녀의 로봇이었다. 바실리아가 어린 소녀였을 당시만 하더라도 다정한 아버지였던 패스톨프가 그녀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녀가 로봇공학을 배운 것도, 진정한 애정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도 모두 지스카드로부터였다. - P51

그들은 텔레파시 통신을 연구하는 것 같았어요. 솔라리아에서 나는 무심히 보아넘길 수 없는 장비들을 보았어요. 한 로봇공학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홀로그램 스크린에 얼핏 칠판이 비쳤는데, 거기에 양전자 패턴행렬이 적혀 있더라구요. 그건 지금까지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것이었지만, 난 한눈에 그 패턴이 텔레파시 프로그램이라는 걸 알아차렸어요. - P57

그러던 어느날, 나는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아니 지금까지 본 것들 중에서 가장 정교한 패턴을 만들어냈지요.
.
.
.
나는 그 패턴을 지스카드의 두뇌에 넣고 두뇌회로를 수정해 버렸던 거예요.
그건 지스카드에게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았어요. 그는 완벽할 정도로 부드러운 반응을 보였고, 이해력도 빨라졌고, 지금까지 그 어느때보다도 총명해졌어요. - P88

"조금 전에 본론을 시작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 바실리아, 넋두리는 그만두고 단순명쾌하게 요점만 이야기하라고 요구하면 너무 무리한 부탁일까?"
"켈덴, 잘 들어봐요.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한 마디로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지스카드를 독심술 로봇으로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런 로봇은 단 하나 지스카드밖에 없어요." - P90

"어떻게 지스카드가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소? 그는 단순한 로봇일 뿐이오."
"주인 패스톨에 충성을 바치는 로봇이지요. 제1원칙에 의거해서 패스톨프에게 아무런 해가 미치지 않도록 하고, 더군다나 텔레파시 능력으로서 그에게 가해질 위해를 단지 물리적인 것으로만 해석하지 않게 된 거지요. 지스카드는 패스톨프가 추진하고자 하는 은하계 이주계획이 좌절된다면 자기 주인이 크게 낙담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어요. 지스카드의 독심술 체계에서 그것은 ‘위해‘의 범주에 속하거든요. 따라서 그로서는 그런 일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개입하게 된 거지요." - P91

"이주자 우주선은 솔라리아의 지표를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우주선은 그렇지 못할 거예요. 솔라리아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든지간에 지스카드는 대처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스카드 외에는 아무도 그러지 못할 거예요."
아마디로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그런 일이 정말 발생한다면 이제까지 당신이 한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지.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야." - P99

"DG, 나를 지구로 데려다줄 수 있나요?"
DG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정말 가시려구요… 글래디아?"
"네, 가고 싶어요." - P107

글래디아, 지구는 특수한 곳입니다. 말하자면… 성스러운 곳이지요. 그곳은 유일한 실제세계입니다. 인류가 탄생한 장소, 인간이 발생해서 진화를 하고 수많은 동식물들이 자라난 유일한 생명의 원천이지요. 물론 베일리 행성에도 나무와 벌레들이 있지요. 하지만 지구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없는 풍부한 야생의 나무와 벌레들이 번식하고 있습니다. 지구에 비긴다면 우리 세계는 모조품에 불과해요. 지구에서 이끌어온 지적·문화적·정신적 힘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는 세계라는 말이지요. - P113

지스카드,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만약 법정이 내가 너를 재설계하기 전까지는 단순한 로봇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그 이후에 사람들의 정신상태를 감지하고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로봇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분명히 그 재설계작업을 높이 평가해서 너에 대한 소유권을 내게 양도할 거야." - P131

"닥치고 있어!"
다닐로서는 어떤 소리도 내기 힘들었다. 소리를 내도록 공기를 조작하는 작은 펌프가 체내에 내장되어 있었지만, 거기에서 나온 소리는 잡음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있는 힘을 다 쥐어짜 아까보다 더낮은 속삭임이긴 했지만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바실리아 박사님, 제겐 제1원칙을 뛰어넘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 P134

"저는 제1원칙보다 더 위대한 법칙이 있다고 믿습니다.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고, 위험을 간과함으로써 인류에게 해가 돌아가게 해서도 안 된다‘, 저는 그것이 로봇공학 제0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제1원칙은 이렇게 되겠지요.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히거나 위험을 간과함으로써 인간에게 해가 돌아가게 해서는 안된다. 단 제1원칙은 로봇공학의 제0원칙을 거스르지 않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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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이란 자신의 가설이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밖의 다른 정보는 무시하기 쉬운 경향을 말한다. - P16

바넘 효과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을 듣고 자신에 대해 지적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 즉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이다. - P17

우리는 성공하고 살아남은 것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실패하고 사라진 것은애당초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생존자 편향‘이라 한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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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그들은 커버롤을 벗어 수행원에게 넘겨주었다. 다닐과 지스카드도 커버롤을 벗었다. 그러자 수행원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지스카드에게 꽂혔다.
글래디아는 불안감을 억누르기라도 하려는 듯 신경질적으로 콧구멍에 필터를 틀어막았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토록 많은 단명한 인종들 앞에 서본 적이 없었다. 그들이 단명한 것은 체내에 만성질환의 병균과 수많은 기생생물들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귀가따갑도록 들어온 터였다. - P257

"그러면 마담 글래디아의 연설이 있겠습니다."
글래디아는 불빛이 자신에게 옮겨지자 가슴 속으로부터 심한 공포의 전율을 느꼈다. 귓전에는 아우성치는 환호성이 정신없이 웅웅 울려댔다. 옆에 서 있는 DG도 열심히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는 그녀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이더니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들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평화를 원하지요? 마담은 입법부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원하는 건 장황한 연설이 아니에요. 대강 인삿말만 하고 자리에 앉으셔도 되는 겁니다." - P264

"괜찮으시다면 그대로 서 계시겠어요, 마담? 제가 대답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에 대답해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은 나이를 이야기할 때 어떤 식으로 따지시나요? 태어난 이후 살아온 해수를 계산하시나요?" - P270

"인생의 길이를 자신이 겪는 사건과 행위, 성취와 흥분의 양으로 측정한다면 저는 여러분 그 누구보다도 어립니다. 가히 어린아이라 할수 있을 정도지요. 내가 살아온 기간의 대부분은 단지 지루하고 권태로운 시간의 연속이었을 뿐입니다. 여러분들 중 그 누구도 저보다는 많은 흥분과 즐거움을 누렸을 것입니다. 자, 마담 램비드! 다시 한번 당신의 나이를 제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램비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충실한 쉰네 살입니다, 마담 글래디아."
그녀는 자리에 앉았다. - P272

그녀는 나무나 풀 같은 수동적인 생활에 대해서, 그리고 지나치게 잘 정돈된 사회와 간섭에 가까울 정도로 시중을 드는 로봇으로 인한 불행한 생활에 대해서 주절주절 호소했습니다. 얼마나 그 생활이 혐오스러운 건지 엄살을 떨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행성에 무슨 위험이 있습니까? 무슨 재앙이 있다고 두 로봇까지 대동하고 왔단 말입니까! 우리는 그녀를 환영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환영하는 이 자리에까지 그 로봇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지금 그 로봇들은 연단 위에 그녀와 함께 있습니다. 이제 실내에 불이 들어와서 여러분들도 그들의 모습을 쉽게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하나는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다닐 올리버이고, 다른 하나는 쇳덩어리로 된 모습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아예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는 R. 지스카드 레벤트로프입니다. 친애하는 베일리 행성의 시민 여러분! 그들을 환영합시다. 그들이야말로 이 여자와 피를 나눈 친척 아닙니까?" - P277

"약 160년 전 바로 이 행성에서 일라이저 베일리가 죽어갈 때 그의 임종을 지킨 것은 그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저도 아니었지요."
.
.
.
"이 행성에 착륙해서 일라이저의 마지막 유언을 들을 수 있었던 사람은 다닐 그뿐이었습니다. 그래도 다닐이 여러분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나요?"
그녀는 주먹을 하늘로 치켜 흔들었고, 목소리도 한 옥타브쯤 높였다. - P279

"다닐과 지스카드는 이 세계의 영광된 이름입니다. 일라이저 베일리의 뜻을 따라 그 이름은 그의 후손들에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타고 온 우주선의 선장은 다닐 지스카드 베일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입니다. 지금 저와 얼굴을 마주하고 계신, 그리고 하이퍼비전을 보고 계신 분들 중에도 수많은 다닐과 지스카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 뒤에 서 있는 이 로봇들이 바로 그 이름을 가진 로봇들입니다. 왜 이들이 토마스 비스터반 씨에게 비난을 받아야 합니까?" - P280

"이 두 로봇들은 결코 일라이저 베일리를 잊지 못합니다. 제가 그를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요. 그들의 기억 속에는 지난 세월이 조금도 퇴색하지 않고 그대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제가 베일리 선장의 우주선에 동승하게 되었을 때, 어쩌면 베일리 행성을 방문할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 다닐과 지스카드를 데리고 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라이저 베일리로 인해 탄생되었고 그가 말년을 보냈던 이 행성을 이들이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데요.
그렇습니다. 이들은 로봇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일라이저 베일리에 게 충직하게 봉사했던 지능을 가진 로봇들이지요. 저는 지능과 지성을 가진 모든 존재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들을 데리고 온 것입니다." - P280

글래디아는 그런 청중들의 모습을 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고함과 환호성이 끝없이 이어지는 동안 그녀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나는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이처럼 행복한 순간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평생 이런 순간을 기다려온 듯한 기분이었다. 고독에 익숙하도록 교육받은 이백삼십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지나, 군중들을 마주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게 된 이 순간을… - P281

"그게 왜 나쁜 결과였다는 거지요? 사람들은 모두 만족해했는데?"
"도가 지나칠 정도로 만족했지요, 마담, 우리는 당신이 귀여운 우주인 영웅이 되어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시기상조의 전쟁을 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냉각시켜주길 바란 겁니다. ‘장수‘에 대해서는 설득력을 발휘한 편이었습니다. 단명한 우리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로봇에 갈채를 보내게 만든 점입니다. 그건 우리가 바라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일반 대중들이 우주인과 혈연관계라는 생각을 품는 건 좋지 않습니다."
"시기상조의 전쟁도 원하지 않지만 시기상조의 평화도 원치 않는다는 말이로군요."
"그렇습니다, 마담." - P286

다닐, 나는 사람이 아니야. 복잡하고 모순으로 가득차 있는 인간의 정신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이 반응하는 메카니즘은 잘 몰라. 하지만 개인보다는 군중들이 훨씬 더 조작하기 쉽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됐지. - P290

노인의 눈이 다닐을 알아차리자 그의 창백하고 말라 비틀어진 입술에 가느다란 미소가 실렸다.
"다닐, 내 옛 친구…."
그의 말소리는 희미했지만 분명히 일라이저 베일리의 음성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시트 아래쪽에서 팔 하나가 빠져나왔다. 그것은 자신이 일라이저임을 확신시키려는 동작이었으리라.
"파트너 일라이저!"
"고맙네. 이렇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파트너 일라이저." - P296

내가 염려하는것은 자네에게 미칠 영향이야. 자네는… 항상 자네가 주장하고 내가 반박하듯이 로봇 아닌가. 오랜 옛날부터 자네는 내가 죽지 않도록 지키는 것을 임무로 삼아왔어.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자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자넬 부른 거야. - P298

"각 개인의 업적은 인류 전체에 공헌하는 것이고, 그것은 전체의 일부로 영원히 살아남게 되는 거야. 그 전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에까지 수만 년에 걸쳐 짜여질 하나의 거대한 직물(織物)을 이루지. 그 직물은 날이 갈수록 더욱 정교해지고 아름다워져. 우주인들도 그 직물의 일부에 아름다움을 새겨넣을 수 있지. 개인의 삶은 그 거대한 직물의 날실과 같은 거야. 그 어마어마한 전체에 비한다면 한 가닥의 실이 무어 그리 중요하겠어?
다닐, 자네는 그 직물 전체에 관심을 가져야 해. 한 가닥의 실이 끊어진다 해서 흔들려서는 안 된다구. 거기에는 무수한 많은 씨줄, 날줄들이 있어. 하나 하나가 모두 큰 몫을 하고 있는…" - P298

"오로라가 메시지를 보냈더군. 지구를 경유해서 보낸 것이 아니라 직접 우리에게 보낸 거야."
"그들에겐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 모양이군요. 어떤 얘깁니까?"
"솔라리아 여인을 다시 돌려달라는 거야." - P309

우리에게는 세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로봇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 손으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번째는 빠른 세대교체입니다. 그것이 지속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해주지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뿌리이자 핵인 지구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P320

"지스카드, 자네는 마담이 자네나 나 없이 귀환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불가능하지. 그렇다고 오로라 의회가 자네나 나를 필요로 할 리가 있겠나?"
"나라면 그들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을지 몰라. 하지만 자네는 달라. 자네는 인간의 마음을 직접 느낄 수 있잖나."
"하지만 그들은 그런 사실을 몰라."
"우리가 오로라를 떠난 이후 그들이 사실을 알아냈을 가능성도 있지. 그래서 자네가 오로라를 떠나도록 허용했던 걸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닐까?" - P325

사실 오로라인들 사이에서 그녀는 반역자일 뿐이다. 이런 대단한 환영행사 자체가 훌륭한 증거 아닌가?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하고 있을 여유도 없었다. 그녀에겐 평화와 화해를 정착시켜야 할 막중한 임무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길이라면 기꺼이 걸어갈 각오가 되어 있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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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는 지도에서 눈을 떼고 양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나 다른 승무원들이 그들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건 아무런 문제도 아니야. 책임자는 나고 결정도 내가 내린다. 만약 저 여인이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면 착륙 후 여섯 시간 이내에 우린 모두 죽고 말 거야." - P164

"당시뿐 아니라 지금도 있어. 하지만 다닐은 단순한 로봇이 아니었어. 그는 우주인과 아주 흡사한 우주인 로봇이었지. 잘 생각해보게, 니스, 자네와 싸웠던 우주인이 누구였는지…"
그러자 니스의 눈이 등잔만하게 커지면서 얼굴이 벌개졌다.
"그렇다면 그 우주인이 로봇…"
"그가 R. 다닐 올리버라네." - P184

DG는 포토큐브를 한쪽으로 밀어놓고는 몸을 앞으로 굽혔다.
"제1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고 있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어떤 행동을 묵과함으로써 인간이 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 맞지? 하지만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되지. 우리는 바로 그 원칙 때문에 로봇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물론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잘못된 확신이라면 정말 큰일 아닌가? R. 다닐은 니스에게 해를 입혔어. 그러고도 그 로봇은 제1원칙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기색도 전혀 없었네." - P188

DG는 가능한 한 오로라 귀족풍의 말투를 흉내내어 점잖게 말했다.
"마담, 이 영지의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여자는 한동안 DG를 쏘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 말씨는 아주 투박한 솔라리아 방언이었는데 한껏 혀를 굴리며 발음하는 모습은 코미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당신은 사람이 아니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가 어찌나 재빨리 움직였는지, 10미터 정도 뒤에 있던 글래디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아채지 못했다. 단지 살짝 움직이기만 한 것 같았는데 이미 DG는 뒤로 나가떨어져 꼼짝도 못하고 있었고, 그 여자의 양 손에는 그의 무기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 P205

다닐의 손가락이 랜드리의 손에 의해 억지로 벌려졌고, 블라스터는 랜드리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순간 글래디아가 몸을 날려 다닐을 가로막았다.
"설마 인간인 나를 해치지는 못하겠지!"
랜드리는 블라스터를 글래디아 쪽으로 향한 채 이렇게 말했다.
"마담, 당신이 지금 가로막고 있는 것은 사람과 흡사하지만 절대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그러한 존재들을 보는 즉시 죽여버리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 P211

그 감독의 경우, 인간인지의 여부를 판별하는 핵심적인 특성은 언어였습니다. 솔라리아 억양은 아주 독특하거든요. 감독은 인간의 외형을 가졌더라도 솔라리아 사투리를 쓰지 않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 걸로 간주하여 가차없이 파괴시키도록 입력된 겁니다. 그런 인간을 싣고 온 우주선도 마찬가지겠지요. - P223

지스카드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는 방금 벌어졌던 일들을 승무원에게 알리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담이 놀라운 용기를 발휘하여 싸움의 주도권을 빼앗았다는 사실을 승무원들에게 강조한다면, 마담에 대한 승무원들의 불신을 완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담 덕택에 모두가 생명을 건진 셈이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필경 하급 선원들이 제기했을 반대를 무릅쓰고 이번 여행에 마담을 동승시킨 당신의 통찰력이 얼마나 탁월한 것이 었는지를 입증할 수도 있을 거구요." - P225

박사는 지난 이백 년간 지구에 대한 반감은 한시도 감춘 적이 없었지. 아마디로 박사가 상당한 숫자의 인간형 로봇을 만들었는데 그들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면 그 로봇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 P236

우리는 무사히 솔라리아를 빠져나왔습니다. 솔라리아의 위험이 무엇인지도 밝혀냈구요. 더군다나 군(軍)의 비상한 관심을 끌 만한 특수한 무기를 손에 넣기까지 했습니다. 마담은 이제 곧 베일리 행성의 영웅이 될 겁니다. 우리 행성의 고관들은 이미 사건의 개요를 보고받고 두 팔을 활짝 벌려 당신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 P242

옆문이 미끄러지듯 열리자 DG가 좌석을 옆으로 돌린 다음 먼저 차량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글래디아를 부축하기 위해 한 손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
"곧 행성 의회에서 연설을 하셔야 할 겁니다. 이제 모든 정부 고관들이 머리가 터지도록 몰려들어오겠지요."
글래디아는 DG의 손을 잡으려고 손을 뻗다가 고통스럽게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자 움찔 뒤로 물러났다.
"내가 연설을 해야 한다고요? 그런 얘긴 하지 않았잖아요?"
DG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당신이 당연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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