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획은 황제가 되는 거야. 나는 아무것도 없는 자네한테 자금을 댔어. 아무것도 없는 자네한테 인력을 제공했어. 여기 와이에 커다란 조직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배경을 제공했어. 마음만 먹는다면 나는 내가 지금까지 제공한 걸 모두 철회할 수 있어." - P229

앤도린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건 내용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한테서만 나올 수 있는 어투였다.
"나는 그때 그 아이를 두 번째로 보았지만 그 모습은 이 머리에 각인되었어. 10년이 지나고 뒷굽을 높이고 콧수염을 깎았다고 나를 속여넘길 수 있을 것 같나? 자네가 데려온 플랜쳇은 레이치야, 해리 셀던의 양아들." - P234

황제 폐하가 절대적인 통치자로 군림하는 공간은 딱 한 곳이고 그곳은 바로 황궁 구역이기 때문이오. 여기에서는 황제 폐하의 말씀이 법이고 그 밑에 겹겹이 쌓여 있는 신하는 황제 폐하의 말씀만 따라야 하오. 그런 분한테 황궁 정원에 관해서 내린 결정을 취소하라고 부탁드리는 건 그분이 신성하게 여기는 유일한 영역을 손상시키는 행위가 될것이오. - P242

그런데 그곳에서, 소스라치게 놀란 신하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앞에, 반원형 계단 위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클레온 1세 황제의 시신이 있었다. 황제의 화려한 의상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 주변을 에워싼 공포에 질린 얼굴을 멍청하게 둘러보며 한쪽 벽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은 멘델 그루버였다. - P265

셀던이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미안하구나. 하지만 쉽지가 않아. 내 손을 보렴. 여기저기에 반점이 생기고 있어. 이제 주름이 생기게 되겠지. 체술 같은 것도 더 이상 할 수가 없어. 어린애가 살짝 밀어도 무릎을 꿇을 판이라고."
"그건 다른 예순 살 노인도 똑같은 거 아닌가요? 하지만 최소한 아버님은 두뇌 기능이 예전처럼 왕성하잖아요. 아버님 입으로 중요한 건 바로 그거라고 얼마나 많이 말씀하셨어요?" - P272

자네와 나는 그런 운이 안 따를 수도 있네."
마넬라는 눈살을 찡그렸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총리 각하?"
셀던은 목청을 가다듬었다.
"자네가 글렙 앤도린을 죽였기 때문에 우주총이 바닥에 떨어진 거고 그래서 멘델 그루버가 그걸로 클레온을 죽일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올수 있어. 그렇게 되면 자네는 암살 사건에 대해 상당한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사전에 그렇게 하기로 모의했다는 혐의까지 받을 수도 있어." - P275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제안. 그들은 나를 원치 않아. 나를 배제하길 원할 거야. 하지만 문제는 황궁 전역에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고, 더욱 중요한 건, 외부 행성 주민들이 나를 괜찮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야. 그 말은 제국 경비대가 나를 처형시키지 않고 그냥 밀어내기만 해도 일정한 부담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지. 하지만 내가 스스로 사임하면서 트랜터와 제국 전체를 위해 군부 정권이 들어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다면 내가 실제로 그들을 도와주는 셈이 되는 거야. 그렇지 않겠나?" - P276

"이유가 무언지 궁금하오, 도스, 마넬라를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가 뭐요? 마넬라는 우리 목숨을 구했소. 마넬라가 재빨리 움직이지 않았다면 레이치와 나는 죽었을 거요."
도스가 날카롭게 반박했다.
"그래요, 해리. 그건 나도 누구보다 잘 알아요. 만일 그 여자가 거기에 없었다면 나도 당신이 살해되는 걸 막을 방법이 없었을 거예요. 내가 보기에 당신은 내가 그걸 고맙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군요. 하지만 그 여자를 볼 때마다 나는 내가 잘못한 게 떠올라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러는 게 이성적인 태도는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설명할 수 없다는 것도 그러니까 나한테 그 여자를 좋아하라고 말하지마요, 해리. 불가능하니까." - P283

"내 말이 맞아. 우리가 어떻게 해야 당신 어머니가 기분을 푸실까?"
"꾹 참고 기다리면 어머니도 풀어지실 거야."
하지만 도스 베나빌리는 풀어지지 않았다.
결혼하고 2년이 지난 다음에 완다가 태어났다. 도스는 레이치와 마넬라가 기대한 이상으로 손녀딸을 귀여워했지만 완다 엄마는 레이치 엄마한테 여전히 ‘그 여자‘로 남아 있었다. - P287

최근 들어서 애머릴은 파운데이션 설립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제국과 동떨어진 곳에 독자적으로 고립시킨 파운데이션을 만들어서 다가오는 암흑기에 인류의 문명을 지켜내 훨씬 바람직한 새로운 제국으로 발돋움할 씨앗을 뿌려 놓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셀던은 그럴 경우에 생길 다양한 결과를 직접 연구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셀던한테는 시간이 없었다. 젊음도 없었다. 비참했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지만 서른 살 때에 넘쳐흐르던 탄력성과 창조성은 없었다. 이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질 게 분명했다. - P291

"완다는 당신 의자에 올라가 앉아서 어쩌면 당신이 잔치를 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슬퍼했어요. 그러다가 잠이 들었는지, 갑자기 아무 생각도 안 떠오르고 두 남자가 (여자가 아닌 게 확실한데) 말하는 장면만 보이더래요." - P294

선생님은 평범한 사람, 말하자면 멍청한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 특히 부족하십니다. 옆으로 빠져나가거나 돌아가는 능력이 부족하세요. 정부를 장악한 멍청이를 만나면 선생님은 너무나 솔직하게 말씀하시기 때문에 프로젝트 전체는 물론 선생님의 목숨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 P302

"재미있게 놀고 있니, 완다?"
"네. 하지만 저 방엔 들어가지 마세요."
"왜, 완다? 저건 내가 쓰는 방이란다. 할아버지가 일하는 연구실"
"내가 나쁜 꿈을 꾼 곳이 바로 저 방이에요." - P312

"저는 장군님한테 바람직하다고 느껴지는 것만 권해 드릴 뿐입니다. 장군님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리 셀던에 대한 말을 되풀이 하는 것처럼 말인가?"
"그자는 아주 위험한 인물입니다, 장군님."
"자네는 계속 그렇게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아. 그자는 대학교수일 뿐이야."
헨더 린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총리였습니다. - P319

"문제는 심리역사학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장군의 두 눈이 튀어나올 기세로 크게 뜨였다.
"그렇다면 셀던이란 작자가 점쟁이란 말인가?"
"흔한 점쟁이랑 다릅니다.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겁니다."
"믿을 수 없어."
"그렇습니다, 믿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셀던은 그것 때문에 이곳 트랜터, 그리고 외부 행성 일부에서 숭배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리역사학은 실제로 미래를 예측하거나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는 자체로 정권을 뒤집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 P321

해리 셀던은 개인적인 숭배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자와 심리역사학이 하나처럼 여기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노골적으로 제거할 경우에 심리역사학 자체에 대한 신뢰성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겁니다. - P324

"도대체 무슨 일이야? 여기에서…
도스가 대령한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 내 소개를 드리지요. 나는 도스 베나빌리 박사라고 합니다, 해리 셀던 교수의 아내이고요. 중요한 업무 때문에 대령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저 네 사람이 나를 막으려고 하다가 두 사람이 심하게 다쳤습니다. 네 사람을 보내고 내가 하는 말을 들어 보세요. 대령님을 해칠 의도는 없습니다." - P333

어쨌든 내가 당신한테 접근한 이유는 우리 남편한테 아무런 해도 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극적으로 표현한다면, 우리 남편은 위험을 무릅쓰고 장군의 우리에 자기 발로 들어왔고 나는 우리 남편이 다치지 않기를 원해요. - P335

테나르 장군은 해리 셀던을 휘둥그런 눈으로 쳐다보더니, 자신이 앉아 있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톡 치며 말했다.
"30년. 3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보여 줄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오?"
"실제로는 28년입니다, 장군." - P338

마음이 불편한 헨더 린은 초조함이 살짝 드러난 얼굴로 다시 말했다.
"방금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심리역사학을 원하지만 셀던은 제거하려고 했습니다. 어차피 그자는 쓸모가 없으니까요. 자세히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그자는 과거의 행적에 기대서 먹고 사는 늙은 학자에 불과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심리역사학 하나에 매달렸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셀던 대신 새로운 인물을 그 자리에 앉히면 심리역사학 개발이 훨씬 빨라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 P345

"나는 전혀 위험하지 않았소."
"내가 보는 눈은 당신이랑 달라요. 지금까지 당신을 죽이려는 시도가 두 번이나 있었어요. 그런데 세 번째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요?"
"당시에는 내가 총리였소. 암살할 가치가 충분했을 것이오. 하지만 다 늙은 수학자를 누가 죽이려고 하겠소?"
"내가 찾아내서 막으려는 게 바로 그거예요. 이곳 프로젝트에 있는 사람부터 탐문하는 방식으로 시작해야 하겠어요."
"안 되오. 연구원들만 괴롭히게 될 거요. 그 사람들을 건들지 마시오."
"그것만큼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요. 해리, 내 임무는 당신을 지키는 것이고 지난 28년 동안 그렇게 해 왔어요. 이제 와서 나를 막을 순 없어요."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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