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탄생 - 사라진 암호에서 21세기의 도형문까지 처음 만나는 문자 이야기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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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한자의 역사를 다룬다..

한자에 대해서는 원래 크게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저 대학교에 다닐 때 갑자기 꽂혀서 몇개월 동안 쓰는 글자 중에 모든 글자를 한자로 썼던 적이 있었는데 결국은 나중에 가독성도 떨어지고 글씨를 잘 쓰지 못하기 때문에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9개월전부터 시작한 취미 덕분에 한자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고 한자 공부를 좀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몇권 책을 보다가 어디서 알았는지 이 책을 알게 되어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으로 인해서 한자 공부를 하려고 했던 원래의 목표는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이 책은 한자공부를 위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자를 한자 한자 흥미롭게 보는 방법을 나름 알게 되었고 글자에 대한 관심은 무척이나 높아졌다.

 

탕누어 ​唐諾 (1958~ ), 대만의 문화평론가.

문학평론가의 눈으로 본 한자의 탄생..

지은이는 탕누어 唐諾, 탕누어는 필명이고 본명은 셰차이쥔 謝材俊으로 대만의 문화비평가라고 한다. 주로 갑골문에 있는 한자들을 살펴 보면서 한자가 발생한 연원을 추리해서 밝히면서 한자가 탄생할 당시의 사회상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풀어내면서 우리가 평소에 그냥 쉽게 지나쳐갔을 한자들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런 한자들 중에는 지금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한자들도 있지만 생활상의 변경으로 인해서 잊혀지고 만 한자들도 있다. 그런 한자들은 상상력을 보태서 어떤 의미였을가 자세히 생각해 보기도 하고 읽는 사람들이 추리해 볼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두기도 한다. 이런 과정들은 마치 하나의 암호를 풀어나가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하나의 글자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한자의 갯수는 너무나 많다. 무려 수십만자나 된다고 하는데 하나하나 외워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글자 수천개만을 익혀서 사용하게 되고 그나마도 한글전용이 된 이후로는 거의 한자를 알지 못해도 살아가는데 거의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한자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하지만 '한자의 탄생'을 읽으면서 한 개의 글자가 탄생한 배경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고 그 의미를 반추하다 보니 글자 하나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나 소리글자(책에는 병음문자라고 되어 있다.)에 비해서 뜻을 온전히 지키고 있는 한자를 보면 그 당시의 생활상이 그대로 화석화되어 남겨져 있다는 사실에 그동안 사실 익히기 쉬운 한글의 우수성에 비해서 무지막지하게 암기를 강요하는 한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거부감을 많이 없앨 수 있었다. (나는 한자를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글전용론자이다.)

 

이런 식으로 글자를 하나씩 적으면서 책을 읽었다.

갑골문에 대한 관심이 부쩍~!

갑골문은 굉장히 직관적인 글자이다. 모든 상형자가 그렇듯이 사물의 형태를 노골적으로 문자로 옮겨 놓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정말 쉽다. 그리고 그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도 있다. 안그래도 요새 갑골문을 많이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는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새로이 알게 된 것은 갑골문은 한자의 가장 초기 형태이긴 하지만 이미 갑골문에 한자를 만드는 원리 중에 후기에 속하는 형성문자가 많기 때문에 한자 발생 초기의 문자는 아니라는 것이다.(한자는 상형~지사~회의~형성~전주, 가차의 순서로 문자가 만들어 졌다고 할 때..) 언뜻 생각할 때 갑골문의 글자는 거의 상형문자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과는 다른 점이다.

 

갑골문.. 갑골문은 흔히 거북의 등에 새겼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거북의 등은 너무 딱딱해서 글을 새기기 어렵고 실제는 부드러운 배딱지에 새겼다고 한다.​

 

인문학 책이라고 보기엔 좀..

한자에 대해서 재미있게 읽다 보면 여러가지 인문적 지식을 중간중간 인용하고 있다. 인용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사실 좀 뜬금없이 삽입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용과 잘 어우러지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나는 이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라는 느낌을 독자에게 강조하기 위해서 사용한 것 같은 현학적인 자세가 보인다. 전체적인 맥락하고 왠지 따로 논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 어색하다. 한자를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한자에 대한 자부심은 이해를 하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다른 나라의 글자에 대해서 문화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것 같은 태도는 조금 불편하기도 하다. 좋은 면이 있든 어쨌든 한자는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어려운 문자인 것은 틀림없기 때문에 실용성에 있어서는 최악의 글자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세계에서 한자 외에 상형문자를 실제로 실생활에 사용하는 문자가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한자에 대한 관심이 없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대체적으로 인문학이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좋아할 만해 보인다. 읽을 때 중간중간 나오는 작가가 인문학적으로 아는 척한 부분은 읽지 않고 넘겨도 좋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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