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을지도 모른다. 아버지, 정녕 나를 버리시나요. - P63

"병원은 무법천지가 아냐. 대리인이 입원시키는 경우는 없어."
"이보세요, 최기훈 선생님. 당신 눈앞에 있잖아요. 댁이 가족이라고 우기면 가족이 아닌데 가족이 됩니까? 난 호적상 가족과 마주 앉아서 얘기를 하고 싶다고요." - P65

"수명아."
승민의 팔이 뒤에서 목을 감아왔다.
"오빠가 그렇게 좋아?"
나는 놀라서 목을 빼려 했으나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 P83

나는 샌드백이 있는 창가에서 걸음을 멈췄다. 특별한 매력을 가진 자리였다. 이틀 전 우연히 발견한 사실인데 창살 하나가 정상이 아니었다. 무심코 잡았더니 흔들흔들했고, 슬쩍 당겼더니 구멍에서 쑥 빠졌다. - P85

모 정신의학자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라이터는 이런 사람이다. 소방서를 물 먹이며 광범위한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불놀이 선수. 병동 주민들은 라이터를 사이코패스의 범주에 넣는다. - P94

승민은 아침부터 수간호사를 달달 볶았다. 보호자가 수요일 오후에 퇴원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원장 사인이 든 퇴원 서류도 봤다. 오늘이 목요일이다. 어떻게 된 일이냐. 수간호사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퇴원 오더를 받은 바 없다. - P106

이상한 배신감을 느꼈다. 최기훈은 적어도 점박이보다 나은 줄 알았다. 공정한 사람인 줄 알았다. 따지고 보면 근거 없는 생각이었다. - P117

"그놈은 미치광이야."
십운산 선생이 모처럼 상대를 적시한 점괘로 말잔치를 정리했다.
"미치광이는 미쳐야 사는데, 못 미치게 하니까 미쳐버린 거야."
왕자, 개망나니, 유학생, 못 미치게 해서 미쳐버린 미치광이. 승민은 누구일까. - P130

지난 토요일에야 렉터 박사가 류재민이 속내를 확인시켜 주더라. 방화광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자고, 반사회적 인격 장애는 도덕의 정신병이며 치료법은 영원한 격리뿐이라고. 난 웃었어. 하도 암담하니까 웃음밖에 안 나오데. 난…."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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