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이 닐스를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아주 크게 깨달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리스베트는 그를 단순히 권력과 지배욕에 집착하는 인간으로만 여겼을 뿐 전형적인 사디스트일 줄은 몰랐다. - P294
내 말 똑똑히 들어. 이 영상엔 네가 스물네 살 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이 있어. 네가 후견을 맡고 있는 정신이상자 여자애지. 내가 필요한 경우에 얼마나 정신이상자처럼 굴 수 있는지 넌 상상도 못할 거야. 누구라도 이 DVD를 본다면 네가 쓰레기일 뿐만 아니라 가학증에 걸린 정신이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 P302
그녀는 닐스의 얼굴에 거의 닿을 정도로 자신의 얼굴을 가깝게 들이댔다. "행여 나를 건드리는 일이 있다면 난 널 죽여버릴 거야. 절대 농담하는 거 아냐." 그는 그 말이 진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금의 허풍도 섞이지 않은 눈빛이었다. "기억해둬. 내가 미친년이라는 사실을." - P305
"만일 어느 세력이 사욕을 위해 자신에게 껄끄러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아버린다면 이 세상에 표현의 자유가 설 땅은 없어지겠지요." - P311
사실 시청자들에게 진실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음모론에 끌리기 마련인데다 부정한 사업가와 언변이 유창하고 세련된 언론인 중 대중의 동정심이 향할 곳은 분명했다. - P312
깜박이는 등대 불빛을 바라보는 에리카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 계약으로 <밀레니엄>이 소중히 지켜온 원칙들이 흔들리기 시작하고있다는 사실을. - P313
미카엘은 갑작스러운 흥분을 느꼈다. 오랜 경험을 통해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신의 본능을 믿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의 본능이 분명 앨범속 무언가에 반응했다. - P325
하리에트는 옆을 보고 있었다. 세 친구와 주변의 군중들은 어릿광대들을 바라보던 그 와중에 말이다. 하리에트의 얼굴은 오른쪽으로 30에서 35도 정도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시선은 길 건너편 무언가에 못박힌 듯 고정되어 있었다. 사진 아래 왼쪽 귀퉁이 바깥에 있었을 그 무엇에 말이다. - P344
하리에트가 거리 맞은편에서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본다. 그녀는 충격을 받는다. 나중에 헨리크와 얘기를 하고 싶어 접촉해보지만 면담은 이뤄지지 못한다. 이어 그녀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 P355
오랜 세월 파묻혀 있던 사진 한 장이 하리에트의 방에 들어간 적이 결코 없다던 그녀의 말이 거짓이었음을 밝혀주었다. 미카엘은 머릿속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세실리아! 그 말이 거짓이었다면, 또 어떤 거짓말들을 했지? - P356
"아빠. 전도할 의도는 아니지만 한 가지만 말할게요. 난 아빠가 무얼 믿든지 아빠를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처럼 아빠가 성경 공부를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무슨 말이야?" "아빠가 방에 붙여놓은 성경 구절들을 봤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음침한 구절들만 즐기는 거예요? 자, 그럼 안녕!" - P367
디르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카엘, 회장님께 하리에트 사건은 일종의 취미라는 사실을 당신도 잘 알지 않소? 뭐, 그렇게 대단한게 나오겠소?" "전 반드시 그렇다고 보지 않는데요." "무슨 말씀인지?" "몇 가지 새로운 단서를 찾아냈습니다." 미카엘이 말했다. "그걸 어제 회장님께 알려드렸어요. 혹시 그 때문에 심장마비를 일으킨 건지 염려도 됩니다." - P373
"무슨 말인지 잘 알겠소...... 그런 일이라면 정말로 능력 있는 사람을 하나 알고 있소. 사실 당신을 뒷조사한 게 바로 그 여자였......" 디르크는 아차 하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 P375
오랜 세월 다양한 이들의 정보를 캐온 베테랑 기자인 미카엘은 이런 전문적인 조사의 질을 판단하는 안목이 있었다. 리스베트라는 여자는 의심의 여지 없이 이 방면의 에이스라 할 수 있었다. - P377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리스베트! 내 컴퓨터 안에 들어왔었군! 미카엘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런 빌어먹을 해커 같으니라고! - P378
미카엘은 한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놓은 채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분명 그녀의 몸을 만지고 있었다! 드라간은 잠시 멈춰 섰다. 미카엘이 뭔가를 말하자 리스베트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웃었다. - P391
어느새 자정이었다. 미카엘은 침대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어쩌면 심심풀이 삼아 흥미로운 과거사를 들춰본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업실에 침입할 정도로 이 일에 관심이 있는 또다른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이건 단순히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생생한 현실일 수 있었다. - P398
"좋아요. 당신이 비웃을지 모르지만 이번엔 내 ‘윤리위원회‘의 원칙을 알려줄게요. 난 이걸 ‘살란데르의 원칙‘이라고 불러요. 내가 볼 때 쓰레기는 뭘 해도 쓰레기예요. 내가 쓰레기들의 더러운 짓거리들을 밝혀내 엿을 먹인다면 그건 그자들이 그런 일들 당해도 싸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서 난 쓰레기들에게 마땅한 것들을 돌려줄 뿐이라고요." - P401
"그렇다면 이 모든 사건들을 통해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미카엘이 물었다. "둘 중 하나겠죠. 첫째, 하리에트는 스웨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과 연결될 만한 성경 구절을 수집하는 괴상한 취미가 있었다. 둘째, 그녀는 이 모든 살인들이 서로 연관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P440
이 분쯤 있다 그녀가 다시 문을 열고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당신 생각이 틀렸어요. 그자는 성경을 너무 읽다가 미쳐버린 정신병자가 아니에요. 단지 여자들을 증오하는 쌔고 쌘 쓰레기일 뿐이죠." - P446
미카엘이라는 이 알 수 없는 남자는 자신의 정보를 도둑질당했다고 해서 펄펄 뛰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녀를 채용했다. 이 모든 일에 리스베트는 은근히 약이 올랐다. - P460
미카엘이 갑자기 해킹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했다. "아마 스웨덴에서는 최고겠죠. 나와 비슷한 사람이 두세 명 정도는더 있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자신의 대답에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 P461
홀연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미카엘과 같이 지내는 걸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쩌면 그를 신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 P462
갑자기 어디선가 굉음이 들리는 동시에 그의 머리 위로 몇 센티미터쯤 떨어진 콘크리트 벽에 총알이 날아와 박혔다. 곧이어 머리에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총알에 맞아 튄 돌조각에 두피 한쪽이 깊게 찢어졌다. - P480
역사적 흥밋거리 정도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오늘 아침엔 현관에 죽은 고양이가 버려졌고, 저녁엔 누군가 당신 머리통에 구멍을 뚫으려 했다고요. 누가 지금 몹시 똥줄이 탄다는 얘기죠. - P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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