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높은 산인 초오유에 도전한 네덜란드 등반대에 참여했다가 거기서 크레바스에 추락한 거예요. 강풍에 눈사태까지 발생해 등반대는 서둘러 철수할 수밖에 없었고요. 루나를 크레바스 속에서 죽도록 놔둔 채 말이죠. 니마는 슬픔에 빠져 거의 미쳐버렸어요. 그녀를 버리고 온 사람들을 인종주의자라고 비난했죠. 백인이 조난당했다면 당장에 구하러 갔을 거라고 소리 치면서. - P178

빅토르와 클라라의 경우는 달랐다. 둘 다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였으므로 그들의 탈선행위는 훨씬 문제가 심각했다. - P185

거친 바람이 모든 소리를 묻어버렸고, 어차피 요하네스는 세상에 혼자였다. 활시위처럼 팽팽해진 근육들과 양팔로 올라오는 경련이 해방감처럼 느껴졌다. 그는 모든 힘을 소진하고 삶과 멀리 떨어진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을 때까지 쉬지 않고 수영하는 데만 집중했다. - P188

"이 사건에서 약간 불편한 구석이 느껴지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이죠?"
"스웨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요하네스가 러시아를 비난하자 돌연 모두가 그를 미워하기 시작했고 터무니없는 험담을 퍼뜨리면서 그를 절망에 빠뜨렸어. 그리고 지금은 죽은 셰르파가 마술처럼 나타나 그를 손가락으로 똑바로 가리키는 형국이야. 누군가가 요하네스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한다는 느낌이 들어."," - P194

"스반테가 내게 어떤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미카엘이 물었다.
‘자기에게 이롭게만 얘기하겠지.‘ 레베카는 생각했다.
"에베레스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겠죠." - P204

미카엘은 투덜거리며 집안을 불안하게 서성였다. 리스베트가 그를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러다 창문 아래로 벨만스가탄길을 무심히 내다보는데 저쪽 동네 술집 비숍스 암스 앞에 누구인지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산드함에서 봤던 말총머리 남자. 미카엘은 명치를 한 방 얻어맞은 듯 소스라쳤다. 더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감시당하고 있었다. - P212

난 미행당하고 있어.
리스베트가 답장을 보냈다.
내 탓이에요. 그들을 따돌릴 수 있게 도와줄게요. - P212

키라는 MC 스바벨셰와의 관계를 당장에 끊고 싶었다. 징 박힌 우스꽝스러운 가죽재킷 차림에 괴상한 두건을 쓰고 몸뚱이에는 문신이 가득한 이 한심한 양아치들을 다 쫓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한번 더 그들이 필요했으므로 돈을 듬뿍 먹였다. 그들이 알았던 살라첸코를 상기시키고 이 일이 그를 기리는 영웅적 행위임을 설명했다. - P213

"우리는 카밀라가 살라의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했어요. 집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나와 엄마가 한편이고, 살라와 카밀라가 다른 한편이 되었다고 말이죠.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었어요. 카밀라는 혼자였어요."
"너희 모두가 혼자였지."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른 건 카밀라였어요. - P221

카밀라를 구하기 위해 엄마와 내가 손가락 하나 까딱한 적 없다는 걸 난 깨달았어요. 그 사실이 날 주저하게 만들었고요. - P222

맘사힙…
그렇다! 맘사힙은 식민지시대 인도에서 백인을 일컫는 말이었던 사힙의 여성형 명사였다. 왜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사건을 취재하는 동안 셰르파들이 백인 등반가를 사힙이라는 말로 지칭하는 걸 자주 보지 않았던가.
난 요하네스를 잡았어. 그리고 맘사힙을 떠났지.
니마 리타는 분명 이렇게 말했을 터였다. - P233

빅토르는 그들 모두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었잖아요. 어느 한 명만을 위하면 안 됐죠. 그가 클라라에게만 온 정신을 집중한 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라 할 수 있어요. 모든 게 어그러진 이유가 부분적으로는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클라라를 정상에 세우려고 했죠. - P245

"빅토르와 클라라 사이에 무언가 있다는 걸 눈치채고 스반테가 동요했던 것 같아요."
"그가 왜 그랬다고 생각하죠?"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그냥 그렇게 느껴졌어요. 어쩌면 질투일 수도 있겠죠. 그리고 빅토르가 스반테의 변화를 알아챘던 것 같아요. 빅토르가 점점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도 그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 P251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수상쩍은 점이 있어요. 한 특정 인물이 니마와 관련된 모든 정보에 우선적이고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듯한데, 병원측은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어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거물급 인사라는 느낌이 들어요. 병원 사람들을 겁먹게 할 만한 인물."
"예를 들면 국방부 차관 스반테?"
"아니면 국방부 장관 요하네스." - P260

리스베트가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난 널 죽여버릴 거고, 너희 그 거지같은 조직의 놈들도 모조리 죽일 거야. 날 원한다면 그냥 날 찾아오면 돼. 다른 사람은 건드리지 말라고, 알았어?"
"알았어." - P270

"지금 펜이랑 종이 가진 것 있어?" 그가 물었다.
"어… 있을 거야."
레베카는 가방 안을 뒤적여 펜 한 자루와 노란색 포스트잇 메모지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거기에 요하네스는 이렇게 썼다.
우린 여기서 나가야 해.
레베카는 그가 쓴 것을 읽은 뒤 겁먹은 눈빛으로 복도의 군인들을 돌아보았다. 다행히 그들은 무료한지 핸드폰 화면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글씨를 휘갈겨 쓰며 물었다.
지금? - P275

"어쨌든 그 악한 목소리가 뭐라고 했다고 썼나요?"
"그녀를 거기에 내버려두라고요."
"그녀?"
"네, 그렇게 썼던 것 같아요. 여자를 말하고 있었어요. ‘마담‘ 아니면 ‘맘‘이 산 위에 남아 있었다고요. 죽은 자들이 손을 내밀며 먹을 것을 구걸한다는 계곡, 그러니까 레인보우 밸리에 대해서도 말했고요. 아까 말했듯이 아주 이상한 글이었어요. - P279

스반테 린드베리는 병원 출입구를 지나 로비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하루만 해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레베카가 그다지 반가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병원을 다시 방문할 구실이 없었으나 요하네스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지금, 스반테는 그를 만나 얘기해야 했다…그런데 무엇을…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걸 그에게 반드시 이해시켜야 했다. 스반테는 만전을 기하기 위해 핸드폰까지 꺼버렸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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