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입구>가 실체화할 때마다 몇백 명은 어떤 식으로든 목숨을 잃는다. <흡입구> 러너들은 그 안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들을 10명에서 20명까지 구출한다. - P151
폴라가 바늘로 엄지손가락을 찌른 다음 그 피를 서로의 혈관에 넣어 섞자고 제안한 것은 우리가 9살이었을 때의 일이었다. - P181
실험에 쓰인 박테리아는 생존에 적합하도록 인위적으로 조절된 실험실의 환경 밖에서는 (이론상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했지만, 박테리아의 생존률을 낮추기 위해 삭제된 유전자들의 빈틈을 채운 바이러스가 실험실 밖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기어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 P187
1주 뒤에 폴라에게서 전화가 왔다. 검사 결과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했다. 백혈구 수치가 증가했고, 적혈구 수치는 낮아졌다고 했다. - P197
가장 끔찍했던 것은 폴라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던 이유를 갑자기 이해했을 때였다. 나도 자기처럼 죽어가고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함께 죽는 것 말이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동떨어져 있었다고 해도,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함께 죽는 것. - P201
제약 공장의 생산 라인에서 약품을 제조하는 로봇들을 제어하는 이 파일은, 모든 생산 라인에서 나오는 모든 약병에 위약이 아닌 치료 약을 담으라고 지시할 것이다. - P213
"어떤 이행몽들을 꾸게 되실지는 저희도 모릅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고객님이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리라는 점입니다." - P219
나는 말을 이었다. "결국 이행몽이 뭔지는 알 수 없다는 거로군?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고? 그게 존재하는 건 수학적으로도 거의 확실하다고 했지?" "예." "하지만 내가 그걸 기억 못 하리라는 점도 같은 정도로 확실하다는 건가?" "예." - P229
도대체 나의 뇌 속에 갇혀 있는 어떤 끔찍한 망상이, 혼수상태의 인간에서 혼수상태의 기계를 향해 흐르는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미친 듯이 날뛸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단 말인가?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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