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찾아 길을 나서기 위해서는 우선 아버지가 사라져야 한다. 부자가 서로 알아볼 수 없도록 주인공이 충분히 어렸을 때. 고로 막 애틋한 사랑을 시작한 마롤리의 부모를 어떻게든 찢어놓아야 한다. 극적인 효과를 높이자면 가급적 안타깝게. - P84
사실 전 지금쯤 하푸탈레 고원을 거닐고 있어야 해요. 공기 좋은 고향 차밭에 엄마의 유골을 뿌려주는 게 오래전부터 계획한 성년식이었거든요. 실은 엄마의 계획에 가깝죠. - P89
그는 멕시코만류1에 조각배를 띄우고 홀로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지난 팔십사 일 동안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처음 사십 일 동안은 소년이 함께했다. 그러나 사십 일이 지나도록 물고기 한 마리 못 잡고 보니, 소년의 부모는 급기야 노인이 그 불운이 극에 달한 ‘살라오(Salao)’2가 된 게 분명하다고 아들에게 말했다. 소년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다른 배로 옮겨 탔고, 옮겨 탄 배는 그 첫 주에 어지간히 큰 물고기를 세 마리나 잡았다
처음엔 죽은 남자를 주인공으로 단편소설을 쓸 생각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십대 가장의 괴이한 죽음. 그 비밀을 밝히는 과정에서 친근하지만 형체가 없는 ‘평범‘과 껄끄럽지만 압도적 실체로서 상존하는 ‘죽음‘이 불을 통해 합쳐지는 과정을 그려보고 싶었다. - P29
숨을 헐떡이는 불덩이, 불타는 날개, 녹아내리는 얼굴, 목에 걸린 뱀, 죽음의 천사… 뜨거운 물줄기 아래서 눈을 감고 있는데 기괴한 이미지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떠돌았다. 잠을 깨기 직전 마지막 꿈이었던 것 같다. - P37
안산 낚시터 창고 화재, 신원 미상 남성 시신 한 구 발견27일 오전 5시 10분경 안산시 단원구의 휴장중인 낚시터 창고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건물을 모두 태운 뒤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창고 안에서는 신원 미상의 남성 시신 한 구가 불에 탄 채 발견됐다. 인근에 사는 이모(69)씨는 "조깅을 하러 나왔다가 창고에서 불길이 치솟는 걸 보고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신의 사인 확인을 위해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P9
우연은 변신에 대한 꿈이자 가능성, 필연적으로 시들어 떨어질 꽃들 위를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기는 한마리 나비이다. - P10
우연의 신이 작정하고 장난을 치지 않는 이상 내 이야기가 그들의 실제 삶과 겹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P20
하스모니아 시대의 유대교는 이전에 직면하지 못했던 가장 심각한 도전에 맞섰다. 물론 명백한 도전은 토라를 준수하는 유대교를 말살하려는 안티오쿠스 4세에 의한 흉포한 시도였다. - P204
더욱 미묘한 것은 헬레니즘주의자에 대해서든지, 아니면 토라를 준수하는 반대자에 대해서든지, 헬레니즘 문화가 모든 유대교 관습 내부로 거침없이 유입됐다는 것이다. - P204
이 십자가 처형 내러티브는 예수의 죽음에 대한 초기 반응의 본래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기억되고 있는 예수는 유창하게 연설하면서 고문과 죽음을 환영하는 영웅이 아니다. 그보다도 예수는죽음을 피하게 해달라고 하나님에게 기도하고, 심문을 받을 때는 침묵하거나 얼버무린다. - P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