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자가 ‘왜‘ 그랬느냐를 아는 거겠지. 우리가 하리에트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껏 숨어 있던 연쇄살인범을 발견해냈기 때문인지." - P491
"진심으로 네 친구가 되고 싶어. 네가 나를 친구로 원한다면 말이야. 결정은 너의 몫이야. 자, 난 집으로 돌아갈게. 원하면 언제든 들어와.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까." 미카엘이 일어나 그녀를 놔두고 혼자 떠났다. 그렇게 집까지 절반정도 왔을 때 뒤에서 그녀의 발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말없이 함께 걸었다. - P495
"지금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이해하고 있소?" "한 가지는 아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와 리스베트가 목표물에 너무도 가까이 근접했기 때문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그자가 크게 놀라 비이성적인 행동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요. - P499
지도를 본 리스베트는 방에르 그룹이 전국에 무수한 공장과 지사와 판매처를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하나 더 발견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에는 예외 없이 방에르 그룹의 존재를 표시하는 빨간 점이 하나 혹은 여러 개가 찍혀 있었다. - P506
"물론 사회는 내 행위를 용납할 수 없겠지. 하지만 내가 저지른 죄는 지루한 사회적 관습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어. 죽음은 내가 여기로 데려온 여자들에게 질리기 시작하면 그때 일어나는 거야. 그럴 때면 여자들이 얼마나 실망하는지 몰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 또한 기가 막히지." - P523
"우리는 이를테면 쾌락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부류지. 여기서 ‘우리‘라고 한건 이런 도락을 즐기는 게 나만은 아니라는 거야. 여하튼 우리는 최대한 강렬한 삶을 살고 있어." - P529
희생자들은 익명의 여자들이었다. 스웨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친구도 없고 사회적 접촉도 없는 이민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성매매를 비롯해 마약이나 알코올중독 등에 노출된, 이른바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성들도 있었다. - P541
리스베트는 성적 사디스트의 심리에 대해 개인적으로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이런 부류의 살인마들이 희생자의 물건을 즐겨 수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종의 기념품인 셈이었다. - P541
"난 그 어떤 경찰 보고서에도 절대로 언급되고 싶지 않아요. 이 이야기 가운데 나는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요. 만일 이 일과 관련해서 내 이름이 언급된다면 난 여기 온 사실을 부인하고 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을 거예요." - P544
"회장님은 제게 부탁하셨죠. 하리에트에게 일어난 일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그런데 그 진실이 아무 고통 없는 것이리라 생각하십니까?" 노인이 그를 쳐다보았다. - P557
"하리에트 방에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제는 진실을 밝힐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하리에트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미카엘은 자기가 그런 말을 쉽게 믿을 사람 같으냐는 듯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 - P561
"무슨 일이지?"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가봐야겠어요." 리스베트의 표정이 너무도 절망적이어서 미카엘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밀어냈다. - P564
미카엘이 집에 돌아와보니 리스베트는 보이지 않았다. 감시카메라 장비와 오토바이도 사라졌다. 그녀의 옷가지가 든 가방과 욕실에 늘어놓았던 세면도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떠나간 집이 휑하게만 느껴졌다. - P587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바로 그날 아침에 장례식을 치른 엄마를 생각했다. 우울한 일이었다. 엄마의 죽음은 곧 그녀의 상처가 영원히 치료될 수 없음을 의미했다. 그녀가 품고 있는 의문들에 대답해줄 사람이 사라져버렸으므로, - P589
"그런데 왜 돌아왔지?"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카엘은 재촉하지 않았고,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며 잠자코 커피만 마셨다. 한 십 분 지났을까, 그녀가 마침내 침묵을 깼다. "당신과 같이 있는 게 좋았어요." 어색한 고백이었다. - P591
미카엘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리고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겠군. 아니면 그와 유사한 무언가겠지. 보통 사람들이 혼란스럽게 느끼는 데서 도식을 보고 추상적 논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 P592
리스베트는 자신이 만난 사람 중 가장 비사회적인 인물이었다. 사적인 대화를 시도할 때마다 차갑게 무시해버렸고, 상대에게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목숨을 구해준데다 지금은 자신을 찾으러 이 밤중에 여기까지 와준 것이다. 미카엘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 - P605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만으로도 벤네르스트룀에게 타격을 줄 수 있었어. 그런데 우리는 위조 사건으로 끌려들어간 거야. - P610
"그녀 말고 또 누구에게 말해야 하나요?" "아무도 없어. 이건 내가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로 간직하겠어. 만일 네가 반대한다면 에리카에게도 밝히지 않을게. 하지만 난 에리카에게 거짓말하고 싶지도 않고, 널 가공의 인물로 둘러대고 싶지도 않아." - P640
다음 일주일 사이 스웨덴 증권시장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담당검사들이 배치되는 동시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벤네르스트룀 주식에 대한 매도 열풍이 시작됐다. 폭로된 지 이틀 만에 벤네르스트룀 사건은 정부 차원의 문제로까지 번졌고 산업부 장관은 자신의 입장을 표명해야 했다. - P665
역시 가장 많은 질문은 어떻게 <밀레니엄>이 극히 사적인 내부 문건을 확보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에리카의 얼굴에는 신비한 미소가 떠올랐다가 이내 짙은 안개의 장막으로 변했다. "정보제공자들을 밝힐 순 없는 노릇이잖아요?" - P666
헌사에는 다음과 같은 알쏭달쏭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내게 골프의 유익함을 가르쳐준 살리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 P667
미카엘은 연인으로서 아무런 문제 없는 남자였다. 침대 위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항상 즐거웠다. 둘의 육체적 관계는 괜찮았고, 무엇보다 그는 자기 취향대로 상대를 길들이려 하지 않았다. - P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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