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반으로 절단. 전기 충격. 도살 라인. 분무 세척. 단어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그를 때린다. 그를 파괴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냥 말이 아니다. 피, 짙은 냄새, 자동화, 사고(思考)의 부재다. 그런 개념들이 밤에 갑자기 들이닥쳐 그를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 잠에서 깨면 몸이 온통 땀에 젖어있다. 인간들을 도살하며 하루를 또 보내야 한다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 P12

그것들은 식용 동물로 키우지만 인간이다. - P13

GGB 이후 사람들은 동물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모든 동물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 P14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던 대기업들의 압력에 각국 정부가 항복하면서 결국 식인 합법화가 이루어졌다. 기업들은 가공 공장을 만들고 규칙을 정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기업들은 대규모 육류 공급을 위해 사람을 동물처럼 사육하기 시작했다. - P16

"그링고, 검은색 가죽이 필요해요."
"실은 아프리카에서 상품을 들여오려고 협상하는 중이야, 테호. 다른 거래처에서도 같은 요청이 있었거든." - P45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특별 고기는 가격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그래서 저렴한 상품을 사고파는 암시장이 생겼다. 검사를 받거나 백신을 맞힐 필요가 없는 암시장 고기는 사람의 이름이 붙은, 쉽게 구한 고기였다. 통행금지 시간에 구해 만들어낸 불법 고기를 그렇게 불렀다. - P56

"내가 죽으면 누군가 내 몸을 암시장에 팔겠지. 알아. 재수 없는 먼 친척 가운데 한 사람이겠지. 그래서 내가 담배피우고 술을 마시는 거야. 그래야 내 몸이 맛이 없고 내 죽음으로 아무도 즐거울 수 없을 테니까."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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