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삼촌은 지난 13 년간 나를 훈련해 왔다. 잘 들어 정지안, 으로 시작하는 삼촌의 말속에 유사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들이 숨어 있었다. - P89

기사들은 일반인이 확실해요. 누군가가 불러들였다고 생각해요. 도착해서 일반인부터 도륙하면 지안 씨가 바로 백기를 들거라 예상한 인물이겠죠. - P95

브라더의 작고도 매섭게 찢어진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가 직접 살인을 저질렀는지, 아니면 공모자를 조종했는지는 몰라도 현재로선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이었다. - P102

삼촌은 내가 대학에 입학해 자취를 시작하게 되자 아마존에서 모형 권총을 직구했다. 물론 이제 와보니 그건 진짜 권총이지만 말이다. - P113

그녀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앞장섰다. 나는 빠르게 걸어 어깨로 그녀의 왼쪽 겨드랑이를 부축했다. 우뚝 멈춰 선 민혜가 나를 말끄러미 바라봤다.
"괜찮아요. 우린… 이런 거 익숙하지 않아. 익숙해져서도 안 되고." - P119

"우리 형이 죽었을 때 내가 정신줄 놓지 않았던 건 적어도 형이 왜, 누구에게,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어서였어요. 진만 형이 알려주지 않았으면 진즉 미쳐 돌아버렸을 거라고요. 세상 모두에게 복수할 수는 없지만, 딱 한 놈한테는 할 수 있잖아요. 진만 형이 해줬잖아요!" - P126

"가장 중요한 힌트는 나만 알고 있는 거 같아. 이성조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내게 한 말이 있거든."
봉합을 마친 민혜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자기 대신 정진만을 죽여달라고 했어. 문자로 협박당했대. 오늘 중에 머더헬프의 모든 회원 신상 정보가 공개될거라고. 본명과 주소, 가족관계, 그간 저질러온 범행까지. 놈들은 진만 씨가 죽은 것조차 모르고 있었어." - P138

놈을 향해 차갑게 일갈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 앞에선 모두가 평등해진다. 연쇄살인범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준열은 총알이 박힌 명치를 누르며, 정지화면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 P145

복수란 본디 참고 참고 참다 터지는 압력솥의 증기 같은 것이리라. 거대한 압력이 뿜어내는 수증기엔 오래 참아 속살까지 허물어진 쌀알의시취가 달큰하게 배어날 터였다. - P153

10년 전쯤 살인자의 쇼핑목록이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그때 친구 T에게 다음 작품 제목은 ‘살인자의 쇼핑몰‘로 지어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살인자라는 다소 현실감없는 군상들도 평범한 나와 이웃처럼 인터넷 쇼핑을 하고 커뮤니티에서 일상도 공유하는 세계가 있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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