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선생님의 책을 셰바이천에게 준 적이 있나요?" 쉬유이는 단도직입적으로 핵심을 파고들기로 했다. "있을 겁니다." 칸즈위안은 쉬유이가 자신의 대답을 유도하고 있음을 눈치챈 듯 짧게 대답했다. "셰바이천이 책을 읽었나요?" "모르겠습니다. 아마 읽었겠죠." - P82
"경찰 측 전문가의 판단에 따르면, 셰바이천이 《살인 예술》의 내용을 모방해 반 고흐의 <영원의 문>을 패러디한 ‘작품‘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쉬유이는 상대를 떠보기로 했다. - P84
경찰은 처음부터 바이천이 범인이길 바랐기 때문에 수사에 진전이 없음에도 다른 가능성을 고민조차 하지 않았던 겁니다. 경찰의 결론에 부합하는 실낱같은 증거만을 꽉 물고놓지 않았죠. - P87
칸즈위안이 실제 사건들을 아주 익숙하게 나열하며 경찰의 논리가 부실함을 증명하자 자치도 더 할 말이 없었다. 쉬유이는 자신이 이 소설가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탁상공론이나 하는 글쟁이인 줄 알았는데 공권력 앞에서도 당당히 자기주장을 펼쳐 반박하는 달변가였다. - P88
차창 너머로 얼핏 보인 칸즈위안의 얼굴에 그가 한 번도 본적 없는 표정이 스쳤다. 침울한 얼굴이었지만, 그 침울함은 슬픔도 분노도 아니었다. 무언가에 집중한 듯, 어떤 비밀을 감춘 듯한 얼굴이었다. - P105
"칸즈위안이 조금 느리게 말을 이었다. "지금 쓰고 있는 신작은 서너 달 후면 완성될 겁니다. 그런데, 그 소설이 제 마지막 작품이 될 겁니다." - P110
아바이는 자신의 나이, 외모, 결점 등을 알고 실망해 관계가 멀어질까봐 겁이 났다. 아바이는 현실 세계를 싫어하지 않았다. 다만 현실 세계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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