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일을 한다는 게 인간에게 큰 고통이 된다고 했다. 지금 나는 그런 걸 걱정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고 연지혜는 생각했다. - P242

"형사님, 축하드려요. 범인 찾으신 거 같아요."
"DNA가, 맞아요?"
"네, 일치해요." - P249

적어도 선진국 중산층 사이에서 계몽주의는 자신이 처음 설정했던 1차목표를 상당 부분 이룬 듯 보인다: 물리적 폭력과 궁핍으로부터의 해방. - P252

군인도 아니고,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한 달 동안 출근 시간이 최대 4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자기 관리가 철저한 걸까, 비인간적인 걸까. 그 말이 그 말인가. - P259

"왜 죽였어?"
정철희가 제시 한에게 물었다. 제시 한은 "무슨 소리냐"고 되묻지 않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아주 잠시 흔들렸고 입도 조금 벌어졌다. ‘아.... 이거‘라는 얼굴. 잠시 뒤 그의 눈빛은 꽤 아득해졌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닌 22년 전의 과거를, 또 앞으로의 계획을 고민하는 것 같았다. - P282

나의 불꽃심은 내가 살인자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내 정체성의 핵심이다.
내가 살인자라는 사실이 내게 힘을 준다.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내가 살해한 민소림만큼 억울하지는 않다. 나는 죽음보다 약한 모든 시련을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다. - P286

과학의 기이한 성질 중 하나는 유용함이었다. 과학은 현실을 잘 설명할 뿐 아니라 개선하는 데에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우리는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 어쨌든 과학은 종교나 철학과 달리 실제로 인류의 생활수준을 엄청나게 개선했으며, 그런 이유로 우리는 과학을 좋아하고 찬양한다. - P406

구체적인 운영 계획 따위는 만들지 않는다. 다만 작은 규칙들을 세운다, 그게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한다. 그러면 질서가 창발할 것이다. - P334

왜 우리는 이렇게 어마어마한 고통의 순간에도 생각만으로는 숨을 끊을 수 없는 걸까?
그것이야말로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 아닐까?
세계를 창조했으되 그것을 사랑하지 않는, 사악한 신 말이다. - P372

많은 사람들이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가 분리되어 있어요. 지금 하는 일이 수십 년 뒤에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일과 별 상관이 없는 거예요. 우연히 연결되면 좋다, 그런 확률을 높이도록 이런저런 경험을 쌓자, 그 정도예요. - P376

선생님 말씀대로 규칙 없이 무한히 늘어나는 숫자의 조합에 신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면 그게 굳이 원주율일 필요가 있습니까? 그냥 원숭이들한테 0부터 9까지 적힌 주사위를 던져서 아무 숫자나 나오게 하는 일을 끝없이 시키는 방법으로도 신의 메시지와 우주의 규칙을 언젠가는 얻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P388

이 소설을 쓸 때 두 가지 목표가 있었습니다. 첫째, 현실적인 경찰 소설을 쓰자. 한국 형사들이 수사하는 과정을, 과장된 액션이나 초능력같은 도구 없이 사실적으로 그려보자. 둘째, 2022년 한국 사회의 풍경을 담고, 그 기원을 쫓아보자.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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