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지 베일리는 자기 책상에 다가가서야 R. 새미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라이지의 기름하고도 엄격해보이는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 P19
경찰국장의 방은 별실로 되어 있었다. 국장실 문의 반투명한 유리에는 ‘줄리어스 엔더비‘ 라는 글씨가 아주 멋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 글씨는 유리섬유에 공을 들여 새겨넣은 것 같았다. 그 이름 밑으로는 ‘뉴욕 시티 경찰국장‘이라는 글씨도 새겨져 있었다. - P20
베일리는 자기의 의지와는 달리 장엄한 그 광경에 감동되는 자신을 느꼈다. 마흔두 해의 그의 생애에서 비 내리는 광경을 본 것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비뿐만이 아니라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 P23
우주인들이 자기네 사회에서 질병이란 질병을 모두 일소해버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병원체가 우글거리는 지구인과 접촉하는 걸 신경질적일 정도로 꺼린다는 것 역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 P27
"뭐 별다른 뜻으로 그렇게 말한 건 아닙니다. 그 우주인이 왜 죽었느냐고 물었던 것뿐이지요." "가슴이 완전히 날아가버렸네. 누군가가 광선총을 쏘았어." 베일리는 순간 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그는 창문 쪽을 향해 선 채로 다시 물었다. "뭐라구요?" "살해당했다는 거야." - P27
"이번 사건을 우주인 파트너와 함께 수사해 주었으면 하는 거야. 우주인 쪽에서는 그걸 조건으로 내걸었지. 그들은 본국 정부에다 이 살인사건을 보고하지 않겠다고 했네. 하지만 우리에게 수사를 맡기는 대신 자신들 중 하나를 이 살인사건 수사에 참가시켜 달라고 요구했지." - P33
"내 파트너의 이름이 뭐죠?" "R. 다닐 올리버일세." 베일리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돌려서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국장님. 나는 이제 그와 함께 일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의 풀 네임을 쓰겠어요. 로봇 다닐 올리버라고 말입니다.‘ - P36
지구인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거의가 회고주의자였다. 옛날을 돌이켜 회상한다는 건 분명히 즐거운 일이다. 지구가 우주의 50개의 행성국가들 중의 하나, 그것도 그리 변변한 위용을 갖추고 있지 못한 하나의 행성이 아니라 오직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세계였던 그 당시의 일을 회상한다는 것은 더욱이 그럴 것이다. - P41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우주인이라는 존재였다. 그들은 식민지 건설 초기에 지구에서 다른 식민지 행성으로 이주해간 세대의 자손들이었다. 그들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행성 전체를 차지하고 로봇만능의 문명세계를 건설하여 매우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 P46
다닐이 말했다. "법을 집행하는 데 한 사람 이상의 관리가 동원된다는 건 잘못입니다." - P59
"어떤 상황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저는 절대로 사람에게 방아쇠를 당기진 않아요. 일라이저, 당신도 그건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저는 절대로 사람을 해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지요. 애초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 P64
베일리는 R. 새미에 의해 교체되어버린 빈스 바렛이라는 젊은 친구가 눈 앞에 떠올랐다. 자기 자신도 R. 다닐에 의해 교체될 수 있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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