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 세상 누구도 찾아낼 수 없는 비밀 은신처를 마련했다. 날마다 벽돌을 쌓고 지붕을 이어 기억, 이미지, 글자, 감정, 기분 등 유무형의 모든 사물을 보관할 수 있는 자기만의 도서관을 지은 것이다. - P386
아빠가 집을 떠난 뒤 엄마는 항상 불안해했다. 딸도 언젠가는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의심하고, 곁에 있는 모든 것이 똘똘 뭉쳐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엄마는 놀라운 의지력으로 3년을 연애하고 8년을 함께 산 결혼 생활을 완전히 각색해 상처뿐인 비극으로 다시 쓴 뒤, 어린 그녀를 엄마의 수난을 목격한 증인으로 삼았다. - P388
어떤 냄새를 맡았던 걸까? 아마도 직감일 것이다. 그녀는 젊고 아름답고 상냥한 그 여자가 왠지 누군가의 내연녀인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예쁜 외모 때문이 아니라 그녀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외로움의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 P399
어떻게 시작할까? 누가 먼저 시작할까? 이 나이에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아직도 짝을 만나 상대를 행복하게 해줄 기회가 내게 있을까? 계속 망설이고 있는데 뜻밖에도 아이자오가 먼저 일요일에 함께 양명산에 가자고 했다. - P405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죽은 뒤에도 계속 사랑할 수 있어’ 바보 같은 셰바오는 편지의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그의 편지를 읽고 마음이 놓였다. - P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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