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어떤 꿈, 조금도 특별할 것 없는 꿈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떤 손 하나가 룬다가탄의 오래된 방 침대 위 매트리스를 리드미컬하게, 그러면서도 집요하게 두드려대는 꿈이었다.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새벽녘에 침대에서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추적을 시작한 건 바로 이 꿈 때문이었다. - P9
프란스 발데르는 늘 스스로를 형편없는 아버지로 여겨왔다. 아들 아우구스트가 어느새 여덟 살이 되었는데 프란스는 이날 이때까지 한 번도 아버지 구실을 하려고 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의무들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자신의 의무라고는 생각했다. 어린 아들은 전처와 그녀의 애인이자 기분 나쁜 인간 라세 베스트만의 집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 P13
프란스는 지금껏 바보처럼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모든 빚을 갚고 아들을 돌보며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시작부터 적극적이었다. 관련 기관에 아우구스트의 기록들을 요청해 샅샅이 훑어본 후 전문가들과 교사들에게 연락해보았다. 이를 통해 분명히 알게 된 건 자신이 보내준 돈이 아이를 위해 한푼도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돈은 다른 데로 들어갔다. - P18
불과 몇 달 전에도 경제기자 빌리암 보리가 세르네르 미디어 그룹 소속 신문 <비즈니스 라이프>에 이런 제목의 칼럼을 썼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의 시대는 끝났다. - P23
한편, 살라첸코 사건 이후로 특종이 없었다는 점과 <밀레니엄>의 재정적 위기도 미카엘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잡지는 정기구독자가 2만 명 정도 되어 그럭저럭 유지해가고 있었다. 반면 광고 수입이 급감했고, 과거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던 도서들도 더는 수입원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대주주 중 하리에트 방에르가 더이상 잡지에 투자하기를 거부하자, <밀레니엄> 경영진은 미카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의 세르네르 미디어 그룹에 지분 30퍼센트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굉장히 놀라운 결정이었다. - P25
잡지는 먼저 돈을 벌어야 했다. 그다음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세상의 이치가 그랬다. 그러니 걱정적인 연설문을 작성하려고 애쓰기 전에 좋은 기삿거리를 찾아야 했다. 직원들에게 다시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중대한 폭로기사. 그러면 시장조사 결과가 어떻다느니, 잡지가 낡아빠졌다느니 하면서 오베가 지껄일 잡소리에 더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겠지. - P27
그가 보기에 미카엘은 모든 걸 이뤘다. 탐사기자로서 역사에 길이남을 특종을 몇 개나 터뜨리기도 했지만, 예전에 그들이 꿈꿨던 열정과 패기를 여전히 간직한 채 글을 써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가 볼 때 미카엘은 권력의 압박에 굴복한 적도, 이상을 포기하고 타협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오베 자신은… - P30
아우구스트는 수열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프란스 발데르는 그보다 더 대단한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숫자들 옆에 언뜻보면 사진이나 수채화 같지만 실은 색연필로 그린 그림이 있었다. 얼마 전 호른스가탄 거리에서 지나쳤던 신호등이 정확하게 재현되어있었다. 마치 수학적 정확성에 근거한 듯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완벽했다. - P48
프란스와 그의 변호인단이 이 기술에서 가장 혁신적인 부분의 특허권을 얻으려고 신청서를 냈어요. 그런데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죠. 트루 게임스 소속 러시아 엔지니어가 바로 직전에 똑같은 특허를 신청해서 우리를 막아버렸어요. 전혀 우연이라고 보기 힘든 일이에요. 사실 특허 같은 건 부차적인 문제였어요. - P53
리누스가 처음부터 사람을 화나게 했기 때문에 아무리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도 미카엘은그냥 그를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갑자기 리스베트가 튀어나오면서, 그는 모든 걸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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