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정이가 글공부는 아니할망정 배우는 것과 익히는 것이 없지 아니하였으니, 배우기는 대개 주인 선생의 이야기를 듣는 데서 배우고 익히기는 주장 두 동무와 장난하는 데서 익히었다. - P194

처음에 봉학이와 유복이는 섭섭이를 아주머니라고 불렀는데, 어느 날 꺽정이가 두 아이를 보고
"이애들, 우리 결의형제하자."
하고 발론하여 세 아이가 형제의를 맺으며 두 아이도 꺽정이를 따라서 누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 P200

봉학이가 전과 같이 셋 동무로 섭슬려다니지마는 꺽정이와 유복이가 뛰엄질같은 장난을 할 때, 봉학이는 그 틈에 끼이지 않고 혼자 따로 서서 활을 쏘았다. - P205

꺽정이가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고 한번 응소리를 크게 질렀다. 그리하고 허리를 폈다. 가죽나무가 뽑혀 넘어지며 까치가 날았다. - P211

유복이 입에서 쉿쉿 소리가 나며 댓가지 창들이 빨랫줄같이 건너편으로 건너가서 담에 붙은 나무쪽 과녁에 들어가 박히었다. - P215

꺽정이가 한번 웃고 나서 한손으로 기둥을 들고 한손으로 매듭을 잡아당겨 눌리었던 기둥 밑에서 떼어놓았다. 보고 있던 늙은이는
"하늘이 내신 장사다."
하고 칭찬을 마지 아니하였다. - P227

"검술하는 사람은 까닭없는 미움과 쓸데없는 객기로 칼을 쓰지 않는 법이니 네가 할 수 있겠느냐?"
"이 세상에는 미운 것들이 많은걸요."
"악한 것을 미워함은 곧 착한 일이라, 그 미움은 금하는 것이 아니로되 까닭없는 미움으로 인명을 살해함은 천벌을 면치 못할 일이다."
"아무쪼록 천벌을 받지 않도록 하지요." - P234

처음에는 가까이 떨어지던 것이 차차로 멀리 가고 처음에는 대중없이 가던 것이 차차 대중에 맞게 가도록 되었다. 재주가 늘어가는 데 재미를 붙이어서 섭섭이가 일년 넘어 콩을 불었다. - P253

"그러나 백정의 아들이 탈이다."
하고 갖바치를 돌아보며 다시 허허 웃으니
"꺽정이에게도 탈이지만 세상에도 좋을 것은 없으리다."
하고 갖바치는 얼굴을 찡그리며 웃었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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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스라엘인들은 신화적 세계에 살았다. 풀과 나무와 짐승에 영험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고 하늘과 산을 섬기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다. 합리주의와 과학의 언어에 익숙한 현대인은 이런 종교심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힘들다. - P14

성경도 그런 옛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였다. 그런데 과학과 합리주의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이 고대의 신화적 언어는 무척 낯설기 때문에, 신약성경을 현대인의 눈으로만 읽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과거 신화의 언어에 담겨진 속뜻을 잘 새겨서 이해해야 한다. - P19

이 작고 약한 이스라엘이 장구한 세월을 견뎌 내는 동안 주변 강대국들의 문물을 적잖게 받아들였음은 자연스런 일이다. 이것이 구약성경에 고대근동 신화의 자국이 크게 남운 이유다. - P23

창세 1장의 창조 이야기는 고대근동의 세계관을 완전히 뒤엎는 혁명적 본문이다. 큰 나라의 큰 신들을 한낱 피조물로 만들어 그 권위를 완전히 추락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 P25

역사적으로 보면, 이스라엘의 종교에 이웃 종교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음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략적 요충지에 터를 잡은 약소국 이스라엘은 이웃나라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주로 영향을 받는 쪽이었다. - P28

역사적 연구에 따르면, 사실 고대 이스라엘의 배타적 고유성이라고 할만한 것은 거의 없다. 곧 고대 이스라엘 종교의 거의 모든 상징과 요소에 대해서 고대근동적 기원을 논할 수 있다. 고대 이스라엘은 ‘고대근동 세계의일부‘이기 때문이다. - P29

에누마 엘리쉬는 이어서 에아가 ‘주님‘ 마르둑을 낳고, 마르둑의 영웅적 행동으로 이 세상이 창조되었음을 전한다. 결국 마르둑은 신들의 주인이 되고, 엔릴의 호칭 대부분을 물려받았으며 바빌론은 우주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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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이가 처음 고발할 때 김덕순과 박연중이 장사인 것을 말하여 남곤, 심정은 특별히 덕순과 연중을 잡으려고 여러가지로 애를 썼다. - P106

덕순이가 연중이와 같이 공론한 일은 하룻밤에 남곤과 심정을 죽이자는 것이었는데, 남곤에게서 낭패 보고는 다시 의논을 더하기로 하여 심정의 집엔 가도 아니하였다. - P120

파산의 딸 윤씨는 신씨와같이 유순하지도 못하고 장경왕후와 같이 유덕하지도 못하나 한미한 집 딸로서 뒷줄이 없이 간택에 뽑히니만큼 인물이 잘났었다. 임금에게 고임을 받는다느니보다 임금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던 인물이었다. - P155

"아들에게 너무 범연한 것도 병이야."
하고 심의가 옆에서 웃으니 갖바치는
"아들인지 무엇인지."
하고 곧 뒤를 이어서
"아비 소리 듣는 것만은 사실이니까 그만한 책망은 지지요."
하고 적이 다시 웃었다. - P178

섭섭이의 사내 동생이 꺽정이니 꺽정이도 섭섭이와 같이 별명이 이름이 된 것이다. 처음의 이름은 놈이었던 것인데, 그때 살아 있던 외조모가 장래의 걱정거리라고 "걱정아, 걱정아."하고 별명 지어 부르는 것을 섭섭이가 외조모의 흉내를 잘못 내어 꺽정이라고 되게 붙이기 시작하여 꺽정이가 놈이 대신 이름 이 되고 만 것이다. - P183

"그중 제일 꼭대기가 무어요?"
"정승이란다."
"정승위에는 아무것도 없소?"
"그 위에 상감이 계실 뿐이다."
"그러면 상감이란 게 꼭대기이구료. 내가 크거든 상감 할라오."
"그런 소리 남 들으면 큰일난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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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문 문턱 밑에 초가집 몇집이 있고 그중에 갖바치의 집 한 집이 있었다. 그 갖바치가 성명이 무엇인지 이웃에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 P8

조대헌 영감은 산으로 치면 태산이고 별로 치면 북두시다. 때를 못 만나신 양반이라 일의 성패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인물은 길이 천추에 빛날 줄로 생각합니다. - P27

정신 놓고 연중의 이야기를 듣던 덕순이가
"남곤이는 원래 간특한 놈이니까 못된 짓을 하겠지만 이장곤이로 말하면 점잖다는 말을 듣는 자가 남곤이와 부동해서 못된 짓을 했단 말인가?"
하고 열을 내어 소리를 질렀다. - P78

이판서가 만일 모리악을 쓰다시피 다투었다면 병조판서로 금부당상을 겸한 중신의 말이 허무해지도록 될 것이 아니었지만, 거제 귀양살이와 함흥 도망질의 광경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중에 정다운 봉단과 귀여운 함동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리어 맘이 약하여져서 굳세게 말을 세우지 못하였다. - P83

조정암이 동소문 안을 지나갈 때 길가에 섰는 여러 사람들 틈에 한 사람이 눈물을 뿌리며 섰었으니 이 사람은 갖바치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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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새벽에 주의 집에서 사나이 하나가 나가는데, 그 사나이는 삭불이와 같이 외모가 해사하지 아니하고 거무스름한 얼굴에 목자가 우락부락하였다. 주팔의 첩도 그 사나이가 관 근처에 사는 김서방인 줄 아는 외에 더 아는 것이 없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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