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속의 비밀 1
댄 브라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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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위험에 처한 로버트 랭던과 캐서린 솔로몬

노에틱 과학자인 캐서린 솔로몬 박사는 신경과학자인 브리기타 게스네르 박사의 초청으로 체코 프라하에 와 있다. 솔로몬의 애인인 우리들의 주인공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 박사는 솔로몬 박사와 함께 프라하에 왔다. 캐서린은 초청강연을 마치고 자신을 초대한 게스테르 박사와 만나기 위해 연락을 하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캐서린이 쓴 원고를 보관하고 있는 미국의 펭귄 출판사에서 모든 원고 사본이 사라진다. 누군가 캐서린의 원고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온몸은 진흙투성이면서 얼굴에는 에메트 אֱמֶת라는 히브리어 세 글자를 박아 넣은 골렘 형상을 한 괴물이 도시를 배회한다. 이 괴물은 게스네르 박사가 어떤 여자를 배신했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게스네르 박사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누군지 모를 그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또 다른 한 편 캐서린이 쓰고 있던 책이 문제가 된다. 미국에 있는 펭귄 랜덤하우스 출판사의 편집장인 조너스 포크먼은 갑자기 회사의 클라우드 서버에 있는 캐서린의 원고가 사라지고 하드 프린트해 놓은 원고도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그 원고를 세상에서 없애려고 하는 조직이 있어서 포크먼은 납치까지 당하게 된다.


골렘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그가 보호하려고 하는 ‘그녀’는 누구이길래 그렇게 보호하려고 하는 걸까? 캐서린이 완성한 원고는 어떤 내용일까? 어떤 내용이길래 그것을 없애려고 하는 조직이 있으며, 그 조직은 무엇인가?


오랜만에 나온 댄 브라운의 신작

처음 ‘다빈치 코드’를 읽은 후 댄 브라운의 소설은 모두 사서 읽었다. 지금도 책장 한 켠에는 댄 브라운의 모든 소설이 자리잡고 있다. 첫 두 편인 ‘디셉션 포인트’와 ‘디지털 포트리스’는 아무래도 어설프긴 하다. 하지만 ‘천사와 악마’부터는 멋진 트릭과 서스펜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 중 하나인 기호학을 접목하여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한때는 가장 좋아하던 소설가 중에 한 명이기도 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진부해 지기 마련이다. ‘로스트 심볼’ 이후 기존의 작품을 답습하고, 참신했던 형식이 진부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제 슬슬 예전의 명성에 비해 많이 모자란 작품들이 발표되고 있다.


너무나 심한 자기 복제

‘천사와 악마’에서 처음 등장한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은 이후 나온 모든 소설의 주인공으로서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정형화되어서 그의 소설을 읽는 것이 예전만큼 즐겁지가 않다.


소설은 항상 이렇게 진행이 된다.

1. 낯선 곳에서 갑자기 생긴 사건, 랭던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그 사건에 얽힌다. 하지만 도움을 구할 곳이 없어서 오로지 자신의 지식으로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2. 사건을 위해 배정된 형사는 무조건 랭던을 의심하고 무지성적으로 랭던을 범인이라고 속단한다. 때로는 법을 넘어서는 수작까지 서슴지 않는다.

3. 음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실행자가 있다. 그 사람의 정체는 소설의 핵심을 이루고, 마지막에 밝혀진다.

4. 실제 사건과 상관없이 지역의 문화재에 대한 내용을 계속해서 뇌까린다.

5. 랭던의 모든 추리는 틀리는 적이 없다. 등등


랭던이 등장하는 작품은 모두가 다 똑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한두 번 성공한 성공공식을 계속해서 취하는 것은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이제는 너무 심하다고 비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건 마치 ‘개그 콘서트’에서 재미있는 코너를 대사 조금만 바꾸어서 계속해서 재생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내가 댄 브라운에 대해서 흠뻑 빠졌던 이유, 기호를 유효적절하게 사용하여 미스터리를 해결하는데 주 소재로 삼았던 이전의 태도는 이제 사라졌다. 기호는 그냥 랭던이 아는 척하는, 아니면 댄 브라운이 독자에게 아는 척하는 소재로만 사용할 뿐이다. 더 이상 해결의 매개체가 아니다.


유사과학을 이렇게까지 차용할 일인가

작중에서 랭던의 애인인 솔로몬 박사는 노에틱 과학자이다. 복잡한 설명은 모르겠고, 결국 노에틱 사이언스라는 것은 인간의 정신이 물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노에틱 과학을 실제 과학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정말 엄밀하게 증명이 되었다면 지금 세상은 온갖 정신계열 초능력자들이 판을 치고 있을 일이다. 게다가 이 소설은 사후세계를 다룰 뿐 아니라 유체이탈까지 다룬다. 결국 이렇게 저렇게 짜맞춰서 유체이탈을 군사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조직이 등장하고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까지 주장한다.


아마 이전 소설인 ‘로스트 심볼’도 노에틱 과학을 다뤘던 것 같은데, 작가가 정신 분야를 다루는 것은 이제 쓸만한 소재가 다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각종 실험 결과들을 근거로 들어 놓긴 하지만 주류 과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양자역학까지 엉터리로 적용해서 소설의 근거를 만들려고 한다. ‘지적 미스터리의 대가’라고 하지만 이제 지적이지도 않고, 미스터리도 날아가 버렸다. 차라리 현실 판타지 소설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에틱 사이언스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반면에 양자역학에서는 흔히 착각하는 오류를 그대로 차용한다.


캐서린이 설명했다.

“30년 전에 물리학자들이 두 개의 얽힌 입자 사이의 통신이 즉각적이라고 증명했는데…… 우리는 여전히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것은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만 무슨 기도문처럼 가르치고 있잖아.” p.249

양자얽힘은 정보전달이 빛보다 빠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성이론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소설 ‘삼체’에서도 양자얽힘을 이용하여 외계 행성과 통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은 SF소설로서 알면서 고의로 무시하고 사용한 것이고, ‘비밀 속의 비밀’에서는 미스터리 소설에서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우기기 위한 근거로 사용했다. SF소설에서 사용하는 과학적인 점프를 미스터리 소설에서 그대로 사용하면 안 되지 않을까?


베스트셀러 작가의 아쉬운 행보

댄 브라운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런데 미스터리를 다루려면 기본적으로 현실에 깊이 발을 담궈야 할텐데, 기본 배경이 정신분야로 날아가 버리니 미스터리에 빠져들기 쉽지 않다. 내가 뭔가 생각을 해서 추리를 해 보려고 하는데, 그 바탕이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밖으로 날아가 버리니 미스터리가 생생할 수 없다.


그리고 결국은 모든 미스터리의 열쇠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숨어서 얌약하는 ‘그 사람’에게 달려 있으니 충격적인 결말을 만들어 내려고 하지만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다. ‘비밀 속의 비밀’ 역시 그 사람의 정체가 예상 외이긴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보게 된다.


‘천사와 악마’나 ‘다빈치 코드’같은 충격은 이제 없나?

나는 댄 브라운의 소설 중에 으뜸을 꼽으라고 하면 미스터리 면에서는 ‘천사와 악마’, 기호와 상징 면에서는 ‘다빈치 코드’를 꼽는다. 처음 ‘다빈치 코드’를 읽었을 때는 수많은 기독교의 상징을 다루는 솜씨에 감탄했다. 두 번째로 ‘천사와 악마’를 읽었을 때는 미스터리를 다루는 솜씨와 충격적인 반전, 그리고 앰비그램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댄 브라운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즐거움을 얻기는 힘들어 졌다. 그냥 의리로 사서 읽는 책이 되어 버린 것이 너무 안타깝다.


★★★

소설이 아주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댄 브라운의 소설이 굉장한 페이지 터너인 것은 틀림없다. 일단 책을 들면 계속해서 읽게 하는 흡입력은 뛰어나다.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장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제는 ‘대명사’로 정체를 감추고 몇 장 지나서 그 정체를 알려주는 뻔한 미스터리적 장치를 계속 읽어줄 마음이 들지 않는다.

8년만의 소설이라고 하는데 다음 소설이 언제 또 나올지 모르지만 그 소설을 사서 읽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읽을 것 같긴 한데, 그러고 나서 또 투덜댈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살짝 비추천에 가깝지만 댄 브라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서 읽을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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