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ㅣ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평점 :
평범한 고등학생 이세계로
끌려 가다
요코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터놓고 지내는
친구는 별로 없지만 반장을 할 정도로 머리도 좋고 어른들도 다 칭찬하는 조금은 우수한 학생이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교무실에 나타난 이세계의
금발남자에 의해 다른 세계로 끌려 가지만 게이키라 불리우는 그 남자와 헤어지고 영문도 모른채 여러 요괴들의 추격을 받고 목숨을 위협받으면서
여행을 해 나간다. 그 와중에 라쿠슌이라는 친구의 도움으로 결국은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고 경이라는 열두개 나라 중의 한 나라에 정착을 하게
된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코가 누구인지, 게이키가 누군지 알고 있다. 이미 유명한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이 거의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애니메이션
십이국기가 새로 나왔다.
인기있는 애니메이션과
오역으로 가득찼다고 소문났던 구판
십이국기는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굉장한
명작으로 손꼽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45편 전부를 거의 봤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나만 해도 여러차례 애니메이션을 봤기
때문에 그 내용은 거의 익숙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애니메이션은 원래 내용에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원작을 약간은 변용을 했고
아직 나오지
않았던 소설의 내용은 알려 주지 않은채 45편으로 완결이 나 버려서 항상 원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어 소설을 사기는
했지만 밀려 오는 한자의 압박과 외국어로 소설까지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책 읽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한국에 이미 번역판이 나와
있기는 했지만 많은 매니아들의 얘기에 따르면 오역 투성이라서 읽지 않는 것이 낫다고 하여 사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새로 번역을 하여 책도
깔끔하게 나왔다고 하지 사지 않을 수가 없는 책이다.
친숙한 설정을 지닌 장대한
판타지
모든 판타지 소설들은 나름대로 독특한
세계관을 설정하고 그것을 기본으로 하여 세부 내용을 그려 나간다. 하지만 다른 판타지 소설들과 다른 십이국기의 특성은 설정 자체가 굉장히
동양적이라서 굉장히 친숙하다는 것이다. 천제가 있고 12개의 나라가 존재한다. 그 12개의 나라를 천제의 명을 받은 왕이 통치한다. 왕은 전쟁의
결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명을 받은 사람만이 될 수 있고 그 왕을 임명하는 것은 기린이라는 반인반수의 신성한 동물이다. 또한 왕이
천명을 잃으면 나라가 불행에 빠진다. 왕이 실정을 하면 기린은 병에 걸리고 기린이 병에 걸려 죽으면 왕도 죽게 된다. 전체적인 설정을 보면
동양(아마도 중국)의 전통적인 정치관을 그저 정치철학이나 구호의 문제가 아니라 그대로 현실에 적용되도록 세계관을 만들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왕이 정치를 잘못하면 백성이 도탄에 빠질 수 있는 것을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규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재미는 기본, 깔끔한 제본과 멋진 표지는 덤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처음 볼 수 있지만
매니아들에게는 워낙 유명한 소설이다. 그만큼 재미만큼은 보장할 수 있다. 여고생 한 명이 새로운 세계로 흘러 들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전형적인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비록 애니메이션에 비해 극적인 장면이 조금 약한 편이긴 하지만 애니메이션만으로는 알 수 없는 세세한 내용을
이제부터 다시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책의 만듦새도 굉장히 좋다. 조금 두툼하긴 하짐나 들고 다니며 읽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크기로 만들었고 십이국의 지도라든지 지방편제 등 기본적으로 익혀야 하는 상황들도 예쁘게 정리되어 있어서 읽기가 수월하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번역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번역도 좋다. 읽으면서 무리라고 생각되는 곳을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사실
내용에 비해서 두꺼운 면이 좀 있고 책값이 조금 비싼 거 아닌가 생각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정도다.
빨리 다음 책을
내놓아라
이제야 비로서 십이국기를 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첫권을 떼었으니 앞으로 다음권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고 당연히 다 사서 보게 될 것 같다. 사고나서 한나절만에 다 읽어 버렸으니
다음권을 또 언제 기다려서 읽나. 하지만 몇년을 기다려 왔는데 앞으로 좀 더 기다린다고 큰 문제도 될 것은 없다. 이정도만 해서 계속 다음 권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십이국기 애니메이션을 보고 원작소설을
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리고 판타지 소설에 흥미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봐야 할 책이다. 하지만 평소 반지의 제왕같은 영화를
봐도 흥미를 못 느꼈던 사람은 여전히 재미없을지도. 특히 책을 읽으면서 뭔가 설정같은 것들을 머릿속에 넣어가며 읽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질색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