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문서는 사망진단서다.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한때 그가 존재했다는 가장 분명하고 진실한 증거다. - P7

어찌 삶은 존재의 윤곽일 뿐이며 죽음이 그 실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 P7

천재 IT 전문가, 케이시 김 사망,
퍼스널 AI의 아버지 죽다 - P14

그중에서도 견디기 힘든 구설은 세상사에 무지한 IT 천재가 사악한 무명 배우에게 덜미를 잡혀 불행한 결혼 생활 끝에 비참하게 죽었다는 제멋대로의 상상이었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나의 출신을 불신했고 내 결혼의 의도를 의심했다. - P15

과거의 거짓말탐지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뇌파 탐지 신문 결과를 법정 증거로 채택한 후 거짓말은 의미가 없어졌으니까. 신문 AI 프로그램은 두 시간 후에 종료되었다. - P18

사람들은 내 안색을 살피며 말 한마디도 조심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들의 진심어린 위로와 공감의 말조차도 가혹한 공격으로 느껴졌다. 내가 진정으로 슬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까봐 두려웠다. - P23

나는 죽은 사람이다. 나의 몸은 나를 떠났다. 무른 살은 소각로의 불길에 녹았고 한 줌의 뼈는 바람에 날려갔다. 나의 죽음은 광케이블을 타고, 전파를 타고 온 세상에 퍼졌다. - P37

죽음에 대한 나의 유일한 주장은 그것이 소멸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삶이 존재의 동의어가 될 수도 없다. 당신은 결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죽은 상태로 존재한다. - P38

AI가 인간의 똑똑함을 모방할 수 있다면 그 어리석음을 흉내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려면 욕망과 편견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부조리는 물론 엉터리 추론과 근거 없는 신념에서도 규칙을 찾아야 했다. - P54

나이는 알레그리아 최고의 권력이었고 시간을 사고파는 행위는 가상경제의 큰 축이었다. - P62

케이시는 수와 인과성이 지배하는 논리 체계 안에서 편안함을 느꼈고 반듯한 기하학적 공간에서 안정을 얻었다. 주변을 완벽히 통제해야 했고 선이나 규격, 숫자의 정연함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불안해했다. - P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