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에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난 아무것도 몰라요. 비로소 그 이유가 드러난다면 우리 모두가 놀랄 만큼 너무도 간단하고 평범한 사건에 불과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P225

"형사님은 하리에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십니까?"
"살해당했다고 생각하오. 헨리크와 생각이 같지. 유일하게 타당한 설명이니까. 하지만 살해 동기를 전혀 찾아내지 못했소. - P228

정말 유일한 문제가 아무리 이 사건을 들여다봐도 그 어떤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오. 여기에 모든 문제가 있지. - P229

또다른 신문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그녀의 성생활에 대해서였다. 전적으로 사생활에 속한 문제이기에 그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노골적으로 캐물었다.
처음에 리스베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다그치기 시작했다. - P237

이어 헨리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낮춰 에리카에게 말했다.
"내가 왕년에는 신문 편집 일도 해봤다네. 어떤가? <밀레니엄>에 공동 사주가 한 명 더 필요하지 않은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에리카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 P244

사라지기 몇 해 전부터 하리에트는 급격히 변했다. 물론 사춘기 아이들이란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겪는 법이다. 당시 하리에트 역시 성장하는 중이었지만 조금 유별난 구석이 있었다. 친구들과 교사들,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어졌다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 P249

결론적으로 구스타프가 빠뜨린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하리에트 사건의 수수께끼는 통상적인 경찰수사로는 결코 설명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지금껏 가능한 모든 질문이 제기되었고, 모든 단서가 철저히검토되지 않았던가. - P256

법률 용어로 ‘의존적 위치에 있는 개인에 대한 성적 학대 및 착취‘이며 원론적으로는 닐스가 징역 2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행동인 이 성폭행은 몇 초간 계속되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경계선은 돌이킬 수 없이 무너져버렸다. 리스베트에게 이것은 적군의 무력시위와도 같았다. - P259

닐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뭐 이런게 다 있어? 저능아 아냐? 그러고는 그녀가 화장실에 있을 동안 미리 써놓은 수표를 내밀었다. 하지만 창녀보단 낫지. 화대를 저애 돈으로 치르면 되니까! 그는 오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수표를 받은 리스베트는 방을 나갔다. - P262

리스베트가 ‘평범한 사람‘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지금껏 법을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없었던 그녀는 법률적 상식이 극히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공권력을 거의 신뢰하지 않았다. - P265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사람들은 항상 그녀의 말보다 다른 이들의 말을 더 믿어주었다. 요컨대 그녀에게 경찰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 P266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에는 그 일, 즉 그녀로서는 떠올리기조차 싫은 ‘모든 악‘이 있었다. 그것은 이 음울한 그림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사건이었고, 사람들은 초등학교 학생기록부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후 그녀는 사법적 관점에서 미친 사람으로 간주되었다. 정확히 말해 정신이상자였다. - P269

"마르틴이 변한 거 보면 참 재밌어. 완전히 괜찮은 녀석이 됐잖아! 만약 당신이 삼십 년 전에 질문했다면 그 집안에서 정신과 의사가 필요한 사람은 바로 마르틴이라고 대답했을 거야."
"왜지?"
"불행한 환경 속에서 고통받은 사람이 하리에트만은 아니었으니까. - P273

조사를 마친 리스베트는 모든 자료를 슈퍼마켓에서 가져온 종이봉투에 넣어 폐휴지를 쌓아둔 출입구 앞에다 내놓았다. 결론적으로 변호사 닐스는 흠집 잡기 힘든 인물이었다. 그의 과거 가운데 복수에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가 전무했다. 그가 난폭한 짐승이자 더러운 인간이라는 점을 입증할 만한 증거로 내세울 게 없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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