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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와 로봇의 일자리 경쟁 - 4차 산업혁명과 자녀교육
이채욱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1월
평점 :

우리는 지금까지 개발되지도 않은 기술을 이용하는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에 대비해 학생들을 준비시키고 있다.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우리가 아직 알지도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 리처드 라일리, 클린턴 행정부 교육부 장관 P.183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커제 그리고 알파 제로
식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문제를 풀어 가는데, 이세돌과 알파고의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도전을 한다고 했을 때, 나도 많은 사람들처럼 이세돌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이세돌은 4대 1로 알파고에 패배했고, 나를 포함해서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체스는 몰라도 바둑만큼은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인류는 이제 그 자존심을 내려 놓아야 했다. 아마도 2016년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기 시작한 원년으로 영원히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바둑기사였던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패배한 후, 이세돌은 최전성기가 아니라며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했던 바둑랭킹 세계1위, 중국의 커제가 2017년 알파고와 대결을 펼쳤다. 커제는 3번기 중 단 한 판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분한 마음에 커제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세돌의 패배로부터 겨우 1년 남짓 시간이 지났지만 알파고의 바둑 실력은 이미 수백배 발전을 했고, 이제 인간의 영역을 넘어가 버렸다. 이세돌은 그나마 마지막 안간힘을 써서 1승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커제는 완벽하게 패배하고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인간이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했다. 그리고 이제 인간은 알파고가 혼자서 둔 바둑의 수를 이해할 수 없어서 알파고가 남겨 놓은 50개의 기보를 연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알파고는 그 후에 나온 업그레이드된 인공지능인 알파고 제로에게 또 지고 만다. 이건 또다른 종류의 문제의 심각성이 발생했다는 걸 의미한다. 알파고는 인간이 둔 바둑의 수많은 기보를 입력한 후 그 수를 통하여 학습을 했지만, 알파고 제로는 기보마저도 없이 단지 바둑의 규칙만 입력한 후 스스로 학습해서 알파고를 이겨 버린 것이다. 인류가 4천년 동안 쌓아 올린 바둑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앞으로는 바둑 뿐만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인공지능에게 넘어가 버릴 것이라는 예상이 당연해져 버렸다.이제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이세돌과 알파고는 5번기 바둑 대결을 펼쳤다. 이세돌은 4번기 한 번만 승리를 하고 결국 알파고에게 1:4로 패배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의 인간에 대한 고민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계의 발명에 의한 1차 산업혁명, 전기의 대중화에 의한 2차 산업혁명, 컴퓨터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발전에 의한 3차 산업혁명까지, 산업의 구조가 바뀌는 시기는 지금까지 계속 있어 왔다. 변화에 적응을 하는 사람들은 큰 기회를 잡아 부를 누릴 수 있었고, 중하층 노동자와 적응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려운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떻게든 잘 버텨왔고, 해답을 찾아 왔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인간은 또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의 담론이 시작된지는 굉장히 오래되었지만, 실제로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는 추측만 할 뿐이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정치인들, 경제학자들, 사회학자들은 수많은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 예측대로 될지, 아니면 그 예측을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뛰어넘어을지 알 수는 없다. 이 책은 몇가지 유력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혁신 중에서 인공지능이 사회, 특히 노동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기 쉬운 직업군과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군을 밝힌다. 그리고 이 책에서 언급하는 로봇은 결국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저자 이채욱.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사이버대학교 융합정보학대학원을 졸업했다. KBS에서 교육 및 예능 컨텐츠를 제작했으며, 현재는 윤선생 영어교실의 스마트 본부장이다.
문제는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제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법들의 집합'이다. 인공지능은 결국 이 알고리즘을 파악해서 프로그램해 놓은 것이다. 결국, 알고리즘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직업일수록 로봇에 의해 대체되기가 쉽고, 알고리즘을 파악하기 어려운 직업은 로봇이 대체할 수 없으니 안전한 직업이다. 책에서는 각 직업이 알고리즘화할 수 있는 정도를 분석하고 분류해서 가까운 미래에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흥미 영역에 따라 어떤 직업에 적성이 있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고, 그 직업을 선택할 아이의 미래가 어떨지도 예측해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기술에 속하는 것들은 알고리즘화가 쉽고,정신에 속하는 것들은 알고리즘화가 어렵다. 기계에 대한 지식이라든지, 생산, 가공, 교통 지식은 알고리즘화가 제일 쉽기 때문에 이런 지식을 활용하는 직업은 위험하다. 반면에 심리학이라든지, 사회학, 커뮤니케이션 능력, 모국어 능력, 교육 지식 등은 알고리즘화가 어려워서 다소 안전하다. 직업에 따라사는 지금은 전문직으로 각광을 받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로봇이 대체해서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직업이 될 수도 있다.

직업의 미래는 알고리즘화하기 쉬운지 어려운지에 따라 달려 있다.
그럴듯한 해답, 4C. 정말일까?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으로서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은 4C이다.
Creativity 창의성
Critical Thinking 비판적 사고력
Collaboration 협동 능력
Communication 의사소통 능력
이 의견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이 제시하는 여러가지 해답에 대해서도 크게 불만은 없다. 하지만 좀 우려스러운 것은 인공지능이 과연 위의 4가지 요소를 학습하지 못할까? 분명히 단순, 반복적인 기술에 비해서 분명히 어려울 테지만 불가능한지 물어 본다면 나로서는 '글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어서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날아가 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알파고 제로의 바둑은 인간보다 더 창의적이다. 다른 영역이라고 해서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라는 법이 없어 보인다. 10년 동안은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면? 30년이 지나면?

결국 문제는 창의력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예상외로 충실하고 읽을 필요가 있어 보이는 책
4차 산업혁명, 로봇과 아이의 경쟁, 일자리, 교육. 최근 굉장히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이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거의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딱히 읽기 좋아하는 주제도 아니라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도 삐딱하게 바라보면서 굉장히 뻔한 내용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이 책은 충실하다. 알고리즘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직업을 분류하고, 각 직업에 필요한 소질도 분류한다.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적 역량을 키우는 방법도 제시하는 동시에 아이를 교육시키는 부모의 자세에 대해서도 제안을 한다. 책이 충실한 이유는 아마도 이 책이 저자가 최근에 작성한 논문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저자의 결론과 충고에 대해서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특히, 수학교육, 코딩교육이라든지 영어교육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역설한 것은 나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의 기본적인 철학이 결국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 아이를 잘 교육시켜서 다른 인간과 하는 경쟁 뿐만 아니라 로봇과 하는 경쟁에서까지 이겨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 같아 불편한 점도 있다. 철저하게 자유경쟁 시장의 논리에 따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4C에서는 협동능력이 중요한 것으로 제시되어 있지만, 로봇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협동능력일 뿐이다. 개별 교육에 관한 책으로서 한계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회적인 합의와 협력에 의해서 바꿀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너무 없다. 교육의 책임을 온전히 부모에게 전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불만이다. 물론 주요 대상독자가 아이를 가진 부모인 책을 두고 사회구조적인 문제까지 지적하는건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좀 아쉽다는 거다.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제 바야흐로 인공지능과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분명히 한 번 읽어 보고 곰곰히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어설픈 자녀교육서에 비해서 굉장히 충실하다. 미래 직업과 그에 관련된 교육에 대한 각종 연구성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자녀의 적성과 직업교육에 대해 고민중인 부모라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명확한 해답을 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고려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제시해 준다. 어려워서 읽기 힘들 수도 있는 내용을 각종 사례들과 더불어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자녀교육에 관해 고민인 학부모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장래의 직업에 대해서 고민중인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도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