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엥겔만은 버림받았을 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체온은 28도로 떨어졌고 심장박동은 느리고 불규칙했다. 그녀의 귀에는 멀어져가는 발소리도, 울부짖는 폭풍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P330
그녀는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살아서 여기를 빠져나가면 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어." 얼마나 내려갔을까, 저쪽에 두 개의 실루엣이 보이자 그녀는 더욱 힘이 났다. 이제 난 안전해! 마침내 안전해졌어! - P333
"리스베트 당신이 순네르스타 외곽의 숲에 있는 그들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를 산 채로 불태워 죽이겠대요! 그 일대에서 경찰이 한 명이라도 보이거나 당신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을 하면 그는 끔찍한 죽음을 맞을 테고 당신과 그의 주변 사람들도 가만두지 않을 거래요! 당신이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 이상 끝까지 그럴 거래요! 맙소사, 리스베트, 끔찍해요!" - P353
"대답해!" 카밀라가 소리쳤다. "리스베트가 말했어…" 미카엘은 숨을 쉬기 위해 거칠게 헐떡거렸다. "뭘?" "살라가 밤마다 찾아와 널 데려간 이유를 깨달았어야 했는데 자신이 어머니를 보호하는 데만 몰두해서 그러지 못했다고." - P362
이반은 들것 위에 축 늘어져 있는 미카엘을 내려다보았다. 참으로 지독한 자였다. 이렇게 꿋꿋이 고통을 견뎌내는 자를 보는 것도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기자는 죽어야 했다. - P369
리스베트의 모습이 그녀가 바라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카밀라는 완전히 박살나서 겁에 질린 리스베트를 보고 싶었다. 팔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그녀는 그지없이 더럽고 깡말랐지만 금방이라도 펄쩍 튀어오를 고양이처럼 느껴졌다. - P392
다리미로 한 남자에게 화상을 입힐 수도 있었고, 또다른 남자의 배에 거대한 문신을 새길 수도 있었고,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굴 수도 있었는데, 자신의 자매에게는 차마 총을 쏠 수 없었다. 거기에 자기 목숨이 달려 있는데도. - P3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