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명성을 잃은 목사

에라스무스 선더리 목사는 목사이면서 박물학자로서 화석을 연구하여 큰 명성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그가 발견했다고 발표한 네피림 화석이 사실은 조작이라고 밝힌 한 잡지의 기사 때문에 도망가듯이 살던 곳인 켄트에서 떠나 부인 머틀, 14세인 딸 페이스, 6세인 아들 하워드, 처남인 마일스 캐티스톡과 함께 베인 섬으로 이주한다. 처음에는 저명인사가 섬으로 온 것에 환영일색이던 섬 사람들. 하지만 목사에 대한 신문기사가 베인 섬에 알려 지면서 섬 안 사교계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한편, 선더리 목사의 딸인 페이스는 재기발랄한 소녀로서 7세에 우연히 희귀 화석을 발견하여 유명세를 치룬 적이 있고, 발굴 작업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19c 말, 똑똑한 여자아이가 환영을 받는 시대가 아니다. 여러 제약 때문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동생인 하워드를 돌보며 현실에 순응하며 살고 있다.


어느날 아버지에게 잘못을 고백할 것이 있어서 서재에 들어갔다가 아버지가 마치 마약에 취한 것 같은 모습을 한 것을 보고 놀란 페이스. 아버지는 그런 페이스를 붙잡고 무척 혼을 내긴 하지만 페이스와 함께 보트를 타고 바닷가 동굴로 가서 한 나무를 함께 본다. 아버지와 함께 간직할 수 있는 비밀을 갖게 된 페이스는 기뻐하지만, 그날 아버니의 시신이 절벽 및 나무에 걸쳐진 채로 발견이 된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려고 했으나 아버지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톰 패리스는 선더리 목사가 자살했기 때문에 교회묘지에 매장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어머니 머튼은 절대로 자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을 한다. 당시 자살은 죄악이고, 죄지은 자의 재산은 모두 국가에 귀속되기 때문에 선더리 가족은 빈털터리가 될 위험에 처해 버렸다. 이 문제는 치안판사 람펜트에게 공이 넘어가는데, 페이스는 아버지가 살해당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아버지의 서재에서 일기장을 본 페이스는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던 식물이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나무에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많은 사람들이 믿으면 그 나무는 거짓말을 한 사람에게 어떤 지식을 알려 준다는 것이다. 인류의 기원, 창조인지 진화인지를 알고 싶었던 아버지는 자신의 명성을 더렵혀 가면서까지 사람들이 믿을만한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나무의 비밀을 알게 된 페이스는 아버지가 죽은 이유를 알기 위해서 나무에 거짓말을 하고, 그것을 사람들이 믿게 만들기로 결심을 한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판타지

처음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이게 상징적인 의미로 쓴 것인지 아니면 정말 나무가 거짓말을 먹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표지의 신비로운 분위기로 봤을 때, 신비한 나무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으로 봤지만 읽기 시작하면서 아닌가 생각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말 나무가 거짓말을 먹는다. 그리고 거짓말을 먹고 난 후에 먹으면 진실을 알 수 있는 열매를 맺는다. 큰 거짓말을 하면 더 큰 열매를 맺고 그 열매는 더 큰 진실을 환상으로 알려 준다.


배경은 빅토리아 시대, 180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당시 영국의 문화를 묘사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목사이면서 과학자인 지식인들, 화석을 발굴하면서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가설과 실수. 예를 들어 성경에 나오는 네피림의 화석을 발견했다든지, 사람이 죽은 후에 그 사람의 시신에 화장을 하고 옷을 입힌 후 기념사진을 찍는 풍습같은 건 흥미롭다.


미스터리와 판타지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감

‘거짓말을 먹는 나무’는 분명히 장르소설이다. 그것도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풀어내는 미스터리이면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거짓말을 먹으면 진실을 통해내는 나무를 주요 소재로 하는 판타지 소설이다. 장르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많이 있겠지만 나는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을 기대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책을 3분의 1 정도 읽었는데도 도대체 이게 어떻게 흘러 가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결국 메인 사건인 아버지가 죽는 장면은 책을 거의 반이나 읽은 후에 발생하고, 페이스가 나무를 알게 된 것 역시 그 후에 아버지의 일기를 통해서이다. 그 앞은 여러가지 배경지식을 풀어내는데 사용하고 있다. 특히 배경지식 속에 빅토리아 시대의 풍습까지 엮어 넣어서 사건 발생까지 살짝 지루한 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시대배경이 문제인 것 같은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잡은 작가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작가가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 같다. 더불어 여성의 권리가 억압받던 시대에 지혜롭고 용기있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어린 여자 주인공을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표현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책의 호흡이 너무 느려진 것이 아닌가 싶어서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배경이 꼭 빅토리아 시대여야만 했을까? 같은 소재로 현대를 배경으로 해도 전체 플롯은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익숙한 배경으로 소설을 쓰면 좀 불필요해 보이는 배경설명이 필요하지 않을테니 더 속도감 있는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자세한 설명이 붙으면 좋을 소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소설이 있는데 장르 소설은 아무래도 자세한 설명보다는 빠른 호흡이 필요해 보인다.


★★★☆

소재는 참 좋아 보인다. 거짓말을 해야 진실을 알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시대적인 상황이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버지가 죽은 이유를 알아내려고 고군분투하는 딸. 반면에 진행이 느린 편이고 갖가지 부가적인 시대상황 설명이나 이해하기 힘든 배경 때문에 긴박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이해도가 짧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환상을 본 후 그것을 토대로 페이스가 진상을 알아가는 과정도 애매하다. 어떻게 저 환상이 이런 뜻이 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든다. 미스터리를 푸는 것보다는 그저 빨리 범인이 누군지 페이스가 풀어내는 것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좀 애매하다. 추천하자니 좀 지루하고 결말은 평이하다. 비추하자니 나름 작품 자체의 매력이나 개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냥 읽고 싶은 사람은 읽어도 나쁘지 않을 정도.

거짓말을먹는나무, 프랜시스하딩, FrancesHardinge, 판타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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