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특별판)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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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미생물에 잡아 먹히는 태양

러시아의 플코프 천문대에서 근무하는 이리나 페트로바 박사는 태양에서 금성까지 이어지는 빨갛고 가느다란 선을 발견하고, 자신의 메일링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정체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이 선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라 ‘페트로바 선’이라는 이름이 붙고 과학자들은 그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확인 결과 페트로바 선은 10 미크론 정도 크기를 가진 미생물같은 외계 생명체 군집이며, 이 외계 생명체가 태양의 에너지를 빨아먹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9년 동안 1%, 20년이면 5% 정도, 태양의 에너지가 감소할 예정이다. 태양은 지구의 모든 에너지의 근원. 태양이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지구가 망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마션’의 그가 쓴 세 번째 소설

앤디 위어가 쓴 세 번째 소설이다. 앞서 발표한 두 소설을 다 읽었는데, 내 소감은 ‘획기적인 데뷔작’과 ‘소포모어 징크스에 걸린 후속작’이다. 첫 작품인 ‘마션’은 과학적인 치밀함을 토대로 화성에 홀로 버려진 사람이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반면에 두 번째 소설인 ‘아르테미스’는 과학적인 치밀함은 있었지만, 플롯을 짜는 데 있어서 한계를 드러내어 어정쩡한 소설이 되어서 많이 실망했다. 그리고 세 번째 소설. 사실 별로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괜찮은가’하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한 편도 티켓

소설은 처음에는 아무 것도 기억 못하는 한 남자가 두 구의 시체와 함께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서 앤디 위어의 특기. 정신을 차린 남자는 오로지 물리법칙만으로 자신이 있는 곳이 지구가 아니고, 다른 행성도 아니며, 우주 공간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 와중에 혼수상태에 빠진 탓에 잊었던 과거에 있었던 일을 차츰 기억해 낸다. 이 과정을 과학적으로 그려나가는데 정말 흥미롭다.


주인공인 라일랜드 그레이스는 고등학교 교사로서 물이 생명체의 필수불가결한 물질이 아니라는 논문을 내던지듯 쓰고 학계를 떠나 있었다. 그런데 이 논문이 눈에 띄어서 페트로바 선에서 가져온 샘플의 정체를 밝히는 연구를 하게 되고, 그 정체를 밝히게 된다. 미생물의 이름인 ‘아스트로파지’도 주인공이 짓는다. 태양의 에너지가 아스트로파지에게 먹히는 답없는 상황, 그런데 지구에서 약 12광년 떨어진 항성 타우세티는 다른 항성들과 달리 아스트로파지에 감염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먹히고 있지 않다. 그 원인을 밝혀 태양을 구하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편도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간 라일랜드 그레이스. 편도 우주선이다. 돌아올 연료가 없다는 뜻이니, 지구를 구한 후에 죽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곳에서는 뜻밖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끝까지 밀어붙이는 과학적 정합성

앤디 위어의 소설은 다른 SF 소설과 좀 다른 면이 있다. 다른 소설들은 대체로 상상하는 것을 만들어 두고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을 진행해 나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플롯을 짠다. 즉, 상상력이 흥미로움의 원인이 된다. 반면에 앤디 위어의 소설은 목표를 찾아나가는 방법을 묘사하는 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것도 가장 과학적인 것 같은 정합성을 토대로 해서 찾아 나간다.

예를 들어 내가 정신을 차려 보니 우주선에 있다. 그런데 우주선 밖으로 태양이 보인다. 그럼 누구나 아마도 우리 태양계의 태양이겠거니 하고 생각할 것이다. 앤디 위어는 다르다. 태양의 자전 속도를 맨눈으로 측정해서 그 태양이 사실은 태양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 낸다. 지구 위에 있지 않다는 것도, 우주선 안이라는 것도 이렇게 밝혀낸다. 플롯보다 과정에, 상상력보다는 과학적 정합성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여기에 앤디 위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 나타난다.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면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작가라면 ‘화성에서 감자를 키울 수 있다. 그래서 키워서 먹엇다. 끝.’ 이렇게 진행될 것을 앤디 위어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측정을 해 가면서 과정을 설명한다. 여기에서 설득력이 생기고, 그만의 특유한 SF소설이 탄생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마찬가지다. 주인공과 조우하게 되는 우주인과 서로 소통을 해 나가는 과정 역시 굉장히 치밀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치밀한 우주인과의 소통은 테드 창의 ‘당신 … 이야기’말고는 딱히 본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여기에서 현실감이 생기고,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런 과정, 장치는 과학에 관심이 없거나 정서적인 책읽기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접근하기 힘든 요인이 될 수는 있다.(사실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이 소설을 읽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보이기는 한다.) 반면에 하드sf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많은 흥미를 보일 것임에 틀림없다.


★★★★☆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 지구 사람들, 그리고 머나먼 항성계에서 외계인과 만나 우정을 나누며, 역시 지구를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이전 작품들에 비해서 과학적인 지식과 플롯이 더욱 유기적으로 잘 조합이 되어 있어서 수작 SF소설이 탄생한 것 같다. ‘아르테미스’라는 아쉬운 작품을 발표한 후 절치부심한 것 같다. 첫 작품인 ‘마션’보다 과학적인 설정과 설명이 더 뛰어난 작품이 탄생했다. 게다가 외계인과 만들어나가는 서사도 굉장히 훌륭하다. 마지막 결말도 마음에 든다.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소설이니 SF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이 소설은 일종의 어드벤쳐 게임과 비슷하다. 퍼즐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정말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퍼즐은 해답지 보고 풀면서 스토리만 따라 가는 사람이라면 재미없을 수도 있다. 특히 과학적인 지식이 너무 없거나 스토리만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책의 1/3 정도는 정말 고통스러울 것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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