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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사기꾼 - 모세, 예수, 마호메트 ㅣ 패러독스 12
스피노자의 정신 지음, 성귀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살다 보면 약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난 책이란 건 항상 서점에서 읽어 보고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어느날 생각없이 검색하다가 보게된 인터넷 서점을 보니...
헉... 아무리 못해도 적립금 포함해서 20%는 싸게 책을 살 수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어떤 책들은 사니까 한 권을 더 준다... 그동안 사온 책들 다 인터넷 서점에서 샀으면 도대체 얼마를 아낄 수 있는 것인지... 하여간 그후로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 구경하고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주위와 얘기를 해 보니 나같은 사람이 많은 것도 같다... 하지만 한가지 안 좋은 점은 역시 싸다 보니까 책을 생각보다 많이 사게 된다... 나쁜 점이 아닌가? 책은 충동구매도 그다지 상관이 없는 것일까? 하여간 카드 결제금액이 늘어나는 것은 틀림없다...
즉, 이 책도 서점에서 찜해 놓았다가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한 책이라는 것이다...
처음 책 제목을 읽었을 때에는 삶의 지혜를 다룬 우화집류(내가 제일 싫어하는 종류의 책이다...)의 책인줄 알았는데... 내 눈길을 끈 것은 책 표지의 그림이었다... 참 특이하기도 하지... 진중권의 저서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에도 잠시 나오는 주세페 아프침볼도(Giuseppe Archimboldo)의 그림이다... 거꾸로 놓고 보면 그릏에 야채 쌓아 놓은 그림이다...
하여간 그래놓고 들춰보니... 허~ 무려 유명한 종교 지도자 3명을 대놓고 까댄 금서였다... 그것도 지금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종교의 힘이 강력했던 18세기 이전에...(언제 쓰인 책인지와 저자는 정확하지 않음...) 나자신 기독교이긴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에는 흥미가 있기 때문에 적어 놓았다가 구매... 덤으로 '마그나 카르타 1215'라는 책도 따라 왔다...
이 책은 이성으로 인간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할 때 나온 책일 듯 하다... 종교에 대해서 굉장히 논리적으로 (지금도 마찬가지 논리로 종교를 공격하는 데에 아무런 부족함이 없을 정도이다...) 비판해 놓은 책이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는 그의 신성은 완전히 거부하고 무식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현혹하여 자신의 뜻을 이룬 책략가 정도로 제대로 폄하해 놓았다... 이 책 읽고 나면 아마 많은 비기독교인들이 할 말이 많아질 것이다...
종교적인 관점을 떠나서는 이 책과 같은 방식으로 논점을 전개해 나가는 것은 참 흥미진진하다... 아주 깔끔하게 기독교를 제대로 비판하고 있다... 사실... 나도 그다지 반박할 말은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피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너는 믿지 않으니까 그런 것이다'밖에... 원래 신앙이라는 것은 논리하고 싸움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니까... 정신병자가 아니고서야 사실 처녀가 임신을 해서 신을 낳았다든지 하는 말을 믿는 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건 기독교인들이라도 다 안다...
책 제목은 3명의 사기꾼이지만 사실은 4명이 나온다... 모세, 누마 폼필리우스, 예수 그리스도, 마호메트... 그런데 왜 제목이 그런지 모르겠다... 일단 11장까지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어 나갔다... 그런데 12장부터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한 부분인데 왠지 지금까지와는 달리 논리적인 재미가 많이 반감었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도 왠지 허전하다...
한가지 더... 이 책이 출간 당시에는 굉장히 불온한 금서였고 충격을 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지금은 기독교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책 나온다고 벌벌 떨면서 무서워하며 읽을 이유가 없다... 그 점이 이 책을 집어든 사람들(나 포함)이 실망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기독교를 까긴 했으되 제대로 까진 못했다는 거다... 하긴... 시대상황이 다르고... 대상이 다르니...
후반부에 가면 마호메트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내가 이슬람에 대해 잘 몰라서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비슷한 규모를 가진 종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도 기독교만 알고 있다... 문제다... 덕분에 이슬람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기독교의 논리적 모순점을 맛보고 논리적으로 기독교의 본질을 비판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한다... 기독교인에게도 추천한다... 기독교를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라고 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으로 보면 이 책과 같이 된다는 것을 기독교인들도 알아야 한다... 이런 책 한 권 읽었다고 신앙이 흔들리면 교회 나가지도 마라... 이런 책 읽어 볼 자신도 없으면 산속 깊이 성경책 한 권 들고 들어가서 혼자서 예배나 드리시고...
마지막으로 머리말 맨 처음에 나오는 이 말로 리뷰를 끝낸다... 우리나라의 모든 성직자들 및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꼭 알아 두었으면 하는 말이다...
'왕성한 지성을 지닌 사람들이 볼 때, 종교를 비방할 보다 그럴듯한 구실이 되어주는 것으로, 그 종교를 옹호하는 자들의 행태만한 것도 아마 없을 것이다.'
-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주유하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