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나쁜 짓을 하는 게 인간적일지도 모른다.
해서는 안 될 일이라도 관심을 가질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 P47

"......이 독후감은 엄밀히 말하면 잘못됐어요."
"잘못됐다니, 어디가 말입니까?"
"내용이요."
그녀는 무겁게 말을 이었다.
"이걸 쓴 사람은 「시계태엽 오렌지를 읽었다고 할 수 없어요." - P55

"유이 양은 이 ‘시계태엽 오렌지’를 끝까지 읽지 않았어요. 완전판과 불완전판의 차이를 몰랐던 것도 읽다가 말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도 독후감을 쓸 수 있었다면, 설명할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어요."
시노카와 씨는 잠깐 숨을 들이마시고 단호하게 말했다.
"남의 감상문을 베낀 거예요." - P87

"유이 양은 예전 졸업생이 쓴 독후감을 자기 것인 양 베꼈어요. 만일 그녀가 알아채지 못했더라도 그 사실 자체는 남아요. 그리고 읽지도 않은 책의 감상을 쓰는 건 지은이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좋아하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 P93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아버지가 남긴 고서를 매입해줬으면 좋겠어." - P126

고서에 관해 자신만의 규칙을 가진 사람이 잘 알지도 못하는 가게에 소중한 책을 팔다니, 뭔가 부자연스러워요. - P148

고사카 씨의 아버님이 찾던 건 경력이 얼마 없는 고서점 직원이었어요. 고우라 씨가 혼자 매입하러 오도록 처음부터 계획한 거였죠. 매입 시기를 장례식 직후로 지정한 것도 제가 가게에 복귀하기 전에 일을 끝내고 싶었기 때문일 거예요. - P166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의 일입니다. 저희 아버지도 비블리아 고서당에 책을 팔러 가셨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랬듯 주소를 중간까지만 쓰고 책을 놓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어머님께서 이 집을 찾아내 책을 가져다주셨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군요." - P225

시오리코 씨의 어머니는 딸과 마찬가지로 책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있던 모양이다. 아니, 시오리코 씨가 어머니에게 그 능력을 물려받았다고 해야 할까. - P226

‘최후의 세계대전’이 환상의 작품이 된 건 그 가치를 알아본 사람이 얼마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거든요. - P235

이야기를 들을수록 닮은 모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오리코 씨처럼 내성적이지는 않지만 어머니 역시 딸과 마찬가지로 자기 일에 열심인 책벌레인데다, 책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모녀 사이도 좋았으리라.
어머니 이야기를 불편해하는 건 집을 나갈 때 분명 뭔가 일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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